김문수 "119사태로 욕 많이 먹어, 불끄느라…"

김문수 "119사태로 욕 많이 먹어, 불끄느라…"

대담= 박영암 사회부장, 정리=배준희 기자
2012.01.17 06:11

[머투초대석]김문수 경기도지사

"안녕하십니까?"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손을 건넸다. 한 때 노동운동권을 대표했던 그의 손은 크고 투박했다. 두 번 투옥됐던 노동운동가에서 보수정당의 3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삶의 질곡이 고스란히 전해왔다.

지난 13일 경기도청 3층 집무실에서 만난 김 지사는 인터뷰 내내 상체를 곧추 세우고 있었다. 언제든지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직격탄'을 날릴 준비가 돼 있다는 듯이. 그의 평소 화법은 야구로 치면 '직구'에 가깝다. '안타'를 맞더라도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의 발언은 연일 이슈의 중심에 있다. 그는 최근 인터넷방송 '손바닥TV'에 출연한 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돈 받은 증거 나오면 정계은퇴 할 약속하라니 답변을 못 하시네?"라며 글을 올리자 "정계은퇴가 아니라 구속"이라고 맞받았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경기도남양주 소방서 119에 전화해 "도지사가 이름을 묻는 데 대답을 안 해"라고 발언한 통화내역이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성균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성균 기자

-얼마 전 논란이 됐던 '119 사태'는 이제 깨끗하게 정리된 것 같습니다.

▶시간도 좀 지났고 본심도 전달돼서 진정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집사람이 인터넷 방송에 나와 "김 지사는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해 답답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트위터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니 조금 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한 말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한마디로 집사람 덕을 좀 봤죠. 본질적으로 원래 정치인은 몰매 맞는 자리입니다. 국회의원 중에 욕 안 먹는 사람이 있을까요.

-'119 사태'가 대중정치인으로tj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로 작용했나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욕은 많이 먹었습니다만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119홍보대사도 하고 119소방대원들의 처우를 역점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임기 중 경기도 소방공무원을 971명 증원했습니다. 24시간 맞교대 근무했던 경기도 소방서에서 지금은 전체 소방관의 66%가 8시간 3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5곳의 소방서도 신설했습니다. 소방관련 예산도 943억원을 늘렸지요. 이 같은 애정과 노력에도 (최근의 사태는) 저를 완전히 죽이는 거죠. 2008년 촛불시위 때 광우병 걸린 소도, 사람도 없는데 대통령 더러 물러가라 그랬던 기억이 났습니다. 어떤 면에서 저는 이 대통령 보다 역경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최근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의 '보수 삭제'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김 지사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 크게 4가지 측면에서 보수와 진보는 입장이 갈리고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등 건국세력을 긍정하느냐가 출발점입니다. 또 6·25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산업화 세력인) 박정희 대통령과 반독재 민주화 과정에 대한 판단기준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을 긍정합니다. 반면 대한민국 역사를 1%의 역사로 보는 사람들은 건국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진보라고 자처하지요. 이 같은 주장에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때 저도 건국세력을 부정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역사적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대한민국 성공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의 골간을 이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보수 가치관이나 국가경영 철학이 현재의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할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사실 보수주의자들이 인정하고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보수의 자기혁신과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시장주의와 개방경제 원칙을 고수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가령 재벌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시각이 있고, 자유무역협정(FTA)를 서둘러 체결하고 세계로 나가서 대기업을 더 키우고 전 세계 경제의 리더가 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성균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성균 기자

-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야당세력의 집권을 점치는 여론이 우세합니다. 보수 세력이 승리할 해법은 무엇인가요.

▶ 무엇보다 쇄신과 통합이 필요합니다.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모든 비리와 부정을 뿌리 뽑아야합니다. 그리고 통합을 해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보수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그리고 박세일 교수 등 새로운 보수정당 추진 세력 등이 야당세력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여권도 야권처럼 대통합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 여권 내에서 유력한 위치를 확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같은 단독질주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회창 후보도 두 차례나 대세론이 있었지만 결국 두 번 다 안 되지 않았습니까. 단조로운 대세론으로는 내부의 방심과 외부의 피로감이 올라와서 신선미와 다이내믹(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부 경선없는 박 위원장의 지나친 독주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럼 김 지사도 대선에 출마한다는 얘긴가요.

▶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면 대선 출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현재 5% 안팎의 지지율로는 대선출마를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각에서 안철수 원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 특별히 개인적 친분은 없습니다. 다만 안 원장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으로서 경기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포럼에 강사로 초빙해 서너 번 만난 적 있습니다.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최근의 '안풍(安風)' 현상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안 교수의 성장환경, 직업, 지금까지의 이력을 볼 때 한나라당에 더 가까운 분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안 교수가 이른바 종북세력이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이들과 손을 잡는 것은 부자연스럽지 않을까요.

- 다른 방법으로도 민생현장을 챙길 수 있는데 굳이 택시를 모는 이유는 무언인가요.

▶ 사실 대기업이나 중소업체 공장을 비롯한 다른 민생 현장에도 많이 갑니다. 그런데 언론이 유독 택시에 다들 관심을 가져 그렇게 비춰지는 것입니다. 2009년 1월27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30번 넘게 택시를 몰았습니다. 운행거리만 3562㎞입니다. 앞으로 강남역이나 사당에서 경기도 가는 분들을 모시는 심야택시도 해 볼 생각입니다.

- 택시를 몰 때 인기 걸 그룹 소녀시대의 'Mr. Taxi' 노래를 자주 듣는다고 들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 소녀시대의 노래 중에서 택시를 주제로 하는 노래라 지난해 발표된 이후 줄곧 관심을 갖고 들었습니다. 경쾌한 리듬과 재미있는 노랫말이 택시를 몰 때 안성맞춤입니다. 이 노래를 자주 듣다보니 주변에서 ' 'Mr. Taxi 지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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