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성공하지 않았다…어음깡도 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유약하다거나 순진해 보인다는 일각의 평가를 반박하고 나섰다.
안철수 원장은 30일 오후 부산대학교 경암 실내체육관에서 가진 강연에서 "'아무리 적이라도 상대방을 믿고 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이 있어서 그걸 책에 썼더니 어떤 분이 '참 순진한 생각이네' 하시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그래서 오해라고 설명 드렸다"며 "정치에서 싸움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제가 그렇게 나이브(naive·순진)한 생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서 싸움은 필요불가결 하지만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할 것"이라며 "무엇을 위해 싸우나, 어떤 주제로 싸우나, 또 싸움의 결과로 어떤 합의를 갖고 사회를 발전시키는가가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국민을 위해, 정책 가치관 철학 등의 차이를 갖고 싸우고, 그 결과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은 싸움"이라며 "그게 정치에서 정말 해야 할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권력쟁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에 대해 싸우고, 그 결과로 평행선만 계속 긋는다면 싸움은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가 바라는 시대과제인 복지, 정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정치 현실에 대해 "흔히 민주주의와 다수결을 혼동 한다"며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은 다수가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위에서 이뤄지고 그러려면 충분한 소통과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다수독식, 승자독식이 반복됐고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여든 야든 어느 한 쪽이 이기면 국민의 절반은 절망하고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힘든 일이 생기면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분 보시기에 제가 굉장히 편해 보이시죠"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일으켰다. 그는 "제가 고생 하나도 안 하고 그냥 잘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어음깡도 해봤다"고 말했다.
어음깡이란 어음 만기 이전에 고율의 이자비용을 빼고 나머지 돈을 미리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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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연구소 초기에 직원들 월급 주기 어려워서 어음을 받아 은행에 가서 속칭 어음깡을 했다"며 "이자비용도 많이 떼는데 그걸 매달 어음깡을 하면서 4년 내내 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쓴 책이나 종전 인터뷰에서도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한 바 있다.
한편 안 원장은 이날 1시간 강연을 예고했으나 실제론 2시간 가까이 강연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단 현장 질문은 받지 않고 미리 접수한 학생들의 질문을 직접 골라 답했다.
이날 강연은 안 원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반영하듯 크게 붐볐다. 부산대 총학생회가 마련한 좌석 2800석이 모두 찼고 자리가 없는 청중들은 복도 사이사이에 앉았다. 안내와 장내 정리를 맡은 자원봉사자만 50명에 달했다.
부산대 특강은 당초 부산대 총학생회의 초청으로 4월 초에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4.11 총선을 앞둔 시점에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 강연을 미뤘고 이날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