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죄" "말같지 않아" 도넘은 한일 설전

"대통령 사죄" "말같지 않아" 도넘은 한일 설전

진상현 송정훈 기자
2012.08.23 18:14

전문가 "양국관계 급속 악화 가능성" 우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촉발된 한일 간의 외교 갈등이 극단적인 설전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가 걸린 민감한 사안이긴 해도 양측의 감정적인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2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과 관련, "상당히 상식에서 일탈하고 있다"면서 "사죄와 철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이 대통령의 지난 14일 일왕 관련 발언 이후 이 대통령에게 사죄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사죄를 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에게되레 사죄를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대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말 같지 않은' 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청와대의 불쾌감이 크다는 얘기다.

전날에는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이 우리의 독도 지배를 '불법 점거'라고 망언을 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불법 점거라는 폭언을 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일본 정부는 지리적, 국제법적, 역사적으로 명명백백히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주장을 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잘못된 인식에 입각해 잘못된 언행을 계속하면 우리는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언행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불행한 일임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노다 총리의 서한 반송을 놓고도 신경전이 계속됐다. 정부는 이날 도쿄의 외교채널을 통해 노다 총리의 서한을 일본에 반송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일본 외무성은 노다 서한 반송을 위해 외무성을 찾은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홍 참사관이 탑승한 차량의 외무성 정문 통과도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외교 관례상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노다 총리의 서한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 서한 반송을 결정했다.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 정상이 보낸 서한을 반송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 서한 내용은 물론 일본이 서한을 우리 정부가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 공개한 게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다. 일본은 서한을 한국대사관에 전달 한 30분 뒤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또한 서한에 이 대통령이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현)에 상륙했다고 명시한 것이 독도가 우리의 고유 영토라는 입장에 반하는 외교적 결례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과정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 등을 볼 때 예의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일본이 서한 반송을 거부함에 따라 우편을 통한 반송 방법 등 대응책을 모색중이다.

양국간에 '험악한' 발언들이 이어지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일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한일 정부가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한일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향후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높아지고 일본이 독도 인근에 탐사선 파견 등의 극단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한일 FTA 협상 지연, 일본은 한일 통화 스왑 중단 등 후속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양국 경제 관계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최근 양국 정부의 감정 대립은 올 연말 한국의 대선과 일본의 의회 선거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