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분별한 증인 채택 비판 여론과 국감 회피성 해외출장 비판 혼재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이 국감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국회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국회는 당초 이번 국감을 앞두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히 정무위원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재벌 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었다.
또한 지식경제위원회는 이승한 홈플러스 대표와 최병렬 이마트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허승조 GS리테일 대표 등 유통회사 CEO를 증인으로 채택해 골목상권 침해 여부를 묻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기업 CEO들은 하나같이 회피성 출장 등을 핑계로 국감에 대거 불참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지경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유통업체 총수 중 대형마트 3사 CEO들은 모두 해외 출장 중이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지난주 지경위에 출장 때문에 국감에 출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지난 5일 영국으로 떠났다. 또한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7일 중국으로 2박3일 일정의 출장을 떠났고,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역시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이번 주말에 귀국할 예정이다.
또한 증인 채택당시부터 이슈가 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도 오는 11일로 예정된 정무위원회 국감에 불참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이미 정무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곧 해외 출장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부회장은 베트남 기업과 물품 공급에 관한 약해각서(MOU)체결을 위해 베트남에, 정 회장은 미국에 각각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9일 기재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재벌총수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가 재충돌 하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전날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감에 이어 이틀째 파행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나성린·민주통합당 김현미 간사는 이날 오전 국감 개회 전 재벌총수 증인채택 문제를 다시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민주당은 일감몰아주기 실태 조사를 위해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 부당 과세 감면 조사 등을 위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BBK 관련 의혹 조사를 위해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행법을 강화해 국감 기간 중 증인 채택자에 한해 출국금지 등 국회 출석을 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증언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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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회의 무분별한 증인 채택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와 기업 CEO들의 숨바꼭질이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보여주기 식 행보에 그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 의지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여야가 대그룹 회장의 경우 증인 채택을 기피하는데다, 어렵사리 간사 간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면피성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여당이 증인 채택에 인색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증인이) 나오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며 "심지어 채택된 증인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선전, 선동하는 분위기 하에서는 저희들이 당초 목표했던 대로 흘러가게 하기 힘들다"며 "국민들의 눈에는 국회 전체가 이상하게 비칠까 걱정되는 면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