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인수위, '답답한' 기업들

'깜깜한' 인수위, '답답한' 기업들

이상배 기자
2013.01.15 06:21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확대, 특가법상 횡령에 집행유예 불가

"회장의 계열사 지분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공약이 가장 신경 쓰인다"(A그룹 관계자)

"주요 경제범죄에 대해 형량을 강화해 집행유예를 원천차단할 경우 향후 경영활동에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B그룹 관계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철통 보안'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기업을 겨냥한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사항들이 실제 새 정부 이행 정책에 포함될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인수위는 새 정부의 대기업 관련 정책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연기금 의결권 행사 확대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 구축 △금산분리 강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횡령 등에 대한 형령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상법, 공정거래법, 국민연금법, 특가법 등의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로, 인수위는 아직 이 방안들을 새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할지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분 6.6%를 보유하며 삼성생명보험(7.5%)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국민연금이 지분율 6.8%로 현대모비스(20.8%)에 이어 2번째다.

만에 하나 외국인 주주와 이들 경영진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주요주주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14일 기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50.5%, 40.6%에 이른다.

소액주주들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박 당선인의 공약에 포함돼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이 한가지 방안으로 거론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을 놓고 표결을 할 때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1주당 3표씩 의결권이 주어진다. 이 경우 대주주에 비해 지분이 적은 소액주주들이라도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에게 자신들의 의결권을 몰아서 행사, 그 후보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집중투표제는 지난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지만 기업들이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유명무실한 상태다. 따라서 상법 개정을 통해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두지 못하게 할 경우 실질적으로 집중투표제가 의무 도입되는 셈이다.

금융계열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금산분리 강화 여부도 관심거리다. 박 당선인은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한도를 현행 15%에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5%로 낮추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역시 현행 9%(지방은행은 15%)에서 축소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인수위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경제1분과에 '금산분리 완화론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과)가 인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실제로 인수위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홍 교수는 그동안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완화하고, 대신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특가법상 횡령 등 주요 경제범죄에 대한 형령 강화도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령을 강화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렀다. 현행 규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주요 경제범죄에 대해 3년을 초과하는 징역을 선고하도록 양형 기준을 고칠 경우 실질적으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해진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장이 수많은 계열사를 둔 그룹을 경영하다보면 부실한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를 통해 지원을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해 경영상 판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배임 등으로 판단해 실형을 선고하고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면 불안해서 어떻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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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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