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유시민·진수희·진영까지…사회적 갈등 한가운데 서게 돼 정치인 입지까지 좁아져
정치인 출신 '복지부 장관의 수난사'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정권 실세로서 정치력 발휘를 요구받지만 사회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되면서 오히려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가 반복된다는 점에서다.
참여정부이후 정치인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통점은 연금 제도 도입과 의약 분업 등 정권의 명운과 연결된 굵직한 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실세 장관으로 임명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처 간 갈등과 포퓰리즘 논란 등으로 불명예 퇴진하고 이후 정치인으로서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도 특징이다.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잇따라 맡았던 고(故) 김근태 전 의원과 유시민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성장보다 복지를 강조한 참여정부에서 이들의 복지부 장관 임명은 대권 행보를 위한 행정 경험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성장과 복지의 대립구도 속에서 자신들의 정책적·이념적 한계를 드러내게 됐고 이 후 정치인으로 복귀한 후에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MB정부 시절에는 국회의원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변신한 전재희·진수희 두 장관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익집단 간 이해조정에 실패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후 정치인으로 복귀에도 실패했다.
이 밖에 국민의 정부 시절 연금 도입 등의 정책을 수립한 김원길 전 의원이 2001년부터 1년 6개월 남짓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으나 이후 정치인으로서는 수명이 앞당겨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치인들의 무덤이 된 것은 무엇보다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에 가장 휘둘리기 쉬운 분야라는 점 때문이다. 복지부 장관으로서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과 국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돌파해야 하는데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 출신들로선 이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추진한다해도 정치인으로 돌아온 후에는 이것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유시민 전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이른바 '더내고 덜받는' 구조의 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이것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이 낙마 계기가 됐다. 당시 함께 추진된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됐지만 국민들의 연금 혜택이 줄어드는 데 대한 비난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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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전 의원은 2011년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했으나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문제로 논란을 빚다 불명예 퇴임했다. 자신의 지역구 약사회 모임에서 "염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발언으로 청와대의 엄중한 지적을 받기도 하는 등 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갈등을 해결하기는 커녕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공천을 받지 못하며 정치인으로서 명예회복에도 실패했다.
복지 정책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갈등도 정치인 출신 복지부 장관의 한계로 지적된다. 더구나 이전에 비해 복지 분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는 성장과 복지 간 이념 갈등 한가운데 서게 되는 점도 정치인 경력에 리스크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김근태 전 장관은 2004년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책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자 정면으로 이에 맞서 파장을 낳은 바 있다. 이 전 부총리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한국판 뉴딜정책'과 정면충돌한 것으로 봤다. 또한 복지가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복지 스펙트럼을 확대하는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며 성장론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는 이후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으로도 이어진데다가 김 전 의원의 지지기반 이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복지부 장관인 진영 장관 역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복지공약을 실행에 옮길 실세 장관으로 기대를 한몸에 모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재원 부족과 경제활성화 우선 논리에 밀려 처음 계획보다 후퇴하게 된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더구나 매끄럽지 못한 사퇴 논란으로 정권의 부담을 더욱 키운 부분은 향후 정치인으로 복귀할 때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진 장관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기초연금 논란으로 여당이 뭇매를 맞게 된 마당에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당장 선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