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망신 맞나?'…'원자력 방호방재법'이 뭐길래

'국제망신 맞나?'…'원자력 방호방재법'이 뭐길래

박광범 기자, 김경환
2014.03.17 17:11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종합)정부·여당 총동원됐지만 '원포인트 국회' 난항

강창희 의장(가운데)과 최경환, 전병헌 여야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고 있다. 이자리에서 강 의장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는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최를 논의했지만 결국 개최 합의에 실패했다./사진=뉴스1제공
강창희 의장(가운데)과 최경환, 전병헌 여야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고 있다. 이자리에서 강 의장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는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최를 논의했지만 결국 개최 합의에 실패했다./사진=뉴스1제공

국회가 열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한산해야 할 여의도 정가가 이름도 낯선 법안 하나로 시끌하다.

기초연금법 등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된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닌 '원자력방호방재법' 때문이다. 이 법안의 정확한 이름은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이하 원자력방호방재법)'이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며칠간 이 원자력 관련 법안을 두고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7일 직접 국회를 찾아 법안 처리를 호소했고, 강창희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는 '나라 망신', '국제적 망신', 대통령의 체면' 등 귀가 솔깃한 단어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정 총리와 강 의장의 노력에도 여야는 이날 '원포인트 국회' 개최 합의에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만을 위한 본회의를 주장했지만, 야당은 이를 포함해 방송법 개정안 등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에 계류돼있는 112개 법안의 일괄처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원자력방호방재법'이 뭐길래?

국회는 2011년 12월29일 본회의에서 '핵테러억제협약'과 '개정 핵물질방호협약'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이 국제 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개정안은 △핵 관련 범죄자 처벌 조항 신설 △'핵 범죄 행위' 개념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핵테러억제협약'은 유엔사무국에,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은 국제원자력 기구에 각각 비준서를 기탁한다. 기탁이 완료되면 협약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정부 역시 개정안의 처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 당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두 차례에 걸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방위 야당 간사 등을 만나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본회의는 커녕 담당 상임위인 미방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개정안 처리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지만 방송법 개정 문제로 미방위가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원자력방호방재법' 통과 안 되면 국가 망신?

정부와 여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국가 망신을 당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2012년 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회의 주최국으로서 '핵테러억제협약'과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을 비준한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체면이 깎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이 국가망신을 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있다. 두 개 협약 중 핵테러억제협약은 이미 국제적으로 발효된 상태이지만,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은 현재 발효 상태가 아니다. 2012년 당시 서울정상 선언문에는 '2005년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의 국내적인 승인 절차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동 개정 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되기를 추구한다'고 돼있다.

즉 협약은 올해 말까지 통과되도록 노력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올해 말까지만 개정안이 통과돼 비준서를 기탁하면 한국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약속을 이행한 셈이다.

◆우리나라만 미비준 국가?

그렇다면 이번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국가 중 한국만 관련 협약이 미비준 됐을까. 정답은 아니다. 협약 당사국의 2/3인 99개국이 비준을 해야 하지만 현재 비준이 끝난 국가는 73개국이다. 한국이 비준을 하더라도 25개국이 더 비준을 해야 협약이 발효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이번에 비준이 안 된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불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나라들 중 한국만 비준을 하지 않아 박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질 일도 없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53개국 중 개정 핵물질방호협약 미비준국은 한국을 포함해 아제르바이잔, 브라질, 이집트,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모로코, 뉴질랜드, 파키스탄 , 필리핀, 싱가포르, 남아공, 태국, 터키, 미국 등 16개국이다. 차기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인 미국 역시 비준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정부 "지난 회기 주최국으로서 한 공약 지키자는 것"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 지난 회기 주최국으로서 한 공약을 2년이 지나도록 지키지 못한 모양새를 우려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비준하겠다고 한 공약을 헤이그 정상회의까지 발효 했으면 더 좋은 모습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홍원 총리도 이날 국회에서 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법안 통과 결과를) 가지고 가야 체면이 서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까지 비준을 안 한다고 해서 '국제적 불이익'이 있거나 현재 협정 발효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부랴부랴 개정안 처리에 나서는 모양새 역시 썩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개최국으로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다음 회의 때까지 비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위신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 협조를 당부 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며칠 사이에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국내 관련법(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 노력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광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