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대통령 경호수준을 갖춘 나라도 미국이고, 대통령이 가장 많이 저격당한 곳도 미국이다. 대통령 경호는 실패를 통해 발전한다는 의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1974년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 1983년 버마 아웅산묘소 폭탄테러 후 금속탐지기 등 첨단 검측·검색 장비를 도입했고, 대통령 행사장 검문·검색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리 경호에 만전을 기해도 해외에 나가면 방문국 국가원수에게 벌어질거라 상상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무시하곤 하지만)통상 외국 방문시 대통령의 1차적 경호책임을 해당국이 맡는 국제 관례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 토니 블레어 수상과의 회담을 위해 이동 중 현지 경찰이 교차로에서 대통령 차량만 통과시키고, 교통통제를 풀어버렸다. 길이 막힌 외교안보수석과 통역 등이 현장에 늦게 도착해보니 김 전 대통령이 블레어 수상과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워싱턴 D.C를 방문,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할 때 일이다. 미국 경호차량의 안내를 받은 노 전 대통령 차량은 기념비 입구를 통과했지만, 현지 경찰이 갑작스레 경호실장, 외교장관, 주미대사, 통역 등 수행원들 차량을 이유 없이 제지했다.
수행원들이 급히 우회에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 사이 미국인 운전사가 모는 차량에 혼자 있어야 했다. 수행 경호팀과 선발 경호요원들이 있어 '경호공백'은 없었다는 게 당시 청와대 설명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상파울루 쉐라톤호텔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중남미 패션 한류 확산을 위해 양국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와 케이팝(K-pop) 공연으로 구성된 'Fashion & Passion'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의 마침표를 찍는 행사였다.
박 대통령은 패션쇼와 공연을 관람했지만, 그 시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할 부속비서관과 의전장, 주브라질대사는 엘리베이터안에 50여 분 갇혀 있었다. 호텔 노후에 따른 고장 탓이고, 1차 경호책임이 브라질에 있다지만, 수행원들과 대통령이 분리된 상황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는 청와대 경호팀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대통령이 갇히는 일이 벌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