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우리가보는세상

4·29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야당이 참패한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선거 직전 터진 '성완종 리스트'의혹으로 야당의 절대우세가 예상됐지만 '리스트와 선거'는 그 어떤 연관성 없이 각각의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지율은 크게 오른 반면, 야권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지지율은 하락했다. 김 대표는 독주하던 문 대표 지지율에 근접,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 했다.
'정치적 안방'인 광주와 '27년 텃밭'이던 서울 관악을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은 범야권의 새판짜기 격랑 속으로 빨려들 가능성이 크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야당이 출현할 수 있고, 친노와 비노가 분당의 길로 치달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야당은 왜 선거에서 졌을까. 당내 분열을 막지 못하고 초대형 호재를 활용하지 못한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가장 큰 패인으로 꼽는다. 보수층의 꾸준한 투표 참여, 선거의 달인이 돼 버린 듯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선전' 등도 거론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성완종리스트는 정말 야당에게 호재였을까? 정치판에서 상대의 악재는 나의 호재임이 분명하다. 여당에게 악재인 성완종리스트가 야당에게는 호재라는 등식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워낙 강하거나, 호재를 품었지만 나의 힘이 한참 못 미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성완종리스트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다 똑같은 XX 아닌가'라는 정치불신으로 귀결됐다면 사정은 더욱 그렇다.
과거 정치인이 연루된 비리사건은 선거에 크던 작던 영향을 끼쳐왔다. 대선을 앞두고서는 총풍(銃風)·세풍(稅風) ·병풍(兵風) 등 각종 '풍'들로 인해 여의도 정치권의 이목은 서초동 검찰청사로 향하곤 했다.
이 같은 '바람'들은 메가톤급 후폭풍을 일으키며 선거결과에 영향을 줬고 집권층은 이를 이용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하거나 정적을 압살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결과론'으로 보면 성완종리스트는 여당의 '힘'을 넘어설만한 야당의 호재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서초동'이 더 이상 '여의도'의 호재나 악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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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결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소환 등 '우선 수사대상을 선별하면서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특별사면 특혜 의혹' 규명도 결국 검찰 몫이 될 전망이다.
성완종리스트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가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줄지 관심이다. 중요한 것은 서초동의 '재료'들이 여의도의 '결과물'로 연결되던 관행적 투표행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여의도에 요구하는 것과 서초동에 요구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국회가 정쟁이 아닌 정책의 '장'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판을 짜겠다는 야권이 되새겨야 할 말은 이런 것이 아닐까. "여의도는 국민만 쳐다보면 된다. 서초동은 그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