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상고법원'설치, 국회 선택은

[런치리포트]'상고법원'설치, 국회 선택은

서동욱 정영일 유동주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8.20 08:59

[the300](종합)

상고법원 설치법, 19대 국회 통과 힘들듯…의원 찬반 팽팽

상고법원 홍보 온라인 게시물/자료=대법원 홈페이지 등
상고법원 홍보 온라인 게시물/자료=대법원 홈페이지 등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새로운 변화, 상고법원의 더 나은 사법서비스"

요즘 포털사이트에서 '대법원'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 문구다.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법원이 검색광고를 하고 있는 것인데 e-book, 웹툰 등의 형태로 상고법원이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이 광고까지 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설치 방안이 19대 정기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 전망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고법원 관련 패키지 법안 6건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홍 의원 법안은 상고법원 설치를 규정, 공적 이익과 관련 있는 사건은 대법원에서, 그렇지 않은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심판하도록 했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다.

법안을 논의한 법안소위는 위원 간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는 상태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월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냈다.

서 의원 법안은 상고법원 설치 대신 대법관 수를 18명(현행 13명)으로 늘리도록 했다. 18명의 대법관이 참여해 기존의 전원합의체 재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대법관 정원의 3분의 1 이상을 고위 법관 및 검사 출신이 아닌 법률가로 임명,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의견은 찬반이 팽팽하다. 홍일표 의원 등 5명이 찬성입장, 서기호 의원 등 3명은 반대 입장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 등 7명은 유보 입장이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은 하급심 강화와 대법관 구성 다양화 등이 선행돼야한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립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지만 19대 국회 내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법사위 논의가 더디고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의원들간 의견차가 워낙 커 이번 19대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찬반 견해가 나뉜다. 찬성론자들은 상고사건이 폭주해 대법원 재판이 부실화될 염려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1993년 1만3700여건의 상고사건이 2014년 기준 3만 7000여건으로 늘어 20년간 3배 증가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13명의 대법관이 1명당 연간 3000건 넘은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이어서 재판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대법원은 소수의 사건만 심도 있게 심리해 '정책법원'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대법관 증원으로 해결이 충분하며 상고법원 설치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맞선다. 사실상 4심 재판으로 이어져 위헌소지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대법원 권한만 강화된다는 것이다.

상고법원 설치를 관철시키기 위한 대법원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상고법원 도입안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회 주변에서는 대법원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부장급 판사를 정해 법사위원들을 1대 1로 마크, 설득에 나서는가 하면 지역구 법원장까지 동원해 해당지역 의원들에게 청탁성 전화를 하는 등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을 상대로도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에서 "최근 전국의 판사들이 변호사들에게 전화 등으로 대법원의 현안인 상고법원 설치에 관해 찬성하는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변호사들에게 의사결정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으로, 사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는 이익단체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내려진 대법원 판결도 상고법원 설립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상고심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선거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심처럼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면 정부·여당을 자극하는 것이고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야권에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하급심에 판단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대법관 13명 전원일치로 판결했다.

대법원이 검색광고까지?…상고법원에 사활, '로비' 잡음도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상고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기 후반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도 전방위적으로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법원 이미지와는 차이가 크다.

사활을 걸고 상고법원을 추진하다보니 잡음도 나온다. 판사들이 변호사들에게 상고법원에 찬성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대법원은 포털사이트에 상고법원에 대한 검색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 '상고법원'을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상고법원을 설명하는 게시글과 동영상, 웹툰 등을 볼 수 있다. 대법원은 포털 검색광고를 위해 매달 수천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가리지 않는다. 페이스북 대법원 페이지에서는 '상고법원'으로 4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이 오는 9월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정하고 실시하는 UCC·포스터 공모전의 일환이다. 공모 주제에는 '상고법원의 청사진'도 포함됐다. 블로그에는 상고법원에 대한 웹툰도 게시돼 있으며 유튜브에도 상고법원 홍보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춘천지법 원장과 판사, 직원들은 지난 11일 동해안 자전거길 116km를 완주하는 '상고법원 설치 기원 및 지역민과의 소통을 위한 라이딩 대장정'을 개최했다. 전주지법도 전주 시내에 상고법원 홍보물을 게시하기로 했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목숨을 건' 이유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임기 후반기 최대 과제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법원장은 대관령 능경봉 정상에서 새해 아침을 맞으면서 일행에게 "상고법원이 잘 돼야 한다"는 바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168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한 상고법원 설치에 관련된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며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19대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법원 차원에서 '상고법원 드라이브'를 걸며 곳곳에서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올해 초 상고법원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법무무 역시 "부처간의 충분한 혐의가 되지 않았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찬성이다. 상고법원이 별도로 서울에 설치되면 서울지역 변호사들이 다룰 사건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법원이 판사들을 동원해 변호사들에게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하는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요구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대한변협은 최근 낸 성명에서 "최근 전국의 판사들이 변호사들에게 전화 등으로 대법원의 현안인 상고법원 설치에 관해 찬성하는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협은 이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변호사들에게 의사결정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으로, 사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는 이익단체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스로 법안 발의를 할 수 없는 사법부가 상고법원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 지방법원장들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행정처 판사가 의원과 의원 보좌관을 만나 사실상 로비를 펼치고, 술자리를 가진 뒤 지방에 있는 의원 집까지 배웅해주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대법원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한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는 것이다.

'미운털' 박힌 대법원, 상고법원 설치 숙원 '험로'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갈려 있다. 앞으로 법사위에서 법안 통과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고법원 설치안…贊 5 反 3

19일 상고법원 설치안(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 관련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의 법사위원 전수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5명, 반대가 3명, 조건부 찬성 1명, 유보의견이 7명이다. 언뜻보면 찬성이 많아 보이지만 유보의견 중 '사실상 반대'의견도 섞여 있어 '상고법원 설치안'의 향후 법사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김재경·이병석 의원과 박지원·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찬성의견이다.

찬성 의원들은 대체로 대법원의 사건 정체가 심각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고법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대의견은 김진태·김도읍 새누리당 의원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입장이다. 김도읍 의원은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4심제가 돼 위헌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연혁적으로도 대법관 비대법관으로 나눠 대법원에서 짧게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위헌적 요소때문에 금방 없앴다"며 "지금 상고법원도 과거로 도돌이표로 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 위헌 지적을 받아 없앤 제도를 다시 그대로 가져오는 게 무리란 지적이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실심 강화'와 '대법관 구성 다양화' 그리고 '상고법원 법관추천위원회 별도 설치'를 조건부로 하는 찬성입장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보적 입장이다.

노철래·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과 이춘석·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도 유보의견이다. 특히 이춘석 의원은 "대법관 구성 다양화와 하급심 강화를 조건으로 조건부 찬성입장이었는데 유보로 의견을 바꾼다"며 "대법관 구성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계속 냈는데도 최근 이기택 후보자를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하는 것을 보니 대법원의 대법관 개선 가능성이 없어보인다"고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도 '유보'입장이면서도 대법관 구성 다양화와 하급심 강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유보 입장의 의원들 중 최소 2~3명은 사실상 반대의견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의 홍일표 의원안을 대법원의 개선 노력이나 조건 충족없이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법관 다양화·하급심 강화'…선결과제 해결 가능성은?

찬성의견이 과반수를 넘지 않고 있어 1년도 남지않은 19대 국회에서 상고법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와 일부 의원들도 법사위 구조상 이 정도로 의견이 갈리는 문제가 남은 임기 안에 통과된다는 건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문제는 찬반의견 표명과 무관하게 의원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고 있는 '하급심 강화'와 '대법관 구성 다양화'다.

여야 모두 요구하고 있는 '하급심 강화'는 물론이고 주로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대법관 구성 다양화'라는 선결 조건을 대법원에서 수용할 지 여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결국 대법원이 이 선결조건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상고법원’설치도 불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신임 대법관 임명절차 과정은 야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일 이기택 서울서부지법원장을 신임 대법관 후보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임명제청 직전에 열린 지난 달 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은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위해 ‘50대·남자·서울대·판사출신’으로 상징되는 주류 판사를 선택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대법원은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법원)외부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후보자를 찾기가 사실상 힘들고 본인들이 고사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대법관 구성 다양화'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대법원은 '불능조건'임을 사실상 선언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부분을 강하게 문제제기 할 것으로 예고한 상태다.

상고법원 설치문제가 대법관 인사청문회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정부제출' 안 거치고 '의원발의' 한 이유…법무부 '반대'

법무부 반대도 대법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상고법원 설치안은 대법원 숙원사업으로 정상적으로 발의되려면 '정부입법'으로 제출됐어야 한다. 법원은 '법률안제출권'이 없어 법무부를 통해야 하는데 법무부는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홍일표 의원을 통한 '의원입법'이다. 이에 대해 김진태 의원의 지적이 있었다. 지난 7월21일 상고법원 설치안을 다루던 법사위 법안제1소위에서 김 의원은 법무부를 통해야 할 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이유를 물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상고법원 설치가 시급한 과제여서 부득이하게 의원입법을 통했다"고 답했지만, 대표발의자인 홍일표 의원은 "법무부가 기본적으로 반대를 하기 때문에 정부 제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상고법원에 대해선 대법원과 일부 찬성 의원들 외에 법무부로 대변되는 정부입장과 나머지 법사위 소속 의원들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 대법원이 이러한 난관을 뚫고 상고법원 설치를 관철 시키기 위해서는 법무부 설득이 우선인 상황이다.

법률 선진국 상고 엄격 제한…하급심 '신뢰'가 바탕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전방위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1994년 이후 대법원으로 가는 길목에 '심리불속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원 역사에서는 고등법원 상고부, 대법원 이원적 구성, 상고허가제 등이 상고제한제도로 운영돼다 사라졌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의 형태는 과거 고등법원 상고부와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을 섞어 놓은 것에 가깝다. 운영은 고등법원 상고부처럼 하고 대법원에 두게 해 대법원 이원적 구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 주요국, 상고심까지 가는 경우 드물어…비결은 '하급심 신뢰'

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형태의 ‘상고제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사실상 전면적 상고제한을 하며 상고허가신청기각에 대한 불복도 인정 안 한다.

그러나 하급심을 강화해 놓았고 대법원 위상이 높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고제한제도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으로의 상고는 원칙적으로 연방대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상고의 경우, 신청이유에서 대법원 심리를 받아야 할 중요한 사건이라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기술돼야 한다. 대법관은 원심판결만을 검토해 ‘특별·중대 사유가 있을 때’만 상고허가를 하고 있다.

따라서 상고신청 사건은 연간 1만여건이지만 실제 허가는 10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허가율로 따지면 1% 도 안 된다.

영국은 '청원'성격의 상고허가제를 갖고 있다. 항소에서도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고, 연간 상고허가는 평균 65건 정도다. 그만큼 상소심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나눈다. 민사소송은 이원적 상고심으로 간이재판소가 제1심인 사건은 고등재판소가 상고심을 맡고, 그밖의 민사상고는 최고재판소에서 담당한다.

상고이유로는 헌법위반과 현저한 절차법 위반으로만 한정돼 있다. 법령 해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을 이유로 하는 상고는 최고재판소가 상고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형사사건은 헌법위반과 판례저촉의 경우로 제한되고, 그 밖의 법령 해석에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을 이유로 하는 상고는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최고재판소가 상고수리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최고재판소의 수리율은 민사사건 연 2.5% 이하,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최고재판소의 직권조사와 원심판결제도로 인하여 상고수리 신청사건이 연 100건 미만이다.

독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 따라 연방일반법원의 상고심 제한 절차와 방법이 구분된다. 민사사건은 모든 민사사건에 대한 상고를 허가제로 하고 상고심이 본연의 법률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사건은 고등법원과 연방일반법원이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상고심을 나눠 담당하는데법령위반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상고이유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상고신청의 25% 정도만 수리된다.

◇"법원 독립성 강화로 신뢰얻어야 상고법원도 가능"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 법치선진국이 '상고제한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면서도 국민의 불만이 쌓이지 않는 데에는 하급심이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특히 하급심 판사도 평생법관제 등을 통해 지역법관으로 오래 근무하고 있어 하급심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깔려 있는 점이 상고심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된다.

일본은 최고재판소는 1946년에 도입한 상고심 이원화와 상고수리제도를 그대로 이어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위헌논란'등으로 '상고제한제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점에 대해 우리 법원의 1차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과 판사들이 바로 서지 못하고, 정치권의 뒤에 숨어 보신주의로 운신하다보니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 독립성을 법원이 지켜야 하는데 국민들을 위한 법원이 아니라 정치권 눈치나 보는 상황이 수 십년간 지속됐고 상고법원도 국민을 위한 방안인지 대법원 편하려고 하는 건지 불신의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정치적 독립성을 강하게 지켰던 점이, 우리나라에선 실패한 '상고제한제도'가 위헌논란을 극복하고 추진될 수 있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대법관 출신들이 총리나 장관으로 나서는 등 정치권과 연계되거나 종속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법원 독립성 훼손은 물론이고 상고법원 등 법원 숙원사업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단 지적이다.

대법원 '사활' 상고법원, 설치되면 뭐가 달라지나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된 6개 패키지 법안 가운데 핵심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이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했다. 상고법원의 설치와 심판권의 행사방법, 대법원 심판권의 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토론을 통해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법적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최고법원 기능을, 상고법원은 경륜 있는 법관의 충실한 상고심 심리를 통해 개별 사건의 권리구제 기능을 각각 집중적으로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고법원은 판사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판권을 행사한다. 상고법원 판사는 대법관 회의의 의결을 거쳐 임명하고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한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사건심사를 해 상고법원에서 심판하기로 정한 상고·재항고사건을 최종적으로 심판한다. 상고법원에서 심사할 사건은 대법원에서 3명 이상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부에서 상고·재항고 사건을 심사해 결정한다.

대법원이 심사할 사건과 상고법원이 심사할 사건을 가르는 기준은 △법령해석의 통일과 관련 됐는지 여부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이 심판하기로 정한 사건을 제외한 사건을 종심으로 심판한다.

대법원은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가 선고된 사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의 선거에 관해 당선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는 공직선거법 사건 △선거소송이나 당선소송의 상고사건은 별도의 심사 없이 대법원이 담당한다.

패키지 법안 중 하나인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는 상고법원을 서울에 설치하고 전국을 관할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민사와 가사, 행정소송의 상고사건에 대한 특례를 정하기 위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폐지한다.

반면 대법관의 수를 늘리고 대법관의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서기호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의 수를 14명에서 18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또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위해 대법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대법관의 임용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판사나 검사로 재직한 기간을 제외한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을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제도를 보완하는 법도 발의된 상태다. 서기호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임대법관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을 배제하는 내용이다. 이들이 대법원장의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의결정족수도 재적위원의 3분의2 이상으로 강화하고 후보자의 천거 및 심사대상자 제시과정을 공개해 대법관이 실제로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세계관을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대법관의 절반을 비법관 출신으로 임명하자는 법안도 있다. 장윤석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대법관수의 2분의1을 검사나 변호사, 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대학에서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채우도록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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