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호통국감을 위한 변명…감사원엔 '벌벌', 국회엔 '배째'

[뷰300]호통국감을 위한 변명…감사원엔 '벌벌', 국회엔 '배째'

유동주 기자
2015.09.08 05:41

[the300]기관·공무원 '자료제출 거부' 갈수록 심해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0일부터 국회는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이번 국감에서도 '호통 국감'에 대한 국민 비판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국회 입장에선 '호통'밖에 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자료를 내놓지 않는 바에야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국감을 사흘 앞둔 7일 현재 여야 할 것 없이 대법원에 요청한 자료를 단 한건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감기관이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해야 국회의원실은 이를 분석해 '정책질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들여 자료요구를 해도 ‘비밀유지’ 조항을 들먹이며 달랑 한 쪽짜리 답변서가 날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로 권력기관이 그렇다. 검찰, 국세청, 기재부, 감사원, 국정원, 대법원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연말 정산 통계를 위해 전 부처에 '소속 구성원 전체 급여 및 과세 현황'이라는 자료요청을 하면 소위 '권력기관'들은 제출기한이 지나도 '개인정보'를 내세우며 버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항상 근거로 삼는 '실정법'대로 하자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요구'가 아니고 '사생활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면 검찰·법원 자료도 모두 제출돼야 한다. '특정 개별과세정보'만 아니면 국세청 자료도 모두 공개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정보, 비밀유지조항, 영업비밀, 국가안보 등 핑계가 갈수록 는다.

국회의 국가기관에 대한 자료요구권은 헌법, 국회법, 국정감사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한다.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이하 징역, 1000만원이하 벌금형 처벌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국회가 '엄포'만 했지 처벌한 사례가 없다. 그러니 피감기관에선 국감시즌만 버티고 넘어가려 한다.

국감을 하는 이유는 행정부, 사법부에 대한 '국민 통제권' 확보다. '대의(代議) 민주제' 하에서 국민은 자신을 대표할 국회의원을 뽑고, 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국감을 하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감사원 앞에서 열린'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 말살하는 감사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감사원의 복지사업 재정지원실태 관련 감사보고서는 겉으로는 재정효율화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결과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사진=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감사원 앞에서 열린'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 말살하는 감사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감사원의 복지사업 재정지원실태 관련 감사보고서는 겉으로는 재정효율화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결과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사진= 뉴스1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를 감사한다. 그런데 행정부 기관들은 감사원엔 제출하는 자료를 국회엔 제공하지 않는다.

헌법 체계상으로 감사원은 헌법 제4장 정부 제2절 행정부 하위 제4관의 목차에 있다. 국회는 제4장 정부보다 우선한 제3장에 위치한다. '국민 주권'을 천명하는 우리 헌법 체계상 그런 것이다. 감사원도 국회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의 하나일 뿐이다. 행정부 일개 기관에 불과한 감사원엔 벌벌떨며 제출하고 국회는 무시하는 현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공무원들은 감사원에 제대로 자료를 안 냈다간 '감사원법'에 의해 바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결국 '처벌'이 뻣뻣한 공무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소나기만 피해가자'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국회 혐오'라는 포퓰리즘에 기생하고 있다. 국회 의원실과 기관간에 '자료 제출'로 인한 마찰이 국회의 일방적인 '갑질'로만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국회 보좌진이 국감 자료를 달라고 공무원들에게 말로 윽박지르고 싸우는 현 상황은 국민에게도 도움 안된다.

'이유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기관이나 공무원들은 '법대로' 처벌하는 시범 케이스라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장기적으론 개헌도 필요하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은 1990년대부터 여야 할것없이 국회가 요구해 왔던 일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일부 의원들의 무리한 행태가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국감 자료제출은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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