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중도'에 '호남'까지 정치 입지 강화…총선 이후 역학관계 주목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호남의 사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구태정치로 평가절하하면서 '호남 대변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호남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대표가 호남 대표주자로 본격 등극할 경우, 총선 이후 당내 역학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27일 이틀째 호남일정을 소화한다. 광주광역시에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경제살리기 연석회의 등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26일에는 영광, 무안, 목포, 여수, 순천, 광주 등을 차례로 돌며 지원유세를 하는 강행군을 했다. 본격적인 호남민심 잡기에 나선 셈이다.
이번 총선을 '박근혜 정권 경제심판 선거'로 규정한 김 대표이기에, 경제민주화가 연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핵심은 '정치'에 있었다. 일관되게 '호남 기득권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동시에 자신의 '친노 바지사장론'을 일축하는 메시지들을 남겼다.
김 대표는 순천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기득권 호남 정치인들이 자기들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특정인의 욕망에 편승, 새로운 정치를 이룩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서 호남의 분열 양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목포에서는 "호남에서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말로는 다른 사람에게 패권 운운하면서 본인들이 패권을 유지해왔다"고 일갈했다.
친노 바지사장론 일축과 관련해 무안에서 "나는 바지사장 노릇 못한다. 특정인을 위해 제가 여기와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듯 "마치 대통령 후보가 이미 다 정해진 것처럼 그런 생각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말했다.
동시에 "내가 당에 있는 한 호남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이라며 자신이 호남의 대변자 역할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분당사태 이후 더민주에 마땅한 호남 대표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대표 자신이 '호남의 간판'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김 대표의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고향이 전북 순창이다. 김 대표와 함께 한 전남의 일부 후보들은 지지자들에게 "김 대표도 호남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김 대표의 호남 메시지는 '안철수 비판'과 '문재인 거리두기', 그리고 '호남 대변자 김종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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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 더민주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더민주가 호남에서 대결해야하는 국민의당의 간판이다. 국민의당에는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주승용 의원 등 '호남맹주'들이 즐비하기도 하다. 더민주의 과거 '호남홀대론'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나를 믿어달라. 과거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거듭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거리두기 역시 전략적이라는 평가다. 문 전 대표는 수도권과 영남에서 인기가 높은 명실상부한 당의 대표주자지만, 호남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대신해 김 대표가 나서는 게 오히려 호남 공략에 이로울 수 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상호보완하는 모습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역학구도에 초점이 모아진다. 김 대표가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호남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입김은 더욱 강해진다. 특히 호남에서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승리할 경우, 당의 호남공백을 메운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굳건해질 수 있다. 김 대표 자신의 원내진출은 사실상 확정됐고, 김 대표와 가까운 진영·이용섭·박경미·최운열 후보 등의 당선 확률도 높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미 대선까지 자신의 역할론을 예고했다. "당 정체성 변화 없이는 수권정당이 불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당의 주류 세력에 대한 경고다. 중도를 대표하는 이미지에 '호남 대변자'를 더하고, 따르는 의원들마저 늘어날 경우 총선 이후 정국에서도 김 대표의 영향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이뤄진 기자들과 만찬자리에서 총선 후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 "내가 지금 이 짓하는데도 욕먹고 있는데, 그 곤욕의 과정을 왜 내가 치러야 하나"고 일축하면서도 "내가 문재인 전 대표의 대리인 노릇하려면 여기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운동권적 사고방식으로는 당 운영을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