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JSA 귀순 병사가 보여준 현실, 그리고 숙제

[기자수첩]JSA 귀순 병사가 보여준 현실, 그리고 숙제

박소연 기자
2017.11.17 06:06

[the300]

지난 13일,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북한군 1명이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것이다. 귀순은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북한군 추격조가 40여발의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쫓아오자 우리 군도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우리 장교들이 총상을 입고 쓰러진 북한군에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현재 2차 수술을 마친 귀순 병사의 생사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 군의 대응을 문제삼지만, '위기의 한반도'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그보다 큰 시사점을 던진다. 비극적 휴전의 현실과 우리 군이 처한 무력한 현실, 이 두 가지 '불편한 진실'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북한군의 귀순은 종종 있었다. 지난 6월23일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최전방 중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군 GP(최전방 감시초소)로 귀순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않았다. 이번엔 2007년 9월 이후 10년 만의 JSA를 통한 북한군 귀순인 데다, 1984년 이후 33년만에 벌어진 판문점 총격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특히 당시 40여발의 조준사격 상황과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의 수술 집도가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북한군의 잔혹함이 재조명됨과 동시에 귀순 병사의 생존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체제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이 병사가 처한 비극적 상황은 우리가 평소 잊고 사는 휴전의 현실을 드러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우리 군이 북한군의 총격에 대응사격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우리 군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전협정 교전규칙상 JSA에서 무력사용은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해 우리 군의 임의적 대응이 불가능하다. 남북 간 통신망이 끊겨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항의하기도 어렵다.

북한 이슈가 늘 그렇듯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귀순 병사의 입장에서 그의 생존을 한목소리로 응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분단 70년, 통일이 헛된 구호 취급을 받는 오늘도 JSA에는 남북 병사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우린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