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거수기 탈피해야"…사외이사 손보는 상법 개정안

[MT리포트]"거수기 탈피해야"…사외이사 손보는 상법 개정안

이재원 기자
2018.03.19 04:02

[the300][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4]임기 제한, 임명 제한 연장 등…전문성 사라진다는 반론도

1998년 증권거래법에 첫 등장, 2009년 개정 상법에 도입. 어느덧 20년째인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을 견제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전문가들이 기업 경영에 다양한 시각을 제기하고 감시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매년 주총 때만 되면 독립성 논란이 일었다. 기업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연봉만 챙기며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꾸준하다. 무엇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제도 도입 취지를 되살리자는 시도가 이어진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강하게 발의된 사외이사제도 개선 법안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이다.

‘김종인 안’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 후보추천위원회의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상장회사와 계열회사의 전직 임직원이었던 이들은 5년간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현재 임명 금지 기간은 2년이다. 임기 제한이 없던 일반 사외이사 임기도 6년으로 정했다.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각 1인 이상 추천하고 추천위원회에서는 이들 후보 가운데 각 1인 이상을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도 담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5명 중 1명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파격적 법안이었다. 당시 당 정책위원회가 강하게 추진했고 12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했지만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치며 뒷전으로 밀렸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6년 내놨던 상법 개정안 역시 맥을 같이한다. ‘채이배 안’은 해당 상장사 또는 계열사에서 5년 이내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임직원을 결격 사유로 추가했다. 임명 금지 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늘린 ‘김종인 안’과 같다. 여기에 해당 상장회사에서 6년, 계열사에서 9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도 결격사유로 포함했다. 사실상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한 셈이다

또 6개월 전부터 계속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부여하고 이 주주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는 반드시 선임하도록 했다. 주주들의 의견반영과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채 의원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 중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2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라며 "특히 계열사 출신, 소송대리 및 회계감사, 정부 및 채권단 출신과 같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10% 이상으로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경영 투명성과 건정성 제고 등에는 동의하지만 효율성이 문제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해당 법안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전문위원들은 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결격요건 강화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상 해당 업종과 무관한 사외이사를 영입하게 되면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은 공통적으로 '거수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결격 사유를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전문성을 상실한 사외이사를 양산할 경우 진짜 거수기의 양산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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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기자

머니투데이 티타임즈 이재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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