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노(No) 아베는 아니다. 아베가 없으면 (한일관계가) 잘 될 것이란 생각은 오해다. 아베가 없어도 큰 차이가 없다.”
지한파로 꼽히는 마이니치신문 중견 언론인이 지난주 한일기자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마치며 강조한 말이다. 일본에서 만난 여러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했다.
최근 강제징용 문제로 한일갈등이 극단화·표면화됐지만 그 기저엔 일본의 쇠퇴·한국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일본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한일관계를 설명하며 공통적으로 ‘일본의 경쟁심·방어기제· 피해의식’이란 단어를 썼다.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가 2010년대 들어 본격화했는데 일본이 중국에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자리를 내 준 시점(2010년)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노 담화·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자취를 감춘 것도 그래서라고 봤다. 지난 7월 역사와 경제를 엮은, 일본의 전례없는 결정도 ‘여유를 잃은’ 일본의 견제가 노골화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흐름 속 한국 정치권의 반일 메시지에 일본 여론이 더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일본 정치권도 이 여론에 편승하는 악순환이 굳어졌다고도 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옛 세대들에겐 ‘이젠 한국에 밀리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도 “일본이 강할 때는 여유가 있었는데 2010년대 들어 많이 비판적으로 바뀌었다”고 부연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의 재집권이 한일관계 악화의 부분적 원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일본의 이런 여론이 ‘일본을 되찾겠다’는 구호를 내세운 아베 총리 집권이란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다면 강제징용이라는 큰 산을 어렵사리 넘는다 해도 이보다 더한 난제에 언제 또 봉착할 지 모른다. 현안해결을 위한 전술 뿐 아니라 일본의 현재를 파악해 대처하는 장기 전략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