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SSN·이하 원잠)을 두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내 조율이 길어짐에 따라 한미 간 관세·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에너지부와 상무부가 각각 핵 비확산 기조 유지와 미국 내 원잠 건조 등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안보 팩트시트에 '핵연료' 공급 방안 없이 '원잠' 건조에 협조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문구가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와 미국 전쟁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잠 관련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으나 미 에너지부와 상무부, 국무부 등의 세부 검토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민감기술 이전 및 통제 등과 관련해 회의적 입장 고수 뿐 아니라 미국 내 원잠 건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원잠 건조 위치를 두고 이견이 있음을 나타냈다. 안 장관은 지난 9일 KBS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원잠 지원은 우리가 건조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점을 의미하느냐'는 질의를 받고 "그냥 지원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지원, 파지티브(positive)라고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안 장관이 방송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국내 건조'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원잠 건조'에 대한 미측의 전반적인 지원 의사를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 내 원잠 건조'를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은 원잠을 어디에서 건조할지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미 에너지부는 그간 '핵 비확산' 정책을 고수하며 원잠에 회의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잠에 들어가는 핵연료인 '우라늄'은 원전을 돌리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만 농축 정도에 따라 핵무기까지 전용 가능한 물질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평화적 목적에 한해 미국과의 서면 합의가 이뤄질 경우 '우라늄-235'를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다. 우라늄-235를 80% 이상까지 농축할 경우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핵무기로 쓸 수 있어 핵 비확산을 원하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협정을 체결해 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는 "미 에너지부와 그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에 핵연료 관리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동관리 모델을 제안해야 한다"며 "미 의회엔 한미협력 확대를 통한 고용 창출 등 실익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 국무부 소관이어서 후속 검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번 안보 팩트시트에 '한국의 원잠 도입을 위해 양국이 협력한다'는 정도의 원론적 내용만 담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한미 실무당국이 장기간 후속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원잠 건조 장소와 핵연료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독자들의 PICK!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의 핵연료를 공급 받으려면 원자력 관련 법에 따라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한국에서 원잠을 건조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구상이라면 단순 북한 대응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전략 차원에서 우리의 역할을 더욱 부각해 의회와 행정부 등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자력추진잠수함(SSN)이란?
잠수함(Submarine)을 뜻하는 'SS'와 원자력추진(Nuclear powered)의 'N'을 붙여 SSN이라고 부른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활용하며 핵폭발 장치 등으로는 볼 수 없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지 않는다. 한국은 추후 SSN 개발 시 NPT 체제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에 협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