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5대5의 도시, 서울

[우보세] 5대5의 도시, 서울

우경희 기자
2025.12.18 05:00

[the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2025.12.12.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2025.12.12. [email protected] /사진=김근수

민선 서울시장 10번의 선거 결과는 진보와 보수가 정확히 5대5였다. 진보진영에서는 1995년 조순, 1998년 고건, 2011(보궐)·2014·2018년 박원순이 이겼다. 보수진영에서는 2002년 이명박, 2006·2010·2021(보궐)·2022년엔 오세훈이 선택받았다.

내년 6월에 어느 쪽이 이기든 잠시 균형이 깨진다. 그럼에도 30여년 간 선거 결과가 5대5 동률이라니. 우리 정치사에 흔치는 않은 사례다. 한 서울 지역구 여당 의원은 말했다. "5대5라는 투표 결과만 놓고 서울이 중도라고 보면 잘못 이해한 겁니다. 서울 유권자들은 매번 다른 잣대를 들이대거든요."

무슨 뜻일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박영선 vs 오세훈), 2022년 대선(이재명 vs 윤석열), 2022년 지방선거(송영길 vs 오세훈) 등 불과 2년 사이 벌어진 3연전의 결과를 통해 해석해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통계 분석에 따르면 당시 3차례 선거에서 서울 정치의 바로미터 격인 종로·중구·마포·동작·영등포 득표율(이하 %)은 다음과 같다.

종로구에선 민주당이 41.0→45.8→40.1, 국민의힘 54.9→48.9→56.8이었다. 중구는 민주당 39.7→45.0→39.5, 국민의힘 56.4→50.5→57.8이다. 마포구에선 민주당 40.3→46.0→40.5, 국민의힘 54.7→48.5→56.1이었다. 동작구에선 민주당 39.8→45.3→39.9였고 국민의힘 56.1→50.0→57.7이다. 영등포구에선 민주당 38→44.2→37.9, 국민의힘 57.9→51.2→59.6이다.

패턴을 보면 가운데 2022년 대선만 크게 다르고 2021년 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 결과는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와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은 다른 기준으로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지난 20년 간 서울의 어젠다는 늘 바뀌어왔다. 2002~2010년엔 성장·개발, 2011~2018년엔 복지·생활, 2022년 이후엔 부동산이었다. 하지만 서울이 선호해 온 시장의 유형은 일관된다. 거의 관료형, 경영형, 복지형이다. 국회를 주름잡던 정치 거물들은 대부분 시청 문턱에서 돌아섰다. 서울 유권자들은 결국 집과 출퇴근, 생활과 안전을 기준으로 시장을 선택했다.

서울 탈환을 위해 여당은 대규모 경선을 준비 중이다. 내로라하는 중진들이 출사표를 던지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늘 그렇듯 서울시장 선거는 이념이나 가치, 정권 프리미엄에만 기대면 필패다.

야당은 현직 시장 오세훈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하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서울은 늘 '다음 숙제'를 묻는다. 유권자들에게 새롭고 큰 화두를 던지지 못한다면 5대5의 균형이 어느 방향으로 무너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서울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실리와 실용의 도시다. 서울시장 투표함 바닥엔 언제나 정치표가 아닌 집과 도로 등 생활의 표가 남아 있었다. 여의도의 방식으론 서울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직시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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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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