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그간 양적 확대에 방점이 찍혔던 여성의 정치참여가 질적으로 확대되는 원년을 만들겠습니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익숙한 정치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 모임 한국여성의정 상임 대표에 23일 취임했다. 4선 의원으로 헌정사 첫 여성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을 지냈다. 상임대표로 준비된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취임을 앞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한국여성의정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만난 박 상임대표는 여성 정치참여의 양질전환을 화두로 제시했다. 관련 법제화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정 향후 10년 비전으로 '젠더 입법 허브'를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취임 각오를 말씀해달라.
▷여성 정치참여를 질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탄생했는데 2014년에 개정된 헌법을 통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게 주효했다. 이 개헌을 통해 멕시코는 남녀 의원을 동수로 두고 있다. 연방과 지방의회 모두 남녀 동수다. 그런 조치를 하고 나니 10년 후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발의한 법이 바로 남녀동수법이었다. 그 법의 법제화 등에 더 매진할 생각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사회에 여성을 한 명 두도록 하는 법이 최근 생겼지만 숫자 자체가 너무 적다. 우리 사회 주류에 아직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더디다. 그런 부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지수로 관리돼야 한다.
-여성 정치참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지방선거의 차별점이 있을까.
▷아직 여성 공천 비율을 보면 나아진게 없다. 그럼에도 경기도지사에 여성 지사가 처음으로 나오는 상황이 됐다. 거기엔 의미를 좀 둘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엔 지방선거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나 생활정치 등 이슈에 방점이 찍혔는데, 요즘은 지방소멸이나 인구감소 등 위협요소에 더 시선이 간다. 어쨌든 이런 오래된 개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적 미래 의제를 주도하는 '로컬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로컬 리더십은 경제산업적으로 지방의 특성을 살리자는 거다. 중기부장관 시절 부산에 블록체인 규제자유구를 뒀고, 강원도엔 원격의료에 특화한 규제자유특구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게 그 지역의 경쟁력이 됐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도시가 굉장히 강화됐다. 이런 국가적 어젠다에 기반한 로컬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여러모로 경색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해소를 위해 한국여성의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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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여성의정의 표어 가운데 '여성의정엔 여야는 없다. 여성만 있다'는 게 있다.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성의정이 좀더 여야간 대화를 유도하는 플랫폼화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국여성의정은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하는 굉장히 유니크하면서도 의미있는 단체다. 여성의정이 우리 정치권의 젠더 의제를 주도하는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 그렇게 만들겠다.
-여성문제에 깊은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내가 MBC 기자로 처음 입사했을때, 여성 화장실이 없었다. 여성 화장실은 1, 3, 5층에만 있는 식이었다. 굉장한 쇼크였다. 국회에 와서 2007년에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촉진법을 발의했다. 일·가정양립, 가정친화기업 인증 관련 최초의 법안이었다. 그러자 당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서 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정말 놀랐다. 내가 여성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늘 한계를 넘어왔다. 쉽지만은 않았을 듯 하다.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인정받기 위해 두 배로 일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오류가 생기면 여성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더 부각되고 비판받는 경우가 있었다.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주변에 여성 동료들이 많지 않아 외롭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게 또 하나의 도전 계기나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뉴시스 창사 24주년 기념 '10년 후 한국' 포럼에서 세션1 혁신,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2025.10.20.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209273812698_3.jpg)
-최근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인정받는 정치인이다. AI가 정치에 어떻게 활용돼야 할까.
▷작년 7월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크AI, 즉 AI가 진보적인 개념을 학습하는걸 방지하는 행정명령을 통과시켰다. 다양성이나 소수민족, 여성 우대 등을 AI가 너무 공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중립을 지키라는거지만 사실 굉장히 정치적인 행위다. 보수화하겠다는 거다. AI시대엔 그런 점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제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AI에이전트 시대가 되면 온톨로지(존재론·관계탐구) 연구가 중요하다.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에 관계성을 하나 더 입력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를 연구하는 거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에서도 K온톨로지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있다. 이걸 해내면 AI할루시네이션(착시)을 확 줄일 수 있다. 의료, 과학, 재난방지, 제조데이터, 국방 등 5개 부문에선 반드시 K온톨로지가 구축돼야 한다.
-전략경제자문단은 어떻게 운영되나.
▷14개 아이템을 선정했다. 2027년에 대한민국이 밀고나가야 할 새 혁신전략경제 분야들이다. 각 부처와 협의해서 내년도 예산이 뒷받침되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말한 K온톨로지,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의 준비 등도 주요 과제다. 그리고 지금은 전북과 해남, 제주 등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센터의 데이터들을 표준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런걸 하나로 엮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할거냐를 주제로 한다. 자문위원이 60명 정도 되는데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젠더 갈등이 계속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젠더갈등은 아주 심각한 사회 이슈다. 지난 2022년 대선때 윤석열을 앞세운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며 젠더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굉장히 잘못한 일이다. 경제가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기회가 줄어드는데서 이미 젊은 세대들은 생존갈등에 직면해 있었다. 그걸 정치적 어젠다로 만들었다. 그걸 악용해 표계산을 했다는 거다. 대단히 잘못됐다.
한국여성의정은 남녀 갈라치기 문제를 포용적 리더십으로 끌고가는 중요한 하나의 중심이 돼야 한다. 박탈감이 최근 젊은이들을 보수로 몰아간다는데도 동의한다. 생존적 갈등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기회를 열어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
[한국여성의정은...]
올해로 설립 13년을 맞았다.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의장 산하의 사단법인이다. 향후 10년 비전으로 '젠더 입법의 허브'를 내걸고 젠더 이슈 뉴스레터 발행, 젠더 입법 네트워크 구성,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