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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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됩니다. 조용히 있는 게 상책입니다." 얼마 전 중견 생활가전업체 마케팅 임원에게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선두를 차지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의아한 생각에 이유를 물었다. 사정은 이랬다. 시장에서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 회사는 과거에도 대기업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자체 실적 집계 결과이긴 하지만 그 때마다 경쟁 대기업은 어김없이 자금력과 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30% 수준의 대규모 가격할인 등 프로모션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이 업체는 고스란히 대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해 매출과 수익이 곤두박질치는 타격을 입었다. 이 관계자는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선 어디든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갑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도를 넘어서면 갑을 간 양극화는 점점 심화된다. 더 가진 자는 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창업기는 한 편의 신화다. 1941년, 19살 나이로 당시 면서기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합쳐 총 매출 89조원(한국 83조원·일본 5조7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그룹을 일궜다. 신 총괄회장은 1949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샤롯데'의 이름을 빌려 일본 롯데를 설립한다. 1966년 고향 한국에 진출하며 25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한국인들은 신 총괄회장이 만든 껌을 씹고, 초콜릿을 먹고 자랐다. 롯데가 세운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고, 야구단 롯데자이언츠 성적에 때로는 환호를 때로는 탄식을 하며 살았다. 한 때 유행했던 '연예인의 하루'를 롯데에 적용시켜도 무리가 없다. 롯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 살면서 롯데칠성음료가 만든 캔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롯데마트에서 산 식재료로 아침을 먹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음료수를 사 들고 지하철을 탄다. 점심 식사 후에는 엔젤리너스 커피를 마시고,
지난 7월25일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 공연 중 OK GO 무대에서 한 외국인이 담배를 입에 물자, 옆에 있던 한국 친구가 “여기서 피면 안된다”는 신호로 고개를 저었다. 이 외국인은 상관없다는 듯 불을 붙여달라고 했고, 그 자리에서 끽연을 했다. 주위에 어떤 이도 군중 속 ‘그의 흡연’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 외국인은 흡연을 마친 뒤 군중 속으로 파고들어가 미친 듯이 춤을 추며 관객 한명 한명을 이어 붙여 기차놀이를 완성했다. 흡연도 하고, 마음껏 몸을 흔들며 노는 현장이 ‘페스티벌의 본질’인데, 관객들은 그간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무의식의 규율과 눈치 때문에 내재된 욕망을 억제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문화 자유’의 물꼬를 튼 외국인의 행동에 우리는 그제서야 ‘동참’했을 뿐이다. 어느 순간, ‘통제의 그늘’이 문화에도 침범했다. 수만 명이 모여 가장 자유로운 행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페스티벌에서조차 감시와 통제, 규율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가수 장기하가 26일 록페스
1987년 6월29일. 당시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는 특별선언을 내놓았다.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국민들의 분노가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6.29선언'으로 남은 이날의 발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사건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해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선 국민들의 바람과 달리 야권의 후보단일화 실패로 평화적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닌 셈이다. '6.29선언'처럼 거창한 사안은 아니지만, 금융투자업계(금투업계) 입장에서 보면 지난달 29일(6월29일)에도 정부의 중요한 발표가 나왔다. 해외주식형펀드(해외펀드) 비과세가 포함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이다. 그 동안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업계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해외투자가 필수라며 국내주식형
중국과 서울·제주를 연결하는 중국의 저가항공사(LCC) '춘추항공'은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 여행자에게 항공권을 더 싸게 판다. 통상 단체관광 요금이 저렴한 만큼 항공권도 쌀 것 같지만 춘추항공은 그 반대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체 항공권 값이 더 비싼 이유를 단순 명료하게 설명했다. 우선 단체 관광객은 일회성 고객인 반면 개별 여행객은 2~3회 반복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자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더 저렴한 값에 항공권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 단체 관광객들은 기내 짐칸이 부족할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한다. 항공사들이 운항 안전을 고민해야 할 정도다. 개별 여행객에게 싼 값에 항공권을 팔아야 개별고객과 단체고객 비중을 50대 50으로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다. 이 항공사의 얘기가 귀에 쏙 들어온 건 최근 한국 관광시장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어느 한 국가에 치우치지 않아야 하는데 3~4년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증
# 하이닉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기업이지만 채권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문을 닫았을 회사들이다. 하이닉스는 한때 채권단도 포기하고 해외 팔려고 내놓았던 회사였다. 하이닉스 해외 매각을 놓고 TV 토론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별로 없다. 정부의 압박이든, 스스로의 판단이든 채권단은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을 버리지 않았다.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두 회사가 정상화되고 새 주인을 찾으면서 채권단은 출자전환한 주식으로 짭짤한 이익을 올렸다. 은행들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두 회사 주식을 시장에 팔아 이익 감소분을 메웠다. 지난 5월엔 수익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하이닉스 주식을 팔아 1000억원을 마련했다. 모 은행장은 연임 여부가 걸린 본인 임기 말에 팔려고 아껴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두 회사는 은행들의 히든카드였다. # 언제부턴가 하이닉스, 현대건설 같은 '효자' 구조조정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워크아웃,
'너무 좋다.' 틀린 말이었다. '정말 좋다, 매우 좋다'로 써야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국립국어원이 부정적으로만 사용된 '너무'를 긍정적으로 쓸 수 있게 허용했다. 고백하건대 너무가 긍정에 쓰이든, 부정에 쓰이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부사를 기사에 쓸 일도 별로, 아니 거의 없다(기사체엔 형용사나 부사를 최대한 배제한다). 단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구어적 표현일 뿐이었다. 말로는 "너무 좋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국립국어원의 발표에 쏟아지는 관심들. '맞춤법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 신기하기도 하고 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너무 좋아요'가 넘치는 세상에서 '매우 좋아요' '정말 좋아요'로 고쳐 써야 맞다고 하는 건 '2% 부족한 맛'이었다고나 할까. 일단 국립국어원의 결정에 찬성이다. 이와 더불어 국립국어원은 '이쁘다' '니가'도 표준어로 등재하는 것을 고민 중이란다. 현실과 괴리된 부분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예쁘다' '네가
시내면세점 입찰전쟁이 끝나던 지난 10일 유통업계에는 환호와 실망이 교차하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입찰에 승리한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소회와 계획을 담은 공식자료를 배포하고 출입기자들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자들도 실무진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문제는 탈락한 기업들이었다. 기자는 이날 휴대전화를 들어다 놨다를 반복했다. 올 상반기 재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승부, 6개월간 사활을 건 싸움에서 진 기업들의 좌절감과 충격이 얼마나 클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 위로만으로는 그 무게가 가볍고 공허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당일 연락을 자제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 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 지 등을 취재해야 하는 현실과 직면했다. 결국 몇몇 기업의 임원, 실무진과 통화했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그들은 "몇개월간 밤잠 못자며 준비했는데 왜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미 우승자가 정해져 있는 리그에서 들러리를 선 것
"○○경찰서에 따르면 (줄임)… 파상풍, 소화마비 등 예방접종을…." 수개월 전 나온 기사의 일부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위와 같은 기사가 우수수 쏟아진다. 어딘가 어색하다. '소화마비'는 물론 소아마비를 잘못 쓴 말이다. 어떻게 된 상황일까?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복기하긴 어렵지만, 보도자료가 나왔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경찰서 출입기자의 분석이다. 당시 A언론사는 위 기사를 오전에 올렸다. 그리고 이후 다른 언론사들의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수십 개 이어졌다. 복제된(?) 기사에는 틀린 단어 '소화마비'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A사는 몇 시간 후 틀린 낱말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은 기사는 많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인 실수는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아마 남의 기사를 'Ctrl+V(복사)'해서 가져가면서, 충분히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달에는 미국 명문대 두 곳에 동시 합격했다는 한인 여학생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
“세계 어느 나라에서 국회가 주파수 정책을 결정하나.” 700㎒ 주파수 대역을 초고화질(UHD) 방송 용도로 주자는 국회 의견에 전파 학계마저 단단히 뿔났다. 최근 한국전자파학회 주최의 ‘700㎒ 정책 토론회’는 국회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115개국이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거나 확정했다. 우리나라만 방송용으로 재할당하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다는 지적부터 국회가 700㎒ 주파수 분배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행정부 권한 침해를 넘어 ‘의원들의 사익 개입’이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의 반응은 여전히 모르쇠다. 심지어 재난망 용도를 제외한 700㎒ 전체 대역을 방송용으로 주고,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통신용을 찾아보라고 요구한다. ‘국회가 지상파 방송(지상파)을 일방적으로 편든다’는 비판을 오해라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명분은 ‘보편적 서비스’와 ‘공익’이다. ‘지상파=공익’, ‘통신사=사익’이라는
지난주 서울 명동을 걸을 기회가 있었다. 인산인해로 붐비는 거리를 요리조리 피해 걷는 게 피곤해 언제부터인가 피했던 길이다. 그랬던 명동이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모처럼 산책 아닌 산책을 즐기려니 손님 없이 텅 빈 화장품 숍과 옷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편치 않았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던 상점직원들은 무더위에 부채질만 하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메르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의 경기도 싸늘히 얼어붙었다. 6월 말 현재 메르스 때문에 방한을 취소한 외국관광객이 14만여 명. 그에 따른 관광수입 손실분도 1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적어도 8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HSBC투자은행은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 정도 더 감소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반면 엔저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최대 1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번 바뀐 트렌드는 다시 되돌려놓기 어렵다. 2018년 외국인관
최근 지배구조를 주로 다루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에 관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문제제기가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물었다. 그는 그냥 빙긋이 웃기만 했다. '뭐 다 알면서 물어보냐'는 뜻인지, '내 상황에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둘 다 내포한 것인지 아리송했다. 삼성물산이 저평가 된 반면 제일모직은 고평가 돼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수혜자고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라는 게 엘리엇의 주장이다. 과거 삼성물산을 분석한 증권사 리포트를 찬찬히 훑어봤다. 4월 초부터 합병을 발표한 지난달 26일까지 30개가 조금 넘는 리포트의 절반 이상이 삼성물산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 어닝 쇼크 등 부정적 내용이었다. 이 중에는 계열사 보유 지분 가치와 시가총액간 괴리를 들어 매수를 권유하는 리포트도 있었다. 대략 실적과 다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보유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으로 요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