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부추기는 특허제도 개선 시급…글로벌 시장 경쟁력 우선 고려해야

시내면세점 입찰전쟁이 끝나던 지난 10일 유통업계에는 환호와 실망이 교차하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입찰에 승리한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소회와 계획을 담은 공식자료를 배포하고 출입기자들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자들도 실무진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문제는 탈락한 기업들이었다. 기자는 이날 휴대전화를 들어다 놨다를 반복했다. 올 상반기 재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승부, 6개월간 사활을 건 싸움에서 진 기업들의 좌절감과 충격이 얼마나 클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 위로만으로는 그 무게가 가볍고 공허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당일 연락을 자제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 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 지 등을 취재해야 하는 현실과 직면했다. 결국 몇몇 기업의 임원, 실무진과 통화했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그들은 "몇개월간 밤잠 못자며 준비했는데 왜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미 우승자가 정해져 있는 리그에서 들러리를 선 것 같다" 등 참담한 심경을 쏟아냈다.
단순히 패자의 투정이 아니다. 선정 방식과 입찰 과정을 살펴보면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지난 2001년 2조원에도 못 미치다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 2010년 이후에는 연평균 20∼30%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경기 침체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면세점으로 돌파구를 찾고 싶은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시장 논리다. 하지만 정부가 특허권을 쥐고 사업자를 제한하면서 입찰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 급기야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 장사를 한다', '청와대 마음을 사야 면세점 특허를 딸 수 있다'는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장은 들끓고 있는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공정한 심사를 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번 시내면세점 사업자 전정을 계기로 3000억원 투자와 4000여명 고용이 새롭게 생겨나고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조기 달성할 것이라는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무리한 경쟁을 부추기는 면세점 특허권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세계 최대 규모 면세점을 연 중국, 도심 곳곳에 2만개 가까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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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끼리 밥그릇 싸움하게 만드는 입찰제도가 '손톱 밑 가시'같은 규제까지 없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인가. 면세 사업자 선정을 놓고 6개월 내내 온 재계가 들썩이는 것이 정상인 지 묻고 싶다. 조만간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사업장 4곳을 놓고 면세점 입찰전쟁 2차전이 예고된 현실이 더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