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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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탄소 기타를 잡은 모습이 다음날 신문 1면의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이 장면은 보수적이고 모범적인 그간의 박 대통령 이미지를 단박에 날려버리는 '모종의 신선함'이 배어있기 충분했다. 기타라는 악기가 태생적으로 '삐딱함'의 상징으로 비쳐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록이 음악의 주류 장르로 떠오른 것도, 클래식이 팝으로 전환된 것도 바로 기타라는 악기의 등장 덕분이다. 여러 사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코드'(Chord)를 잡고 있는 박 대통령의 손이었다. 기타에 손을 두루뭉술하게 얹고 있는 신문 속 사진 모습과 달리, 고개를 숙이고 자못 진지하게 연주하려는 동작의 사진 속에는 박 대통령이 G코드를 '정확히' 짚고 있었다. 7음계 중 솔을 근음으로 하는 G코드는 여성의 톤에 맞는 기본 코드이자, 기타를 시작하는 입문자들이 꽤 까다로워하는 코드로 통한다. 기타 1번 줄과 6번 줄을 동시에 잡아야해서 손가락 훈련이 제대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못가니까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갈 수 있게 아빠에게 인솔자 역할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오케이 했죠. 지금 딸은 친구 3명과 함께 내년 1월 떠날 싱가포르 배낭여행을 인당 135만원의 경비 내에서 스스로 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소재 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서동일 씨의 얘기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학교마다 수학여행을 포기하니 학생들이 나서서 '아빠와 가는 수학여행'으로 대체한 사례다. 수학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들이 평상시 대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과 문화를 실제로 보고 들으며 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교사의 인솔 아래 실시하는 교육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서울 경기도내 학교들은 올해 수학여행을 절반 이상 포기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1301개교 중 올해 수학여행을 안가기로 결정한 곳이 874개교로 67%에 달한다. 서울시내 초·중·고교 수학여행은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학부모의 동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가 21일 주파수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미방위는 소위를 통해 방송·통신업계의 화두인 '700㎒ 주파수' 대역 용도 배정 문제를 포함해 주파수 정책 전반을 논의키로 했다. 국민의 대표이자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가 공적 자산인 주파수 정책 전반을 논의해보는 것은 언뜻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만일 특정 이익집단을 고려한 정치적 목적이 결합돼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할 것 없이 지상파 방송을 편드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700㎒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 혹은 초고화질(UHD) 방송 용도로 배정할 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인데 반대 의견을 검토하거나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공통의 문제제기를 하는 발언을 듣기 어려웠다. 소위 구성에 합의한 21일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주파수 심의위원회에서 재난망 확정에 편승해 통신용 예비 주파수를 확보하려는 노
감자칩 하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태제과가 내놓은 '허니버터칩'이 주인공이다. 8월 출시된 이후 100일 만에 50억원 매출을 돌파하더니 연말까지 100억원은 거뜬히 넘길 기세다. 제과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 이후 월 10억원 매출이면 성공으로 평가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판매 매장 공유와 맛 후기 등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없어서' 못 판다.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면서 올해 최고 '핫한 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에는 허니버터칩과 관련한 루머도 줄을 잇는다. 판매처 직원이 빼돌려 '매점매석'을 한다는 설, 개당 1500원짜리 과자를 5개 5만원에 판다는 설, 공장에 불이 나 생산이 중단됐다는 루머도 떠돈다. 물론 사실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만큼 허니버터칩에 대한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물량은 더욱 달린다. 평소 감자칩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어떤 맛이길래'라는 호기심 때문에 '허니버터칩 구하기'에 열을 올린다. 강원 원주소재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고 미지의 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욕도 없고 익숙한 과거와 헤어지기도 싫다면 그 기업은 21세기에 번영할 수 없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최근 글로벌 성장성 약화와 3분기 실적 부진, 한국전력 부지 고가매입 논란에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했던 현대차에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라면 벼랑 끝에 내몰린 지금이 오히려 '퀀텀점프(대약진)'를 이뤄낼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알프레드 노벨의 일화도 살펴볼만하다. 프랑스의 한 신문은 노벨의 부고 기사를 내면서 '죽음의 상인'이라고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형(루드비히 노벨)의 죽음을 착각한 오보였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냉정한 평가에 노벨의 마음이 움직였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번 돈을 좋은 일에 쓰기 시작했고, 재산의 94%를 기부해 노벨상을 만들었다. '죽음의 상인'으로 끝날 뻔했던 삶이 후
까짜 마마(러시아어로 엄마란 뜻)를 만났다. 지난 달 30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방한한 연해주 한글교육센터 학생과 교사 48명이 서울 창경궁을 둘러보러온 3일이었다. 사회적기업 바리의꿈 된장, 청국장을 사면서 받아 보는 소식지에서 까짜 마마 이야기를 읽었던 터라 반갑게 인사했더니, 그는 “나를 알아요?”하고 의아하게 물었다. 여차저차 이어진 설명을 듣자 63세 할머니는 해맑게 웃으며 소녀처럼 팔짱을 꼈다. “다음에 볼 땐 내가 꼭 기억할거야.”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까짜 마마는 1998년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다. 까짜 마마의 할아버지는 77년 전 소련 정부로부터 ‘일본인 첩자’란 누명을 쓰고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연해주 고려인 18만 명 중 한 명이었다. 고려인 특유의 근면함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자리 잡았던 그의 가족은 소련 붕괴 후 격변 속을 겪은 후 다시 뿌리를 찾아 연해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재정착은 쉽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도 동쪽 끝자락인 연해주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국민은행의 역사에서 끝이 좋았던 CEO를 찾기 어렵다. 고 김정태, 강정원, 민병덕, 이건호 행장 등 4명의 은행장과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회장 등 3명의 회장이 거쳐 갔지만 징계를 받지 않은 최고경영자(CEO)가 없다. 그 중 5명(고 김정태, 강정원, 이건호 행장, 황영기, 임영록 회장)은 모두 중징계를 받아 임기 전에 자리를 내놨다. 그래서 KB금융을 'CEO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누구는 KB금융을 'CEO 5명이 죽어 나간 흉가'라고 칭했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 그는 스타가 사라진 금융권에 '스타 CEO'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상고 출신으로 은행에 입행해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차석(시위 경력으로 최종 임용은 안됐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 부대표, 통합국민은행 CFO와 KB금융 부사장. 그리고 결국 KB금융 회장에까지 올랐다. 인생 자체가 흥행 요소를 갖고 있다. 두 명의 자녀 중 딸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 상인들은 요즘 연신 싱글벙글이다. 시장 안에 있던 기업형슈퍼마켓인 이마트 에브리데이(SSM)가 지난 9월 매장에서 신선식품을 모두 철수한 이래 과일이나 채소, 수산물 등을 파는 상인들의 매출이 2∼3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원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중장년층 단골고객 외에 20∼30대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각 점포에는 젊은 손님들이 즐겨 찾는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같은 고급 채소와 열대 과일이 등장했다. 신세계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신선식품을 철수시키면 매출이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10% 줄어드는데 그쳤다. 고객수가 감소하지 않은데다 신선식품이 빠진 자리에 대체 상품들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 과정에서 고객 뿐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의 의견까지 반영했다. 손님들이 많이 찾지만 전통시장에는 없는 품목을 간추려 매장을 꾸몄다. 애견용품과 문구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스포츠용품 등이 대
애플 '아이폰6'가 국내 출시된 지난 금요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팀 쿡이었다. 그가 칼럼을 통해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며 '커밍아웃'한 것. 팀 쿡이 게이라는 얘기는 그동안 소문에 그쳤을 뿐 스스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내가 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다양한 사건사고를 접하며 웬만한 것에는 덤덤한 강심장이 됐지만, 그의 발언은 꽤나 놀라웠다. 팀 쿡은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미뤄왔다는 걸 깨달았다"며 성적 소수자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팀 쿡의 발언에 일부에서는 아이폰에 혁신 이미지가 더해져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반(反)동성애 정서가 팽배한 곳에선 오히려 애플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 실적 주판알을 튕기거나 성적 취향을 논하기 전에 소수자를 위한 발언을 CEO가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와 용기를 먼저 보
포드의 스포츠 실용차(SUV) 모델 '이스케이프' 차주인 임씨. 지난 8월 여름휴가를 앞두고 포드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차가 리콜 대상이니 '지체 없이' 가까운 포드 딜러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 서비스 예약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2006년12월11일부터 2010년9월3일까지 생산된 이스케이프는 조향장치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속 주행 때 방향을 틀기가 어려워져 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1820대로, 임 씨의 차도 그 중 하나였다. 임씨는 통지문에 나온 대로 '지체 없이' 포드 측에 전화를 했다. 포드 측은 예약이 밀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연락을 따로 주겠다고 했다. 임 씨는 문제가 있는 차를 타고 휴가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꺼림칙했지만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고, 통보를 받은 지 2달을 넘긴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기다리다 못한 임 씨는 29일 다시 포드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스케이프뿐 아니라 다른 모델도 비슷한
#지난 25일 오후. 선동렬 KIA 타이거즈 감독이 결국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19일 구단 측이 선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이다. 재계약한 감독이 재계약 직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같은 날 밤. 김성근 감독이 '만년 꼴찌팀'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이 프로 무대에 복귀하는 것은 2011년 중반 SK 와이번스를 떠난 이후 3년 만이다. '국보' 선 감독과 '야신(야구의 신)' 김 감독이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인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공통된' 배경이 있다. 바로 팬들의 마음, '팬심(心)'이다. 선 감독이 KIA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3년간 팀은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이에 선 감독의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구단은 선 감독을 재신임하며 2년간 계약을 연장했고 이에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선 감독은 팬 게시판을 통해 지난 3년간의 성적부진에 대한 사과와
가수 문희준이 H.O.T 해체 이후 로커로 변신하자, 광팬 못지않게 안티팬들이 들끓었다. 댄스를 하던 아이돌 가수가 록을 한다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반감이 적지 않았다. 한번은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던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왜 그렇게 날 싫어하니?”라고 물었다. 초등학생의 답변은 ‘…’였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싫은 느낌, 아니 싫어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은 가수 문희준에게만 국한되는 사례가 아니었다. 설탕을 팔던 CJ가 20년 전 문화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유형’의 물건을 통해 이익의 참맛을 느껴야하는 기업이 ‘무형’의 가치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게다가 대기업이 문화를 건드리는 일은 일종의 ‘통제’ 개념으로 수용되기 일쑤였다. 핸드폰이나 TV를 만드는 대기업의 성과나 노하우에 대해선 ‘그들만의 유일한 능력’이라며 관대한 평가를 내리기 쉽지만, 문화는 동네 빵집 상권을 건드리는 모양새처럼 ‘약한 자’를 침범하는 횡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