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박수현 군의 어머니는 지난 3월 7일 아들을 위해 다음 날 공연을 펼치는 친구들에게 점심을 사 먹이면서 “한창 먹을 때니 끼니 거르지 말고 챙겨 먹으라”고 당부했다.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데도, 마치 ‘그 일’을 잊은 것처럼 어머니는 너그럽고 씩씩했다.
다음 날, 공연장에 갔다가 입구에서 어머니랑 마주쳤다. 두 손을 가린 채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공연을 보다 밖으로 나왔는데, 기자가 아는 척하자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목놓아 울고는 자리를 피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대개 그렇다. 힘들 때 내색하지 않다가 혼자 있을 때 눈물을 훔치는 게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허언은 아닌 셈이다.
그런 일종의 신성 또는 경건의 상징으로 견고하게 자리잡은 ‘어머니’란 단어의 의미가 와우아파트 무너지듯 파괴됐다. 박진영이 발표한 ‘어머님이 누구니’란 노래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눈이 남 달랐던 소년이 커서 큰 엉덩이를 가진 여자에 집착하고, 그 엉덩이를 바라보면 미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결국 이 엉덩이를 만든 ‘어머님이 누구냐’며 궁금해하고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라고 묻는다.
몸매 좋은 딸을 낳은, 아니 엉덩이 큰 여자를 낳은 어머니는 이제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다. 어머님의 힙이 크지 않았다면 딸도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식으로, 그간 다루지 않았던 육체적 영역에 ‘어머님’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박진영은 18년 전 26세 때, 자신이 키우던 아이돌 그룹 god에게 ‘어머님께’라는 근사한 곡을 편곡했다. 이 곡에서 어머님은 숨겨둔 비상금으로 자식에게 자장면 하나 사주면서 자신은 싫다고 먹지 않았던 인내와 희생의 대상이었다.
44세의 박진영은 또래의 어머니들을 이제 ‘여자’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곡에서 어머니는 희생과 위안의 전도사가 아닌, 딸의 몸매 관리에만 신경 쓴 헬스 트레이너쯤으로 손쉽게 재단되고, 엉덩이란 뜻의 힙(hip)보다 더 천박한 속어인 ‘부티’(booty)란 단어를 딸로 투사해 깎아내린다.
박진영은 이 곡을 수많은 딸들이 참가하는 ‘K팝스타 4’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유력한 심사위원이고 가요계 대선배이며 말 한마디로 오금을 저리게 하는 호랑이 선생님인 이 ‘분’에게 ‘좋은 곡’이란 호평외에 참가자들이 달리 평가할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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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문제는 음원 차트 1위를 달리는 이 곡을 앞으로 수많은 딸들은 연습곡으로, 미션곡으로 재생 반복함으로써 ‘어머님’에 대한 이미지가 ‘딸의 엉덩이’를 잘 만드는 존재로 굳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의 특성을 고려하면 노래 한 곡이 무슨 대수냐고 얘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월호 1주기 즈음에 등장한 이 노래에 깊은 슬픔을 억지로 움켜쥐어야 하는 이 땅의 ‘어머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 번쯤 되짚어 봐야하지 않았을까.
그에게 묻고 싶다. 세월호 2주기 땐 화장실에서 만난 아들 같은 남자들의 ‘물건’을 보고 ‘아버님이 누구니’를 또 만들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