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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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고객님의 유출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성명, 주민번호, 카드번호, 유효기간, 회사·집 주소와 전화, 휴대전화…."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웠지만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왔다. 2개 카드사 정보를 조합하면 어느 회사에 다니는 지, 연봉이 얼마나 되는 지, 결혼을 했는 지, 집주인인지 세입자인지도 상세히 알 수 있다. 장소나 품목, 금액에 따라 할인·적립 혜택이 있는 3∼4개 카드를 번갈아 사용했는데 이를 총 망라한 카드이용실적과 신용한도까지 유출됐다. 평소 나도 몰랐던 내 정보를 카드사들이 수집해오다 도둑맞은 것이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 3사의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사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검찰 발표 기준 정보유출 건수는 총 1억400건. 금융감독원이 중복 정보를 제외하고 집계해도 8500만건이다. 신용카드와 연계된 결제은행의 정보까지 샌 피해자도 2000만명에 달한다. 미성년자, 노인 등을 제외한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모두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지난 17일 출근을 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포스코의 가장 시급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글로벌기업 GE를 떠올릴 것이다. GE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9년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7차례나 올랐다. 이후 애플과 구글 등 IT(정보기술)업체들의 선전으로 2010년 16위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11위로 회복되는 등 미국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에게 여전히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기업 소유구조 면에서 포스코는 GE와 닮은 꼴이다. 둘 다 '주인 없는 회사'다. 아니 유력한 '주인'이 없는 기업이라는 말이 맞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90년 설립한 GE는 현재 각종 기관이 지분 60.53%를, 펀드가 26.26%를 각각 갖고 있다. 주식은 1대주주인 뱅가드그룹 지분이 4.85%에
새해 들어서자마자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 등 1억400만여건의 고객정보가 통째로 털린 대형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뒤숭숭하다. 하지만 그다지 놀랍지 않다. 잊을 만 하면 반복돼왔던 탓이다. 고객정보가 유출된 해당 기업의 사과, 이어 진행되는 당국의 후속 실태조사 그리고 허술한 정보보호 실태와 당국의 뒤늦은 대응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까지. 일련의 후속 과정은 2008년 옥션 사태, 2011년 네이트, 싸이월드 해킹 등 대형 정보유출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돼왔던 패턴 그대로다. 이제 사태가 진정되면 정부의 종합대책안이 발표되고, 어느새 이번 사고는 또다시 뇌리에 잊혀저 갈 것이다. '개인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의 자화상이다. 정부의 수많은 후속 대책을 내놨음에도 왜 이같은 사고는 반복되는 것일까.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사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보안시스템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부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연말연초마다 가계부에는 주름살이 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먹고 마시는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연례행사다. 한 때 '정(情)'을 앞세워 서민들 마음을 파고든 오리온은 연초부터 '정 떨어지게' 만들었다. 주머니 가벼운 가족의 생일케이크 역할도 했던 초코파이 1상자(12개) 가격을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나 올렸다. 지난해 9월에도 25% 올린 점을 고려하면 1년4개월 사이 50%, 절반이나 올린 셈이다. 초코파이뿐만이 아니다. 해태제과도 에이스를 포함해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8.7% 인상했다. 롯데제과도 지난해 11월 초코볼 등 9종 가격을 평균 11.1% 올렸다. 코카콜라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산타선물'로 콜라를 비롯한 주요 음료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도 15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7.3% 올린다. 인상되는 제품은 640여 개 품목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93개에 달한다. 봇물 터진 식음료 값 인상러시는
2009년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준 유쾌한 스토리에 김남주, 오지호, 윤상현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졌다. 2010년에는 후속편 격인 '역전의 여왕'이 만들어져 '여왕 신드롬'을 이어갔다. '여왕 신드롬'은 드라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조로 따지자면 정치판이 먼저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7년 11월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대선 유세 지원활동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래 자신이 책임졌던 주요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2004년 3월 당 대표를 맡아 이른바 `천막당사'로 치른 4ㆍ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싹쓸이 예상을 뒤엎고 121석을 만들어냈다. 이후 2년3개월간 5차례의 국회의원 재ㆍ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40대 0의 완승을 거뒀다. 이 기간 여당 대표가 8명이나 바뀌었다. 2006년 5ㆍ31 지방선거에서는 유세과정에서 테러를 당해 병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앞으로 경영환경은 위기 그 자체다." 지난 2일 이건희 삼성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새해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기 앞서 위기의식을 가져달라는 주문이다. 재계총수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 있다"거나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 어느 해보다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전문경영인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를 뛰어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진단하는가 하면 "혹한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재계의 이런 위기의식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도 적지 않다. 지난 연말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상한다. 이는 2010년 이후 4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3.6%)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장
국회에 발목 잡힌 법안들이 비단 이것뿐일까. 예산안도 해를 넘겨 처리하는 국회에선 이 정도 법안의 연내 처리 무산은 '다반사'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약 6500억원을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얘기다.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 통과돼야 할 법안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회에서 해를 넘긴 법안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조특법 개정안을 심사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 법안 처리를 미루다 결국 2월 국회로 넘겨 버렸다. 이런 법안이 조세소위 막판까지 통과되지 못한 것 자체가 사실 이례적이다. 조세소위는 보통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은 세법 개정안에 먼저 합의하고 첨예하게 맞서는 법안을 마지막에 가서 담판 짓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여야 주고받기로 통과된 부자증세,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이 정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법안 정도는 돼야 막판까지 남을 자격(?)이 된다. 하지만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구경도 못한 이
유럽이 한국 자동차시장을 '염탐'(?)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이 회원인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지난 2월 소리소문 없이 한국에 연락사무소를 냈다. 단 1명의 고문(어드바이저)을 둔 정도지만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관심 밖에 뒀던 한국시장의 동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 1~11월 유럽차 판매는 11만3345대로 전년 동기보다 25.7% 늘었다. 국가별 증가율은 △독일 25.3% △영국 27.2% △프랑스 26.2% △스웨덴 6.1% 등이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브랜드와 르노삼성이 수입한 'QM3'까지 더 하면 실제로는 더 많다. 물론 유럽브랜드에 한국시장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BMW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84만대 중 2만8152대, 미니 5927대 등 모두 3만4079대를 국내에서 팔아 한국비중이 1.85%에 불과하다. 폭스바겐 브랜드로 판매된 500만여대 중 한
민씨 집안에 딸이 둘 있었으니 이름 하여 주화와 영화다. 이들은 단언컨데 2013년 대한민국을 들어다 놨다 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나라 곳곳이 '민주화'와 '민영화' 때문에 바람 잘 날 없으니. 큰 딸 민주화는 경제와 단짝이다. 원래는 서로 이름조차 몰랐던 사이였는데 지난해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속히 친해졌다. 민주화가 경제와 절친이 됐다는 소식에 각계각층의 기대가 쏟아졌다. 이들이 만나면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이 단번에 해결돼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경제와 민주화가 만난 지 1년. 이들은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일진'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됐다. 전방위적 기업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는 기본이고, 기분이 언짢다 싶으면 대기업 총수도 마음대로 불러 들였다. 경제와 민주화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중소기업을 유독 챙겼다.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전통시장, 골목상권,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아무 말도 못 붙
한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되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로 시작하는 시인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다. 시인과 그 친구들처럼 94학번들도 지난 주 금요일 서울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같이 학교를 다닌 32 명 중 절반 가까운 15 명이 참석했다. 높은 출석률은 아마도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명함을 교환하고, 직장을 물으며 연봉을 떠올리고, 처자식의 안부와 외국에 나가 있는 다른 동기의 근황을 물었다. 회비를 걷고, 달라진 전화번호를 스마트폰에 저장했다. 두 살 더 많은 여자 동기는 늦은 결혼 소식을 알렸다. 시인과 그 친구들처럼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떠도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비싼 안주를 남기고 헤어졌다. 20년간 그들과 세상은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응답하라
"휴대폰 보조금 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미국 유수 통신회사인 AT&T 랜달 스티븐슨 CEO가 최근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언급한 키워드다. 이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기존 가입자들의 서비스 충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해야한다는 경영전략을 소개하면서 꺼낸 말이다. AT&T가 단말기를 직접 구매한 고객이나 약정이 끝난 고객이 기존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15달러를 할인해주는 '모바일 쉐어 밸류 플랜' 요금제를 출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앞서 미국 내 4대 통신사인 T모바일 역시 올초 휴대폰 보조금 지원을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휴대전화 보조금 투명성을 골자로 한 단말기유통개선법이 뜨거운 이슈로 대두된 탓일까. 이같은 해외 통신업계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보조금 지급 상황이 다르다. 무분별한 보조금 정책으로 '5만원짜리 갤럭시S4' 사태와 같이 동일 단말기지만 시기와 장소에 따라 200~300% 넘게 가격차가 발생하는
1990년대 초반 대자보는 학교 곳곳에 넘쳐났다. 정문을 지나 오른편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곁 게시판엔 밤사이 '안녕들하셨는지'를 묻는 대자보가 줄을 이었다. 시국에 대한 논의를 격정적으로 토로한 글부터 밤사이 '안녕하지 못하게' 어느 학우가 공안기관에 붙들려 갔다는 글, 상대에 대한 반박의 글 등 대자보에는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노동, 통일, 이념, 미군 등 대자보의 주제도 다양했다. 우리는 대자보를 줄여 '자보'라고 불렀다. 자보를 보면서 때론 용기없음을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공식 게시판 외에도 사회대, 공대, 인문대 등 단과대학 내 담벼락에도 자보는 넘쳐났다. 공안기관원이 늘 어딘가에 숨어 눈을 번뜩였다. 자보를 붙이는 '학우'들은 아침에 등교하는 또 다른 '학우'들을 위해 홍길동처럼 새벽을 틈타 자보를 걸었다. 반박에 재반박을 거치는 '릴레이 대자보'도 심심찮게 내걸려 등굣길 '학우'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기도 했다. 대자보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