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144 건
보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은 더 강력한 자물쇠를 찾아왔다. 겉으로 보기에 출입구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해진 듯하지만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누구인가'라는 접근 시점의 검증에만 집중해 왔을 뿐 '언제까지 신뢰할 것인가'라는 신뢰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ID와 비밀번호로 대표되는 지식 기반 인증에서 출발한 인증 기술은 일회용 비밀번호와 같은 소유 기반 인증을 거쳐 최근에는 지문이나 얼굴 인식과 같은 생체 기반 인증으로까지 확장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증이 작동하는 보안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의 방식은 공통으로 로그인 시점의 신원 확인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일단 로그인에 성공하면 세션과 권한은 장시간 유지되며 시스템은 이를 전제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신뢰의 공백 구간은 인증된 사용자의 권한이 탈취될 경우 최초에 어떤 인증 수단이 사용됐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추가적인 방어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른바 '대분기'(Great Divergence)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온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강한 긴축기조를 포기하고 전격적인 양적완화를 통한 돈풀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긴축을, 유럽은 완화를 진행하는 통화정책의 엇갈림은 보통 미국의 금리정책을 추수하곤 하는 기존의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체계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매우 생소하게 느꼈다. 10년이 지난 2025년 12월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1일 미국 연준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 25%포인트 내렸고 내년에 추가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12월19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 25%포인트 인상하면서 현행 금리를 0. 75%로 유지하며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로 복귀했다.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 금리를 인상하는 양국 통화정책의 대분기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 수출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연간 70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과 미중갈등 일상화, 글로벌 교역 분절화라는 '삼중고' 속에 일궈낸 성과이기에 무게감이 남다르다. 2025년은 한국 수출이 불확실성을 피해간 해가 아니라 급변하는 통상질서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체질을 개선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올해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은 반도체와 선박이다. AI(인공지능) 시대 도래로 폭발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와 고부가가치 선박인도가 수출증가를 이끌었다. 시장의 지형도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조정국면에 들어섰음에도 유럽연합(EU), 아세안, 대만 등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며 2024년 대비 수출이 증가한 국가가 130개국을 넘어선 점은 구조적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의 약진 역시 수출의 저변이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한 발 빠른 외교적 노력과 수출금융·물류지원, 시장 다변화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노력이 수출기업의 짐을 덜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최근 밝힌 미국의 세계 안보전략에서 '북한'이라는 단어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2003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부른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또한 미국의 안보 위협요소로서 러시아나 중국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소련과 필사적인 체제경쟁을 벌였고 소련의 붕괴를 위해 중국과 데탕트를 추진했으며 자유무역질서에 편입된 후 중국이 강성해지자 중국 견제를 최우선적인 안보전략으로 취한 최근까지 미 정부의 태도와 상이하다. 미국의 안보위협으로 2가지를 지적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유럽연합과 미국 내 불법 이민자였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유럽 내 파시즘 세력을 격퇴한 후 유럽 내 연합국 세력이 주축이 돼 만든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가 건설한 나라로 세계사의 주요 국면에서 각지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이 발전시킨 나라다. 가치외교 관점에서 적일 수밖에 없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 관대하고 동맹국인 유럽 각국과 미국 내 소중한 인적 자산인 이민자를 적으로 돌리는 미국의 입장은 충격적이다.
2025년 부동산 시장은 서울이 19년 새 최대 상승한 반면 지방은 3년 연속 침체하는 극단적 양극화의 면모가 강화됐다. 또한 올해는 2017~2021년과 다소 유사한 정책 후 시장급등이 나타나는 패턴이 수차례 반복됐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실제로 서울은 2023~2024년엔 정책금융 및 전세가 상승발 3~4개월의 짧고 완만한 오름세가 있던 것과 달리 2025년엔 2~3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로 급등, 5~6월엔 새 정부 출범 기대감에 급등, 9~10월엔 9·7 공급대책 후 정책실망으로 급등세가 나타났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처럼 정책 후 급등하는 양상은 지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응경험의 기억을 꺼내는 것이어서 결국 10·15라는 거래규제대책,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마지막 서울 아파트 시장의 랠리를 만든 것은 고가 및 초고가 중심이다. 서울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상위 20%까지 5분위와 20~40%까지 4분위 지역인데 소위 '한강벨트'로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만 강세였다고 요약할 수 있고 경기도 역시 5분위와 4분위만 강세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적 기준의 '우수한 인재'가 있다기보다 인재란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열심히 준비한 사람인 것 같다. 돌아보면 명문대를 나온 인재가 '잠재력'이 높고 학습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추측은 대개의 경우 맞아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만난, 그것도 학벌로 선별됐을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서 만난 '우수한 인재'의 절반 이상은 결코 학벌로는 선별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돈 버는 부서로 알려진 '프런트'로 갈수록 학벌로 우쭐한 사람을 저절로 겸손하게 만드는 동료를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저성장에서 빚어진 치열한 입사경쟁은 "부족한 것은 '좋은' 일자리다"란 말('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이상헌)을 떠올리게 한다. 입사 지원자들의 스펙경쟁은 치열하다. 경제신문사 어느 대기자분과 요즘 입사 지원자들의 노력과 스펙을 보면 지금 같으면 우리는 취직은 꿈도 못 꿨을 거라는 얘기를 나눈 게 벌써 거의 20년 전 일이다. 스펙도 군비경쟁인지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과 대회참가, 인턴경력이 없는 지원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임원의 인건비와 관련한 조세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법인이 임원에게 직무집행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수는 법인의 사업수행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으로 원칙적으로 손금산입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법인세법은 인건비 중 과다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은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임원에게 지급한 인건비의 경우 손금불인정 범위가 넓다. 임원 상여금 중 이익처분에 의한 상여금과 급여 지급기준을 초과해 지급한 금액은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지배주주인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 중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 직위에 있는 임원보다 초과해 지급한 금액 역시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익처분에 의한 상여금이다. 이익처분이란 원칙적으로 상법에 따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의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 처분항목으로 기재돼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지급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2두3491판결). 그러나 우리 상법에선 이익처분 명목으로 상여금을 지급할 수 없다. 이 규정은 일본 법인세법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일본 상법은 임원 상여금을 이익처분으로 지급하도록 했고 이를 일본 법인세법에 손금불산입하도록 규정했는데 우리 법인세법이 이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50~60대는 물이 가득 찬 저수지를 앞에 두고도 목이 마른 사람과 닮았다. 집도 있고, 연금도 있고, 경력도 있다. 없는 것이 아니라 흐르지 않는다. 노후의 위기는 흔히 60대 이후의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실제 균열은 은퇴 이후가 아니라 은퇴 직전에 먼저 나타난다. 50대는 자산이 정점에 이르지만 동시에 현금흐름이 꺾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숫자만 보면 착시가 생긴다. 우리나라 55~64세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높다. "아직 일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러나 이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인가, 얼마를 벌 수 있는가의 문제다. 즉 고용의 질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평균연령은 정년보다 훨씬 이르고 이후의 일자리는 임금과 안정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일은 이어지지만 소득이 급격히 낮아지는 구조, 이것이 50대 이후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대부분 사람에게 기본적인 안전망일 뿐 생활을 온전히 책임질 수준이 아니다. 퇴직연금이라는 두 번째 기둥도 아직은 든든하지 않다.
우리는 큰 나라를 만들고 오래 유지한 사람들을 위대한 정치가로 칭송한다. 정치에 있어서 '크기'와 '지속성'은 '좋은 정치'를 측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우리는 5명짜리 친목회를 만든 것보다 10만명짜리 사회봉사 조직을 만든 사람을, 그리고 10년 만에 무너진 나라보다 1000년 가는 나라를 칭송한다. 정치는 '더욱 큰' 나라를 '더욱 오래' 유지하는 일이다. 물론 서로 낯익은 사람들끼리 소박하게 살아보자는 사람도 있다. 낯선 사람들과 불편하게 얽혀 살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우리 씨족끼리, 우리 부족끼리, 우리 민족끼리 살자는 사람들이 늘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가족이나 씨족 밖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등 밖으로 연대의 대상을 찾아 조직을 키워간다. 익숙한 가족끼리, 씨족끼리 살면 마음은 편할 테지만 이런 '축소지향'의 정치로는 늘 작은 나라에 머물고 큰 나라의 힘 앞에서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 베네치아공화국 같은 섬나라가 아닌 이상 대국이 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멸망한다.
최근 둘째 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중도' 이슈가 나왔다. 세상이 좌우로 갈라져 혼란스럽다며 자신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이고 싶다는 한 고교생의 바람은 순수하고 건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그런 딸에게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로서의 중도는 가능하지만 과정으로서의 중도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허상이다. " 우리 사회에는 양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간 어딘가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중도라고 착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중도는 단순히 가운데 선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평형수가 반대쪽으로 이동해 균형을 맞추고 밸런스보드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좌우로 끊임없이 체중 이동을 해야 하듯 중도란 한쪽 힘의 과잉을 다른 쪽 힘이 조정하고 상쇄하는 동태적 과정이 빚어내는 결과다. 자신을 '중도'로 규정하는 이들은 흔히 남들보다 더 객관적이거나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중도를 가장한 모호한 태도는 대개 판단과 책임을 유보하려는 기회주의와 다르지 않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는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신기술의 출현을 뜻했다. AI 대중화로 인터넷에 비견되는 사회변화가 예상됐다. 주식시장도 AI의 발전을 환영했다. AI와 연관돼 있는 매그니피센트7(M7) 회사 주가는 2022년 말 이후 평균 426% 급등했다. AI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마법이 됐다. AI로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테크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투자속도에서 밀리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포모(FOMO·소외 불안감)에 사로잡혀 천문학적 액수의 자본투자에 나섰다. 인프라 투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됐다.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연구는 앞으로 몇 년간 구글 10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 800억달러 등 8개의 대형 프로젝트에만 1조달러가 넘게 투자될 것이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오픈AI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 텍사스 지역 등에 20개의 차세대 초대형 AI 슈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한다.
유럽 대륙에서는 종종 정치적 선의로 포장된 '좋은 의도, 나쁜 정책'이 발표된다. 그러나 간혹 국민이 압도적 이성으로 그 흐름을 단호히 거부하는 순간이 있다. 스위스에서 또 한 번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 얼마 전, 상속·증여 자산 5000만 스위스프랑(약 62억 원)이 넘는 부분에 무려 50%의 세율을 매기는 상속세 신설안이 국민투표에서 부쳐졌고 놀랍게도 투표자의 80%가 반대 표결로 부결시킨 것이다. 그 법안의 세금 부과 대상은 극히 일부의 슈퍼 부자였지만, 스위스 국민 다수는 "이 길이 국가 전체에 손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대다수 스위스 국민의 결정이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스위스는 부자 나라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이 법안이 자신에게 직접적 부담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부자에게 더 내게 하자'는 단순한 정서적 접근보다 경제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한 선택이다. 스위스의 부(富)는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 환경, 낮은 조세 부담, 기업 친화적 제도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