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석유 공급망 교란의 글로벌 여파

[MT시평]석유 공급망 교란의 글로벌 여파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6.04.14 02:00

지난달 정부가 나프타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 주요 당국자는 이러한 조치가 다른 석유화학 품목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투자와 관련, "공급망은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균열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에너지자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25년 원유수입 10억 3000만배럴 중 중동산 비중이 70%다. 총 수입량이 4672만톤인 LNG(액화천연가스)의 경우 중동 비중은 20%로 수입선이 상당부분 다변화됐다. 최대 수입지역은 비중 33%인 호주이다.

한국 석유화학은 LNG가 아니라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나프타분해시설) 위주다. 이 점을 생각하면 에너지 이전에 산업원료 문제가 먼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의 작년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수출 금액은 880억달러였다. 유가하락 영향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출의 12%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목이다. 정유화학 기업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이라면 이미 알고있을 사실이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세계 5위권이다. 수출물량은 5억배럴에 달한다. 원유 외에도 나프타 등을 3억7000만배럴 더 수입하고 LNG 수입량도 고려해야 하지만 원유수입량의 절반을 수출한다는 말이 그저 과장은 아니다.

한국을 단순히 원유수입국이라고 할 수는 없을 만큼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의 글로벌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다. 요즘 언론을 타고 있는 항공유 분야에서 한국은 수출 세계 1위다. 수출 2위인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상당한 물량을 수입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호주를 예로 들어보자. 호주 입장에서 한국은 LNG 최대 수입국이자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이라는 독특한 이중 교역구조에 있다. 한국 수입의 33%를 차지하는 호주의 LNG 생산시설이 최근 자연재해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쟁 이상으로 에너지 수급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호주는 2022년 이후 한국 석유제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비중은 18% 정도인데 경유와 휘발유, 항공유 등이 주력 품목이다.

당장은 에너지보다 석유화학제품이 더 문제다. 석유제품 없이는 쓰레기봉투 뿐 아니라 주사기부터 반도체까지 모든 제품 생산이 어렵다. 한국의 석유류 제품 수입 중 3분의 2가 나프타, 그것도 대부분 중동산이었기 때문에 일단 나프타 해외 수출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한국의 나프타 수출량은 수입량의 15%에 불과하지만 비상상황에는 적지 않은 물량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요 나프타 수출국에는 중국 외에도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이 있다. 정부의 조치가 한가해보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수많은 외교적 고민이 있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설혹 중동에서 거리가 먼 산유국이라고 공급망 교란의 피해가 없을 리 없다. 지도에 죽 선을 긋는 듯이 유불리를 따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수많은 얽힘들을 고려하는 정부의 고심을, 민감한 투자의 세계에서도 면밀하게 고려해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시기 이후 경혐했 듯 일단 교란된 공급망, 그리고 줄어든 재고는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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