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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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미국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미 위스콘신주의 시크교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지난달 콜로라도주의 극장에서 영화 상영 중에 한 남성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 일이 있은 지 불과 보름만의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총기 규제 논의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3년 총기규제를 강화한 일명 '브래디법'이 통과돼 총기 구입 시 신원 조회를 의무화했지만 4년 뒤 전과 조회가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있으나마나 한 규제가 돼버렸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운전면허 따는 것보다 총기 구입이 더 쉽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 당국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조치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에서의 총기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총기가 보급된 상황에서 규제 조치를 취하면 선량한 시민들의 자위권만 박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총기만 늘어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어떤 종목을 사는 게 좋겠냐고요? 주식을 안사는 게 최선입니다. 유럽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어요."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증시가 연저점까지 떨어진 지난달 25일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이 한 말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증시 안팎엔 불신도 팽배했다. 이런 분위기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나를 믿어라"는 '립서비스'에 극적으로 반전되는 듯했다. 연저점을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900선에 육박했다. 몇몇 '비전통적인' 정책만 내놓는다면 1900선 돌파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 투자전략팀장의 분석이 결국 옳았음이 증명됐다. 지난 2일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드라기의 호언장담이 '허풍'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한 그의 '큰 소리'에 급등한 증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기대감에 의존하는 장세는 반복될 것으로
"연봉만 2억원이 넘는 전문의를 개별 진료과마다 둔다면 어떤 병원이 버틸 수 있겠습니까. 이게 응급의료를 강화하는 것인지 병원을 고사시키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2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새로운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 이날 참석한 한 전문의는 기자에게 새 응급실 진료체계의 문제점을 이같이 말했다. 현 응급실 진료체계는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우선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가 환자를 보고, 더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당 진료과로 연락해 후속 진료를 받게 한다. 문제는 이전에는 후속 진료를 해당 진료과의 당직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맡았지만 앞으로는 전문의가 직접 맡아야 한다는 것. 보건복지부는 단 병원 사정을 고려해 전문의가 병원 밖에 있다가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와서 치료를 하는 '온콜'제도를 허용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 같은 보완에도 불구, '문제 투성이'라고 지적한다. 안과 전문의인 H씨는 "병원의 응급 전화를 받은 후 과연 언제까지 도착해야 법을 어기지 않
얼마 전 삼성전자를 거쳐 다른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A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가진 강점을 물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뒷다리론'을 들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강조한 얘기다. A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뒷다리론의 핵심은 이렇다. "달릴 사람은 달리고, 걸을 사람은 걸어라. 또 쉬었다 갈 사람은 쉬어라. 대신 다른 사람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 월급은 줄테니 그냥 옆에 비켜서 있어라. 뒷다리 잡는 사람이 있으면 달리고 싶은 사람도 못 달린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으니 열심히 하는 사람을 방해하고 견제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뒷다리 잡는 사람, 다른 사람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사람은 어느 조직에든 있게 마련이다. 삼성전자도 예외일 리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적고, 이들이 마음대로 행동하기 어려운 것 만은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뒷다리 잡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A사장은 삼성전자
"수익성요? 더 큰 문제는 '불신'이에요". 최근 국내 은행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이 한 말이다. 은행들은 요새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2/4분기 수익성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좋은 시절 다 갔다"는 말도 들린다. 하반기 전망은 더 암울해서다. 앞다퉈 '비상경영',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더 심각한 건 소비자들의 불신이다. '신뢰의 위기'는 은행업의 존립 기반마저 뒤흔들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의혹이나 부당한 가산금리 산정 체계와 폭리에 대한 지적이 대표적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서류 조작과 대출금리 학력 차별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숫제 '뭇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뿔난 금융 소비자 일부는 CD금리 담합을 이유로 은행에 이미 소송을 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은행들의 여러 대출 행태를 문제 삼아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범죄 집단
"50세까지라도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김모 부장은 1일 조간신문 1면을 장식한 새누리당의 '정년 60세 의무화 추진' 기사를 보며 기자에게 이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대부분 증권사 지점이 적자를 내면서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마흔줄 나이에도 남보다 결혼이 늦어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 부장은 요새처럼 압박감이 컸던 적이 없다. 그는 "옆 증권사가 지점 통폐합이나 조직 슬림화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이런 말이 돌 때마다 아랫 직원들도 술렁술렁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달 M증권이 서울 반포·잠실·대치 등 12개 지점의 문을 닫기로 하는 등 최근 증권가에서는 '감원 공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D증권이 올해 들어 지점 13곳을 줄였고 T증권은 마지막 점포인 대구지점을 폐쇄키로 했다. 또 다른 M증권은 지난해 130개였던 지점을 연초 99개로 줄인 데 이어 조만간 20개 더 축소할
중동시장 진출 1호 기업, 66년 역사를 가진 삼환기업은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달부터 법정관리 신세를 지고 있다. 삼환기업은 최대한 빨리 법정관리를 벗어나기 위해 현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부지를 부영주택에게 1721억원에 매각한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 삼환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원래 이 땅의 법적 소유권은 현대증권에게 있다. 삼환기업은 연초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이 부지를 담보로 잡고 6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했다. 대신 현대증권은 신탁계약을 통해 법적 소유권을 취득하고 삼환기업의 부실이 생기면 땅을 공매로 처분, 회사채 투자자의 원리금을 갚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3개월 만에 휴지조각 신세로 전락했다. 삼환기업이 현대증권의 동의 없이 부영주택과 매매 계약서를 체결해버린 것이다. 공매 절차를 밟고 있던 현대증권으로선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삼환기업은 당시
"차량 1대당 평균판매단가(ASP)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의 정확한 정보수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적발표 당일 언급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 저희도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실적 발표가 끝난 뒤 어느 애널리스트가 한 말이다. 기아자동차는 실적을 낼 때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분기별 ASP 현황을 명시한다. 반면 현대차는 IR 현장에서 ASP를 공개하는데 이마저도 언급이 안 될 때가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ASP는 평균적으로 자동차 한 대를 얼마에 팔았나를 나타내는 수치다. 영업이익률과 함께 자동차 회사의 수익성을 가늠하게 해 준다. 물론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IR에서 ASP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값 받기'와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BMW 수준의 수익성 높은 회사로 도약코자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ASP는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알려야 하는 항목 중 하나다. 현대차는 기아차가 같은 그룹 계열사지만 문
지난주 제19대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당국이 첫 '데뷔전'을 치렀다. 때마침 공정거래위원회의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의혹 조사와 감사원의 가산금리 지적 사항 등이 겹친 터라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금융당국이 정무위에서 뭇매를 맞는 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론스타 먹튀 논란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늘 공격을 받고 해명을 하는 비슷한 풍경이지만 그래도 '선수'가 바뀌었으니 신선한 긴장이 있다. 당국자들은 새로운 국회 정무위 위원들의 성향과 스타일을 체크하느라 바빴다. 혹자는 감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놓고 감시를 받아야할 대상이 이런저런 평가를 하느냐고 불경죄를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듯, 무지한 국회의원은 나라를 망친다. 쓸데없는 걸로 꼬투리 잡아 관료들을 못살게 굴거나 꼭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산업발전에 발목을 잡는 일이 실제 적잖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금융 분야는 더 그렇다. 지난 26일 정
정치권에서 부는 경제민주화 열풍이 요즘 날씨만큼이나 '핫'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면상으론 재벌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집단소송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대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도 중 하나다. 집단소송제가 '담합'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 중 상당수는 대기업의 과독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에너지와 통신, 자동차. 항공 등 대규모 장치산업은 물론 설탕, 밀가루, 라면 등 먹거리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과독점은 태생적으로 담합이 발생하기 가장 쉬운 시장구조다. 담합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담합으로 밀가루 납품가격이 오르면 과자 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의 담합 처벌은 과징금에 집중돼 있다. 담합 기업에 수백~수천억의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정작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상받는 건 아니다. 최근의 라면 담합사건을 예로 들면 농심, 삼양, 오뚜기 등 라면 제조업체에 1300억 원
지난 29일 홍콩 시내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는 시민 수 만 명이 찜통더위에 거리를 행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오는 9월 신학기부터 예정된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앞두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등 9만여 명이 세뇌 교육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것이다. 어른들은 '사상 통제에 반대 한다'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었고 어린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교과서 종이를 구기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의 표정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홍콩 반환 이후 경제·문화 면에서 중국 본토와 긴밀해졌어도 "공산당의 사상 교육만큼은 죽어도 싫다"는 홍콩인들의 뜻은 분명해 보였다. 중국이 커질 수록 중국 공산당의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지난 달 29일부터 한 달 넘게 중국 본토에서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중국 차기 주석인 시진핑 부주석 일가의 재산을 공개한 기사를 내보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
"그분 참 고수에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0)가 지난 19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체포영장을 가져오면 응하겠다" 답하자 일선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가 내놓은 반응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55)처럼 128석의 제1야당 원내대표인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역시 국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검찰에게 먼저 "체포영장을 가져오라"고 역공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현역 의원인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기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검찰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두 곳으로부터 억대금품을 받은 의혹에 연루된 박 원내대표가 지난 19일과 23일, 27일 세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그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을 구속하며 거칠 것 없이 진행되던 검찰의 저축은행 정치권 로비 수사가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수사속도에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