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04 건
"제약사업 하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다.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있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전문의약품의 가격을 대거 인하하면서 생존의 위협받고 있다는 한 중소제약사 사장의 하소연이다. 엄살로만 보기엔 실제 상황이 정말 어렵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약가인하의 충격이 현실화 되고 있다. 문제는 그 충격이 예상보다 강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에는 매출 상위 제약사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약가인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제약사들의 실적이 더 나빠질 전망이다. 올해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이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수십년 동안 제약산업을 먹여 살려왔던 제네릭(복제약)이라는 버팀목이 한 순간에 없어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질 버팀목이었다. 손쉽게 제네릭을 만들고, 의사나 약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쥐어주며 성장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애초부터 오래갈 수 있는
"고객님, 퇴직연금 운용상품을 바꾸는 것은 직접 하셔야 해요. 홈페이지에서 직접 할 수 있어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기자도 지난해 초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가입 초기 퇴직금이 거의 고정되는 DB형(확정급여형)과 운용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DC형(확정기여형) 중 고민을 거듭하다 DC형을 택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자본시장도 성숙해질 것이라는 믿음도 DC형에 기울도록 했다. 정작 일에 쫓겨 가입 1년이 넘도록 운용현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e메일을 통해 퇴직금 운용내역 보고서를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수익률은 고작 2.02%. 저금리 시대, 은행이자보다 한참 낮다. 운용내역을 살펴보니 예금상품만 3%대 수익을 냈고 5개 이상의 펀드수익률은 처참했다. 삼성그룹주펀드만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고 한 펀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DC형은 근로자가 투자상품을 변경할 수 있다. 늦었지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 가입 증권사에 전화를 했다. 투자전문가들
금융감독원의 5월은 어수선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묵직한 현안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내부 사정이 금감원의 어수선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혼란의 중심에 '인사'가 있었다. 4월말 임원 인사, 5월초 국·실장 인사, 팀장 인사 등 '방'이 붙을 때마다 뒷말이 나왔다. 인사 때마다 '잡음'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올핸 소음이 더 강했다. 국장급 인사의 공개 비판까지 있었을 정도다. '푸념'이나 '하소연' 수준을 넘는 강도 높은 비난과 비판이 한 조직에서 오갔다. 근저엔 불신이 깔려 있다. 예컨대 '발탁 인사'로 보느냐, '무리한 인사'로 보느냐의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인사에 믿음을 갖고 있다면 '발탁'에 방점을 찍겠지만 아니라면 반대의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지금은 후자 쪽에 가깝다. 인사, 조직 운영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데 따른 결과란 얘기다. 인사 책임자의 답답함과 억울함도 적잖을 거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는 존재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어떤 때는 참신을,
파이시티 불법 인허가 비리 수사가 포스코의 정치권 인사개입 의혹으로 불똥이 튀면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외부활동 범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와 다음날 전남 여수에서 개최된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 7~8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철강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정 회장은 재계 모임이나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특별한 해외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특히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 행사의 경우 포스코가 150억원을 투자해 기업관인 '포스코 파빌리온'을 마련했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했지만 정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회장이 같은 날 서울 대치동 본사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통상 이사회가 오전에 열리고 시간이 1시간여를 넘기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사회 일정 때문에 행사참석
한국 언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진보정당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뉴스채널들은 오전 9시에 열리는 통합진보당 아침회의를 연일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다. 지금껏 어떤 원내 '제1당'도 이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카메라의 주인공들은 매번 굳은 표정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14일 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은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했다. 이른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마찰을 일거에 해소할 수 없겠지만 쇄신의 계기를 마련한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치명적 문제점이 일찌감치 드러났다.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후보자 등 모든 관련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러나 '사퇴'를 놓고 충돌했다. 낯 뜨거운 폭력사태까지 연출했다. 결국 '자리'의 문제였다.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5.7%였다. 19대 총선 정당득표율 10.3%의 절
"통신 회사가 언제부터인가 '동네북' 신세가 돼버렸네요. 통신업종에 종사한다는 게 자부심으로 일했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통신업계에서 만난 한 임원의 탄식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각 정당들은 '통신요금 인하'를 핵심 공약 사항으로 내세울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요금인하에 대한 당정협의를 진행했다. 현재 분위기로만 보면 LTE(롱텀에볼루션) 무제한 요금제 도입, 가입비 및 기본료 폐지 등 지난해 기본료 1000원 인하 수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수위가 높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감내하고 월 기본료 1000원을 내렸지만 이용자 만족도는 낮다. 이는 다시 정치권이 통신요금 인하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는 빌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1분기 실적을 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락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총
"저축은행 두 군데에 맡겼던 정기예금을 해지해서 (산업은행에) 왔어요. 국민은행 스마트폰 예금은 금리가 높지만 한도가 있대요. 산업은행은 한도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지난주말 산업은행 여의도지점에서 만난 A씨의 말이다. S저축은행과 H저축은행이 불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A씨는 서둘러 해지를 했다고 한다. 이자 손실이 크지 않아 해지 결정을 비교적 쉽게 내렸단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도 고객들은 시중은행을 찾았다. 그리곤 저축은행 고객을 노린 시중은행 '특판 상품'으로 갈아탔다. 헌데 이번엔 약간 다른 게 있다. 유난히 한 곳, 산업은행으로 돈이 몰린다. "저축은행 돈을 쓸어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금금리가 시중은행들의 특판상품은 물론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보다도 높아서다. 저축은행 고객이 굴리는 뭉칫돈은 안전한 고금리를 쫓아 흐른다. 구조조정에 놀라 저축은행에서 돈을 찾아 떠났던 고객들이 안정을 찾으면 다시 저축은행으로 돌아오곤
얼마 전 서울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행사 '광화문 별밤 축제' 취재차 세종문화회관에 전화를 하자, 담당직원의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개막일인 5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의 프로그램이 갑자기 취소됐다는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시민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며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행사를 소개한 상황이었고, 축제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축제가 폐막하는 10월까지 공연될 프로그램이 아직 많다고는 하지만 행사초기부터 사전공지도 없이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출연진과의 계약문제도 있지만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자초지종이 궁금해 이번 축제의 외부 공연제작 관계자를 만났더니 그는 울분을 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당극을 좋아하는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신임 사장이 공연프로그램을 자신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대형 야외공연을 취소시켰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사장이 "내 고집을 꺽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자주하며 밀어붙이기식 경영을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부산 한국해양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21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발표자로 참석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회의장 내 대형 스크린이 깜빡깜빡하다가 꺼져버린 것. 홍 장관은 순간 '혹시 또 정전?'이라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지난해 정전사태를 이유로 전임 지경부 장관을 날려버린 대통령이 바로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 하지만 기우였다. 휴즈 하나가 끊어져 발생한 단순 해프닝이었다. 홍 장관은 놀란 마음을 다독이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력당국 수장인 홍 장관은 요즘 어딜 가든 오로지 '전기' 생각뿐이다. 다가올 여름, 전력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아직 5월 초인데 벌써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력예비율이 뚝 떨어지자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 지난해 5월12일 최대 전력수요는 5746만kW로 예비전력은 1155만kW에 달했다. 당시 전국 평균 최대 기온은 20도로, 예년 기온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은 시작부터 달랐다. 지난
"가만히 앉아 콜로만 돌렸는데 저절로 상위권에 오르더라고요.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몇달 전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들은 얘기다. 이 운용사는 헤지펀드 인가를 받고도 예정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한동안 설정액이 미미했다. '억대' 연봉 펀드매니저조차 이렇다할 전략을 구사하기 못할 처지여서 부득이 금융사간 단기자금(콜·약 3.25%) 거래만 했다. 정작 펀드수익률은 상위권에 들었다.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펀드보다 가만히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펀드가 오히려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이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흘렀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제 모두 17개가 운용된다. 출범 넉달을 맞은 이들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안타깝게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수익률은 -4%대가 많고, 심지어는 -8% 가까운 곳도 있다. 넉달 간 차라리 콜거래만 했다면 수익률이 최상위권에 들었을 것이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입술이 바싹바싹 마른다. 운용 개시 후 줄곧
"정말 도청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철옹성벽 같은 출입처를 두고 한 선배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 선배는 후배의 넋두리에 "범죄"라고 딱 잘라 말했고, 승부욕에 사로잡혔던 후배는 각성했다. 취재 경쟁이 치열한 현장에서 취재와 범죄의 경계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옆에서 바로 잡아주는 선배와 데스크가 없다면, 순간의 유혹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기자들이 종종 나온다. 유럽의 시각으론 변방인 호주와 뉴질랜드 언론에서 출발해 영미 언론을 장악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81)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이같은 경계선을 넘나든 끝에 노년에 치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국 하원 문화·언론·스포츠 위원회는 세계 2위 미디어그룹 뉴스 코퍼레이션을 소유한 머독 회장에게 다국적기업을 경영하기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뉴스 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인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조차 머독 회장의 경영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 씨티그룹, 애플, 사보이호텔 등의 지분을 보유한 세계 29위 갑
그들에게서 잔혹한 살인마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얼굴을 가리는 하얀 마스크와 손목의 수갑을 제외하면. 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근린공원에 대학생 김모씨(20)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 및 시체유기)를 받고 있는 이모군(16)과 윤모군(18)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바지와 티셔츠, 야구모자,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난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장검증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범행현장에 도착한 윤군은 계단 위로 올라가 사람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마네킹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이군은 바지 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모형 흉기를 꺼내 마네킹을 수차례 찔렀다. 둔기로 바꿔들고는 마네킹의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지난 1일 발생한 일명 '신촌 살인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10대 청소년들이 계획적으로 20대 대학생을 흉기로 40여 차례나 찔러 살해했다는 점은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