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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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수출 한국의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액을 합친 무역 규모가 이날 현재로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1948년 건국 63년 만에,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후 49년 만에 이룬 쾌거다. 세계 200여 개 나라 중 지금까지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8개뿐이다. 임기 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야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소회도 남다를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들어간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이 무역협회를 방문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기쁨을 표시했다. 무역 1조 달러의 이면에 장미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소득은 더디게 늘고 물가는 높아지고 지출은 늘어난다. 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경제의 직전 한해 전체 실질소득에서 가계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68.6%로 1997년 통계 작
"정말 고맙습니다. 진짜 열심히 일해서 꼭 갚겠습니다." 지난 2008년 12월. 40대 아주머니가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한 진동수 전 위원장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아주머니는 자신을 신용 불량자라고 소개했다. "미소금융의 지원으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됐어요." 그녀의 목은 매여 있었지만 눈엔 희망이 담겼다. 그런 미소금융 사업이 비리로 얼룩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뒷돈이 오갔고 사업자로 선정된 대표는 대출금의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민들의 재활에 발 벗고 나서야 할 사람이 서민을 위한 쌈짓돈을 가로챈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일부 개인의 비리에 불과한 지, 더 많은 사람들이 비리에 연루됐는지는 검찰의 수사를 기다려봐야 한다. 금융당국도 특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혹여 미소금융 사업이 중단되거나 위축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금융권에 불기 시작한 '따뜻한 금융' '친서민 금융' 흐름까지 주춤
국무총리실이 지난 달 23일 내놓은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에 대해 실무를 담당해왔던 수사구조개혁단에게 4일 '경찰 수뇌부 책임론'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누가 사표를 낸다고 하면 언론이나 국민들은 갈등, 대결 등으로만 본다"고 말했다. 입법예고기간동안 의견수렴을 통해 반전을 노리겠지만 수뇌부 사퇴와 같은 과격대응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정한 것이다. 오히려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검찰 내부에서 반발의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달 30일 이완규 서울 남부지장검찰청 부장검사(50)는 검찰 내부망에 "검찰이 결코 잃어서는 안될 것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 지도부가 직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지도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며 사의를 밝혔다. "검사의 지휘권을 양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검사의 동의를 받으라"며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표도 촉구했다. 검찰의 '불같은' 반응과 경찰의 '미지근한' 대응은 지난 6월 형사소송법 개정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수사권 조정의 실무사항을 법무
얼마전 국토해양부 고위관계자에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푸는 것 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그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기획재정부와) 논의 안한지 오래됐다"고 했다. 상환능력인 소득에 따라 부채 규모를 정하는 DTI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의 마지막 보루로 꼽힌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재정부가 금융건전성 안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사실상 꺼내들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재정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여유층의 부동자금을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의 규제 완화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토부가 공식적으로는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다섯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부산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 160여 개국, 3500여 명이 모여 새로운 개발원조 모델을 모색하는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급 인사가 대거 참석하는 등 세계 개발원조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부산총회는 사상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행사로 사흘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하지만 부산총회는 단순히 규모와 참석자의 면면만 화려한 게 아니었다.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이라는 총회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가칭 부산선언이다. 부산선언은 총회의 핵심 의제였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성과를 담았다. 국제원조의 패러다임을 현재까지 원조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원조효과성에서 실질적인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개발효과성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산선언은 선진 공여국이 일방적으로 원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원조를 받는 수원국의 여건을
"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입니다. 성공하지 않으면 인정받으며 살 수 없어요. 성공이란 고급 아파트와 외제 승용차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는 이런 남자가 많아요. 결혼을 앞둔 여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남자가 아파트 1채 없다면 결혼하기 힘듭니다." 얼마 전 중국 베이징시내 카페에서 만난 한 중국인 창업가의 말이다. 기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창업열기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이 말하는 "세상을 바꾸자"(Change the world)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창업가들만의 꿈과 이상을 들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만난 창업가들이 말한 중국 '창업열기'의 근원은 '꿈과 이상'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었다. 베이징에서 가장 놀랐던 것 가운데 하나가 넘쳐나는 고급 외제차였다. 그것도 최고급 모델들이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연상시키는 로고 때문에 중국인들이 유난히 좋아
꼭 10년 전인 2001년 11월 30일. 골드만삭스의 한 영국인 이코노미스트가 브릭스(BRICs)라는 생소한 용어를 제시했다. 현재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인 짐 오닐이었다. 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릿글자를 차례로 묶어 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세계는 더 나은 경제 브릭스(BRICs)를 원한다'는 보고서에서 4개국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견했다. 당시만 해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 있던 중국이나 소련 해체 뒤 모라토리엄까지 겪은 러시아가 세계 경제의 단단한 벽돌(brick)이 되리라는 전망은 꽤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브릭스 4개국의 성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대로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짐 오닐이 최근 텔레그라프 기고에서 "딱 하나 후회스러운 것은 좀 더 과감하게 전망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힐 정도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 최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굴기'했다. 러시
"한국의 ETF 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뤘다지만 레버리지, 인버스ETF에 몰린 쏠림 현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질적 성장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글로벌 ETF 컨퍼런스'에서 조셉 호 크레딧스위스 에셋매니지먼트 상무는 국내 ETF 시장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전세계적으로도 위험 상품으로 꼽히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단타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인버스ETF 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급증, 'ETF종목 100개 시대'를 맞았다. 설정액도 10조원으로 늘었다. ETF 컨퍼런스를 주최한 한국거래소는 3년 안에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레버리지와 인버스ETF의 거래대금 비중이80%에 달하는 현실은 거래소가 초청한 외국 전문가가 보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 현
A는 십수년간 빵을 만들어 온 경험과 제빵자격증도 갖고 있지만 밑천이 모자랐다. 반면 B는 돈이 있지만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이해관계가 맞아 빵집을 인수해 동업했지만 1년도 못돼 가게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다. 서로의 몫이 작다는 불만이 쌓이자 갈라서게 됐다. 이처럼 동업관계로 사업을 벌이다가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접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본다. 명확한 `계약관계'보단 서로 믿음이 있다고 착각한 `이해관계'가 파국을 부른 사례다. 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전문경영인이자 2대주주인 선종구 회장 간 벌이는 분쟁이 딱 그 짝이다. 법인 간 `동업'인데도 마치 개인 간에 벌어지는 행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선 회장에 대한 `경영권 보장'의 사실여부를 두고 양 측이 연일 폭로전을 펼치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시시비비'를 쉽사리 가릴 수 없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이번 `진실게임'의 시발점으로 유진그룹이 사실상 선종구 회장과 공동
"현대캐피탈→농협→SK컴즈→넥슨→?" 올들어만 굵직한 해킹사고가 벌써 4번째다. 이제는 성인 남녀부터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차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기업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린다.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질책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과연 이들 기업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겪었던 SK컴즈와 넥슨의 경우, 규모 대비 보안 투자면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았던 곳들이다. 일각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동정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호기심이나 영웅심리 차원에서 이뤄지던 '해킹'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최근 사이버 공격이 보다 정교하고 끈질긴 타깃공격(APT)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아무리 든든한 '철옹성'이라고 하더라도 작심하고 달려드는 해커에게는 장사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미국 주요 정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 직후 인천지법의 최모(45)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반향은 엄청났다. 부장판사의 신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려도 되는지, 또 "뼛속까지 친미"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등의 표현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최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는 소수 친구나 회원만 공유하는 사적공간'이라는 입장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사생활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 실제로 최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당시 300여명이었다. 겨우 300여명의 친구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최 부장판사의 거친(!) 표현에 대해서도 '법관도 사회 이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
"한국 지적재산권 시장은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시장규모는 주목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재권을 특기로 삼을 분은 우리 로펌에 와도 키워드릴 수 없습니다" 최근 연세대학교 로스쿨 취업설명회에서 재학생들을 만난 한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지재권 시장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소송가액 기준 지재권 시장 규모가 M&A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한국에서는 '돈 되는 시장'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직한 지 1달도 되지 않은 경쟁사의 직원을 고용하거나 타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이 흔하다. 경쟁사의 핵심 직원을 채용해 영업 비밀을 빼내도 소송가액 몇 억대에 그친다. 지재권에 대한 법적, 사회적 인식이 희박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코오롱인더의 미국 1조원 배상 판결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거대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법적 견제'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고, 피고인 코오롱 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