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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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테이블이 무한정 넓어진다면 정작 협상이나 제대로 되겠습니까. " 현대차가 회사 안팎으로 다양한 노조 압박에 직면한 모습을 바라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5일 구내식당 노동자, 공장 경비·보안직원, 판매대리점 카마스터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노동당국의 판정이 나왔다. 같은날 원청 정규직인 현대차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수순을 밟았다. 이날의 풍경은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으면서 대기업 노조 사이에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 삼성전자 노조가 같은 방식의 요구를 내걸며 올 상반기 파업 직전까지 갔고 현대차 노조가 그 뒤를 잇는 것은 업계에선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이 맞물리면서 더 복잡해졌다. 원청 대기업의 교섭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규직 노조의 성과급 요구, 하청 노조들과의 교섭 의무, 중노위 재심과 행정소송까지 감당하게 생겼다.
지난 4월부터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이 허무하게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미국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한국 투자자들이 수억원을 싸들고 달려들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물량을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 최소 10억달러(약 1조5145억원)어치 이상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하는 등 자신감 있던 미래에셋증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금융당국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관련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전문·기관투자자 등 사모 방식으로 변경했다.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 공모주 청약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일각에선 당국이 관여한 영향 아니냐고 의심하지만 처음부터 자본시장법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법은 국내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하려면 발행인인 스페이스X가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스페이스X가 국내 투자자를 위해 일정에 맞춰 증권신고서 심사를 받는 일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원유 수입이 끊기면 어떡하죠?" 지난 2월말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과 이로 인한 전례 없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로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걱정에 휩싸였다. 석유는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지만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다. 중동전쟁이 발발하고 나서야 '석유 없는 세상'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중동전쟁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유 수급은 초비상사태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3월20일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홍해 우회 항로를 이용한 유조선이 5월 초 입항하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원유 공백상태였다. 정부가 발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원유를 공수할 수 있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휘발유·경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대에서 순식간에 2000원대로 치솟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국내 주요 산업도 가동 중단 위기에 몰렸다.
'설상가상이다. ' 최근 만난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무관세 수입 쿼터 축소에 나서면서다. 미국과 EU만의 일은 아니다. 전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워 철강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철강 시장의 판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철강 수출국인 한국으로선 뼈아픈 변화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 수출액은 303억달러로 전년보다 9%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처럼 대규모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수출 감소분을 흡수할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각국이 앞다퉈 철강 수입 장벽을 높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철강산업이 단순히 하나의 업종이 아니라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방산에 이르기까지 철강이 쓰이지 않는 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철강산업이 흔들리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공지능(AI)이 물가를 끌어내릴까 오히려 올릴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 생활 물가가 전반으로 뛰자 통화정책을 결정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민이 깊다. 오는 16~17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주재하는 첫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연준의 독립성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호주, 노르웨이 등 각국이 금리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준의 2% 목표를 넘어선 지 오래다. 경제지표들은 일단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 중요하게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은 4월 기준 지난해 대비 3. 8% 상승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4. 2% 올라 3년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이란 전쟁 때문에 급등한 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금리를 통해 경제와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하는 연준이 결정의 순간을 맞고 있다. '매파적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란 평가를 받아왔던 워시 신임 의장은 그간 금리 인하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초여름의 길목, 바야흐로 금계국의 계절이다. 도심의 아스팔트 틈새부터 시골의 거친 국도변까지 지천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누구 하나 따스한 눈길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자생력. 세상 어디에서나 척박함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이 문득 지금 전 세계 시장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소비재 수출 전선과 닮았다. 최근 K-뷰티와 K-푸드로 대표되는 농수산식품의 수출 기세가 딱 그렇다. 국가가 거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대거나 정교한 청사진을 그려주지 않았음에도 중소·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친 황무지에서 홀로 자생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과 맛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탄탄한 자생력 하나로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중이다. 수치도 이들의 당당한 홀로서기를 증명한다. 지난 5월 한 달간 화장품 수출만 11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2% 증가하며 역대 5월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정부 정책이 바뀐 겁니다. 재작년, 작년까지 해외에서 K금융 영토를 넓히잔 분위기가 강했다면, 이젠 국내에 있는 국민들을 잘살게 하자는 '생산적 금융'으로 옮기다 보니 해외보단 국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 한 시중은행 글로벌금융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해외영업 분위기가 과거보다 다소 위축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유럽, 동남아시아 등 국외를 다니며 K금융 세일즈에 나섰던 지난 정부의 분위기와 여건이 많이 다르단 것이다. 당시 당국 주도로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 투자설명회(IR)를 다니며 해외 투자유치·현지 영업 확대를 지원했으며, 이는 금융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선 'K금융'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1월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을 만나 우리 금융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약속했었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창고', '공장', '팩토리'와 같은 표현을 약국 이름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하고,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약국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소비자 오인 또는 의약품의 과다 소비를 유도하는 표시인데, 정부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보건복지부령으로 구체적인 규제안을 만들 예정이다. 약국 중에 이런 표현을 쓰는 곳이 있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검색해봤다. '술 창고' '맥주 창고'는 익숙한 터라 비슷한 사례가 약국에도 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개정안에서 예로 든 표현 중에는 유일하게 '팩토리'를 쓴 약국만 검색되는데, 대한약사회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국내 1호 '창고형 약국'인 성남메가팩토리약국과, 이곳을 만든 정두선 약사가 올해 개소한 서울메가팩토리약국이다. 백화점, 마트같은 표현을 쓰는 약국은 이미 많이 있다. '제일 큰'이나 '메가' '대형'처럼 질보다 양(규모)을 강조한 약국 이름을 더하면 어림잡아도 수 백곳은 된다.
"운전자들이 아직도 많이 헷갈려하죠. 단속을 해도 '왜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되묻는 경우가 많죠. " 경찰 관계자가 전한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현장 분위기다. 2022년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가 도입된 뒤 여러 차례 계도와 단속이 이뤄졌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찰관과 운전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도 전국 교차로에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단속은 지난 4월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시행된다. 우회전 단속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우회전 교통사고는 보행자에게 치명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는 1만4650건 발생했고, 이 사고로 75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은 56%(42명)였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36. 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멈춰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멈추는 방법이 직관적이지 않다. 차량 신호가 적색인지 녹색인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는지 또는 건너려는 사람이 있는지,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스타 감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스타 요리사, 스타 운동선수 역시 생각의 고리를 몇 번 거치지 않아도 가뿐히 떠오른다. 그런데 R&D(연구·개발) 예산을 매년 수십조 원 투자하고 그래핀, 태양전지, 메타물질에서 세계적인 성과도 많은 이 나라에 '스타 과학자'는 왜 없을까. 어느 집단에나 선망의 대상이 있다. 한 사회의 '아이돌'은 대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순위로 드러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엔 1위 운동선수, 2위 의사, 3위 콘텐츠크리에이터였다. 이때 장래희망은 직업보다 꿈에 가깝다. 멋지고 부러운 존재이자 존경할 만한 대상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표 모델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이들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만년 '스테디셀러'다. 상황은 고교부터 달라진다. 지난해 고등학생이 꼽은 장래희망은 1위 교사, 2위 간호사, 3위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이었다. 생명과학자는 2023년에도 3위였다. 당시 4위는 컴퓨터공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빅테크(대형 IT기업)가 개발자 채용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신약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때다.
"공약을 폐기하지도, 행동에 옮기지도 않는 게 베스트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국가 대외 정책에 관여하던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 사드(THAAD) 확충 안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드 확충은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고 가능성만 열어두면 대중국 회유·압박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지렛대로 작용한다는 분석이었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다. 실제 사드 확충안은 당시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로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식 철회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핵 억제 교리도 모호한 영역에 있다. 미국은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문구 채택을 검토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미국이 핵 무기를 선제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국 등 동맹이 전략적 모호성을 요청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을 취재하며 사드와 NPR이 떠오른 건 전략적 모호성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략적 모호성을 높이겠다며 환헤지와 관련한 탄력적 집행 방안을 의결했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 중심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곳에는 방대한 내수 시장과 막대한 시장 자본이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업계가 중국향 기술수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회보단 우려에 가깝다. 미국·유럽 기업과 계약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과 최근까지 중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소식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을 이끄는 사례도 빈번했다. 바이오 산업 영역에선 중국이 미국·유럽의 차선책으로조차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시각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 든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차세대 항암신약으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선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첨단 분야에서의 존재감 역시 두드러진다. 달라진 중국 바이오 위상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공격적 기술자산 도입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중국이 더이상 단순한 생산기지 또는 판매시장이 아닐 뿐 아니라 혁신 기술 공급처로 부상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