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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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 시장은 해볼 만하다는 겁니다. "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이 말에는 위기감과 탄식이 섞여 있었다. 각국이 중국의 전기차 물량 공세에 대응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앞다퉈 마련하는 동안 우리 정부만 '무혈입성'이 가능한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산업을 방어하고 있다. 보조금과 관세 장벽을 동원해 자국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산 자동차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된 전기차 물량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관련 보조금 기준은 이런 공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물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월하다면 소비자들에게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 수년째 기부금 0원을 기록하며 사회적 기여도 측면에서는 비판받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대비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판매량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동맹 관계를 정원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지역으로 구성시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한미 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시각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놓은 답이다. 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한미 간 의견 불일치는 동맹관계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안 중 하나로 과도하게 정치쟁점화해선 안 된다는 게 위 실장의 당부였다. 청와대와 관계당국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정 장관과 미국 측의 시각차는 발언의 출처에 기반한다. 미국은 정 장관이 한미가 공유하는 이른바 '연합 비밀'에 근거해 구성시 발언을 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장관은 관련 내용을 '오픈 소스'(공개된 정보)에서 취득한 것으로 연합 비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최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발언의 당사자인 정 장관의 직위와 위치에 있다. 구성시 사안이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 등에서 알려진 내용이더라도 관계부처 장관이 직접 언급하는 순간 정보의 무게는 달라진다.
ETF(상장지수펀드) 순자산 규모가 400조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으나 업체 간 경쟁과열로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허위·과장광고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자 자산운용사들은 너도나도 우주항공 ETF를 출시했다. 스페이스X 상장시 이를 최대치로 편입하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실제와 달리 스페이스X를 국내 최초로 편입했다고 홍보해 문제가 돼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벌였다. 금감원의 이런 행보는 스페이스X 관련 경쟁을 자제하라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풀이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액티브 ETF 홍보 과정에서 상장 전에 구성종목을 사전공개한 일도 논란이었다. 일부 종목 주가가 크게 뛰면서 금감원이 점검에 나섰고 제도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커버드콜 ETF는 금감원이 ETF 관련 유의사항 안내시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다. '1억원을 넣으면 월 150만원씩 따박따박', '약 17% 분배율 기대' 등 실현되지 않은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주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광고문구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그동안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었다. 사용자성 판단이나 노동쟁의의 범위 등과 관련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사실과 다름" 혹은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표현으로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인간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의 설명도 이해는 간다. 갈등이 있어도 노사가 합리적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고,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양보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교섭 우려나 무차별 파업 등은 발생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고 인간의 행동은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최근 CU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화물연대 조합원의 사망 사고는 정부가 예상하던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으로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원활히 교섭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길 바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CU 사태의 책임을 오롯이 개정 노조법탓만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기름값이 묘하다. "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관계 부처와 정유업계가 술렁였다. 국제유가는 급락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현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시 정부는 '혼합판매 주유소'라는 해법을 내놨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들여오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15년이 지난 2026년, 혼합판매 주유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정유사와 상표주유소간 전속계약이 가격 경쟁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정유업계와 주유업계는 상생 협약을 맺었고 이에 따라 주유소는 기존에 거래계약을 맺은 정유사 외 다른 브랜드 제품을 최대 40%까지 혼합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간에도 주유소는 혼합판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번에 혼합 비율이 확대되고 공론화됐을 뿐 2012년 제도 손질 이후 이미 열려있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널리 확산되지 못한 것은 정작 주유소들이 이를 선택하지 않아서였다.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5일간 보류하겠다고 밝히기 15분 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우리 돈으로 1조원 이상의 원유 선물거래가 별다른 이슈 없이 2분만에 체결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통해 전쟁이 잠시 멈춘다는 소식은 사실이 됐고 유가는 급락했다. 지난 1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하기 직전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계약이 쏟아졌다. 체결 규모는 1분 동안 7990계약, 7억6000만달러(약 1조1150억원)어치다. 누군가는 '뉴스'를 미리 알고 수상한 거래에 참여한 것 아니냔 추측이 나왔다. 전쟁은 투자 기회를 넘어 게임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란 전쟁은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황이 뒤바뀌었다. 예측 시장은 이것조차 '베팅'으로 전환한다. 주요 예측시장에선 누구나 손쉽게 스포츠부터 세계적인 사건까지 결과에 베팅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사건의 확률이 곧 가격이 되는 구조이다보니 생명조차 판돈으로 계산된다.
중동 전쟁의 포화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으로 전이될 때 국가 위기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오른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한국에서 석유 수급은 경제의 혈류와 같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실효성 있는 '시스템적 대응'과 실효성 없는 '개인적 희생 강요'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실효적 조치는 '정부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다. 중동발 원유 도입이 차질을 빚을 때 민간 정유사가 해외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국내 도착까지는 최장 50일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 도입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 비축유를 우선 대여하고 사후에 돌려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원유 수급 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하며 산업계의 생산 차질을 정밀하게 방어했다. 데이터와 물류 시스템에 기반한 '유능한 행정'의 전형이다. 반면 '범국가적 에너지 절감 캠페인'은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주말 세탁기 사용'이나 '샤워 시간 줄이기' 같은 지침은 1980년대식 계도 행정의 재림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 자체가 진료 행위죠. " 최근에 만난 한 종양내과 의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정밀의료의 시대에 의사는 데이터를 환자처럼 다룬다. 어떤 질병에 무슨 약이 잘 듣는지, 환자에 따른 차이는 얼마나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맞춤 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약을 쓰면서 모이는 의료 데이터는 임상시험과는 다를 수 있다. 신약이 허가받을 때 하는 임상시험은 제약사 주도로 이뤄진다. 성별, 연령, 병력이 다양한 환자를 모두 포함하기 어려워서 효과도, 부작용도 전부 알 수 없다. 반면 사용 과정에 쌓인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실사용근거(RWE)는 현실 환경에 실사용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보다 실용적이고, 포괄적이다. 환자의 과거 병력, 진단 결과, 투약 정보, 치료비 등을 총망라하니 치료 효과나 비용 효과성을 판단하기 쉽다. 성별·연령을 불문하고 다양한 '한국인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만큼 글로벌 임상시험에서는 몰랐던 부작용과 효과를 알아차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의무기록(EMR)이 대부분의 병·의원에 깔려있고 정부가 행위별 수가 등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우리 집주인이 비거주 1주택자인데, 내가 전세 살고 있는 자기 집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면 나는 다음 계약 갱신 때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금지와 함께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을 불허하는 규제를 검토하는 데 대해 "무주택 실수요자 대출도 조인 상태에서 집 있는 사람들까지 압박하면 결국 나 같은 무주택자들만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뭔가 다르다. '이재명은 합니다'로 대변되는 그의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은 '코스피 5000'을 달성한 후 빠르게 '부동산 정상화'로 옮겨갔고, 현재진행형이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한 정부는 규제의 단골 타깃이었던 다주택자를 넘어 1주택자까지 겨냥하면서 남다른 화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제, 금융, 규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투기 제로 구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껏 이 정도로 강력한 조치는 없었단 점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정말 끝날지 일각에서 기대감도 읽힌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의 창업 휴학 허용기간은 2년(4학기)이다. 이후 복학해서 사업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데 창업자가 학생이라는 이유로 고객 미팅과 주주 간담회를 주말로 미룰 순 없다. 결석이 쌓이면 낙제를 받고, 낙제가 쌓이면 제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 대학교 2학년 때 창업 전선에 뛰어든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의 '모두의 창업'과 관련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사업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학생 신분과의 충돌이 일어났다"며 "학교에 몇 년 동안 방법을 구했지만 '창업학생을 위한 예외규정이 없기에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모두의 창업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따뜻하다. 누구나 기회를 얻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를 약속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구호를 곧이곧대로 믿고 뛰어든 청년의 발밑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다. 창업을 권하는 목소리는 넘치지만 창업을 지속할 수 있게 받쳐주는 구조는 비어 있어서다. 이 간극이야말로 지금 정책이 놓치고 있는 현실이다.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죠. " 고(故)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을 두고 한 경찰관은 이같이 말했다. 부실 수사 논란에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더 말을 보태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답답함은 고스란히 읽혔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20일 새벽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가 화를 입었다. 소음 문제로 옆자리 일행과 시비가 붙었고,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식당 안팎으로 끌려다니며 폭행이 이어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1월7일 뇌사 받정을 받았고, 장기 기증 이후 숨졌다. 가해자 일행은 6명이지만 초기 수사에서 입건된 건 1명뿐이었다. 경찰은 입건된 1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불구속 송치했다. 유족의 항의로 보완수사가 이뤄졌지만 추가 피의자 특정과 영장 재청구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 상해치사 혐의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됐지만 이마저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봐서다.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터질 때마다 기업들은 비슷한 대책을 내놓는다.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 점검을 강화하겠다, 모니터링을 보완하겠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늘 빠지는 질문이 있다. 그 시스템을 실제로 돌리고 로그를 읽으며 이상징후를 초기에 잡아낼 사람이 충분하냐는 질문이다. 이제 보안사고는 장비가 없어서 일어나는 시대가 아니다. 솔루션은 이미 웬만한 기업에 다 들어가 있다. 문제는 운영이다. 정보보호는 기술보다 운영에 가깝고 운영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25 정보보호 공시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757개 기업의 평균 정보보호 전담인력은 11. 2명이다. 정보기술 인력 대비 정보보호 전담인력 비중도 평균 6. 7%에 그친다. 기업들이 AI(인공지능)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말하지만 그 기반을 지키는 인력은 생각보다 얇다. 업종별 격차는 더 크다. 정보통신업의 평균 정보보호 전담인력은 25. 4명, 금융 및 보험업은 22. 8명이다. 반면 건설업은 3. 4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