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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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본관 기자실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아침 7시 30분에 이미 24개 좌석이 다 찼다. 기준금리가 발표되는 시점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가 열릴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한은 기자실이 북적인 이유는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기 때문. 한은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금통위가 열리면 기자실이 북적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 금통위마다 많은 기자들이 한은을 찾는 것은 아니다. 특히 15개월째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금통위가 열리는 날임에도 한은을 굳이 찾지 않는 기자들이 많아졌다. '어차피 동결될 게 뻔한데 굳이 갈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였다. 이성태 전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 김중수 총재의 첫 금통위, 기획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등 이벤트가 있어야 그나마 기자실이 붐볐다. 그러다 지난달 금통위부터 한은 기자실 인기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를 올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멕시코만에서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간 지 50여 일만에 유출량이 2000만 갤런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해상 재해다.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시추선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더 신경이 쓰인다. 해당 해양플랜트를 만든 현대중공업은 이미 구상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상황이 일단락되는 대로 미국 정부가 전방위 소송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추선 가동은 시추업체 BP(British Petroleum)가 했다. 또 인도한지 10년도 더 된 해양플랜트인 만큼 소를 제기할 여지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만하면 마음을 놓을 법도 한데 현대중공업 법무팀이 분주한 것을 보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듯하다. 옛 일을 돌아보면 걱정이 될 만도 하다. 1989년 엑손 발데스호가 알래스카에 원유를 유출하자 미국은 발데스사에 모든 피해비용 및 향후 30년간 소요될 복구비용을 청구했다. 단일 선체 유조선의 연근해 운항을 전면 금지시키는 강력한 조치도 취했다.
정치는 바람이다. 바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바람을 잡을 순 없다. 다만 올라탈 뿐이다.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쇄신·혁신 바람이다. 2008년 촛불시위, 지난해 4·29 재보선 패배 직후에도 쇄신론이 등장했었다. 당시 쇄신론은 '헛바람'(쓸데없이 부는 바람), '왜바람'(이리저리 방향 없이 부는 바람)에 그쳤다. 몇 달 뒤 청와대에서 단행한 부분개각이 전부였다. 인적 쇄신, 국정운영 기조 변화 등 '근원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번 바람은 '고추바람'(맵고 세차게 부는 바람)', '용오름'(바다 등에서 크게 용솟음치며 감아 오로는 회오리바람)이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는 여당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머니투데이가 지방선거 이후 민심 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36.7%)과 민주당(35.1%)은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였다. 개각·인적 쇄신과 관련해 55%가 필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내각이 10%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출범 8개월만에 깃발을 내렸다. 실추된 민주당의 명예를 되살릴 중책은 하토야마 내각에서 재무상으로 일했던 간 나오토가 맡게 됐다. 일본 94대 총리에 오른 간 총리는 4년래 5번째 총리다. 자민당의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 3명의 총리가 2006년 9월부터 1년씩 내각을 이끌었으며 8달짜리 하토야마 정부가 뒤를 이었다. 단명 내각 속에서 재무상 교체도 빈번했다. 간 총리 후임으로 재무상에 승진된 노다 요시히코 전 재무 부대신은 4년래 9번째 재무상이다. 결국 일본 경제의 불행한 현실이 정치적 격변으로 이어졌음을 수치는 말해준다. 8일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 간 총리와 노다 재무상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 역시 나라 살리기이다. 그중에서도 긴축 재정이 제 1의 임무이다. 노다 재무상은 이달 말까지 의회에 정부가 기울이고 있는 긴축 노력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현 추세로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이 증권사들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삼성증권이 최근 청약을 받은 스팩인 '히든챔피언 1호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최종 경쟁률은 0.66 대1에 그쳤다. 스팩 공모 사상 처음으로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스팩이 상장되던 3월만 해도 청약률이 163대1과 87대1을 기록하는 뜨거운 열기를 보였지만, 불과 석달만에 공모 청약 미달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공모를 미루는 스팩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이 지난달 공동으로 추진했던 스팩은 공모를 연기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7일 출시 예정인 '그로쓰알파스팩'의 공모 철회를 공시했다. 상장된 스팩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동양종금증권의 동양밸류스팩은 상장 한 달여만인 지난 5월 중순 이후 공모가 1만원을 줄곧 밑돌고 있다. 대우증권 스팩도 지난 3월3일 증시에 입성한 대우증권 스팩은 6월 들어 공모가 3500원을 밑도는 날이 많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스팩1호는 상장되자마자
증시가 급락세를 보일 때면 주가하락을 부추기는 악성루머가 거의 예외없이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얼마전부터는 구조조정을 앞둔 건설업계의 살생부 리스트가 돌고 있다. 거론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어려움이 없지만 투자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불안에 떨수 밖에 없다. 최근 한 건설사는 자금회전에 문제가 없음에도 "1차 부도가 났다" "어음을 결제 못해 채권단이 긴급 협의에 착수했다"는 등의 루머가 돌며 주가가 급락했다. 급기야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내려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으나, 주가는 이미 힘을 잃었고 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건설업에 국한된 것 만은 아니다. 한 달 전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3단계나 하향조정한다는 루머가 돈 적도 있다.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조정하기 앞서 사전단계로 전망을 변경한다는 '기본 상식'에도 어긋나는 터무니없는 루머였으나 시장에는 적잖은 충격을 줬다. 반도체 경기호조로 실적이 크게 좋아진 하이닉스는 때아닌 감자설이 돌기도 했다. 제품에 발
그리스에 이어 헝가리 사태를 보면서 동화 ‘양치기 소년’을 떠올린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그동안 거짓말을 일삼던 소년은 늑대의 습격을 받았을 때 도움을 받지 못했다. 바로 ‘신뢰’를 잃어버려서다. 지난 4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를 1만선 아래로 끌어내린 헝가리 정부 대변인의 발언은 너무 무책임했다. 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더라도, 설령 사실이었을 망정 자국이 디폴트 위기에 있다는 발언은 누구를 위한 언급인지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유로화 경제권인 유로존이 지금과 같은 위험에 처해있지 않다면 헝가리 대변인의 발언은 그저 그런 정쟁으로 비쳐줬을 것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유로화는 4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유로존 붕괴 움직임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예사로울 수 없다. 물론 헝가리의 속내도 단순치는 않았을 것이다. 헝가리, 라트비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꺼져가던 경제회복의 불
열아홉 여고 졸업생은 30대 중반의 아줌마가 됐다. 첫 직장이던 회사를 이직 없이 15년여 동안 다녔다. 하지만 그녀의 회사는 주인이 세 차례, 사명도 두 번 바뀌었다. 금호생명 김영희씨(가명) 얘기다. 동아생명에 입사한 김씨는 첫 월급으로 38만원을 받았다. 여상 우등생으로 은행도 갈 수 있었지만 대기업 계열사가 나아 보였다. 성수대교(동아건설 시공)가 무너진 1994년 전후부터 계열사라 그런지 회사는 별로였고 IMF 위기가 닥치며 더 힘들어졌다. 해약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쏟아졌고 본사에 지급을 요청했지만 ‘알아서 감당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영업사원들과 함께 은행에서 돈을 수백만 원 씩 대출받아 대신 메워줬다. 동아생명은 2000년 금호생명이 인수했다. 회사 주인과 사명이 처음으로 바뀐 것이다. 일은 그대로였지만 이때 연봉이 2000만원대로 올랐던 기억이 있다. 2005년에는 경상이익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로 직원당 수십만원씩 받
'인간의 탐욕스러움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일제시대 기생 '명월이'의 생식기와 사이비 종교인 '백백교' 교주의 머리 표본을 폐기해달라는 소송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잔인성에 푸념이 밀려들었다. 이 소송은 올해 초 혜문스님이 "일본 경찰이 무단 적출한 인체표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보관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표본 폐기와 위자료 2500만원을 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생식기는 1909년 문을 연 기생집 '명월관'에서 활동하던 기생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제는 명월이와 동침했던 남성들이 줄줄이 복상사하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 여인이 숨진 뒤 생식기를 적출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의 발상에 또 한 차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담당 재판부는 국과수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는데, 혜문스님은 표본을 직접 눈으로 보고 돌아온 후 인간의 마성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앓아누웠다고 했다. 혜문스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표본은 피부의 탄력이 남은 젊은 여성의 둔부와
#"쉿~현대·기아차에는 비밀입니다" 현대차의 한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 회사의 중국법인은 최근 현지 완성차 업체에 주요 부품 공급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그러나 외부에 함부로 알리지 못했다.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심기를 건드릴까 걱정해서다. 지난 글로벌 위기 속에 현대·기아차가 선전하면서 한국 부품사들의 실력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외 주요 완성차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신규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직접 만난 부품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덕에 금융위기의 어려운 시기에 잘 버텼다"면서도 "현대차가 상생 경영에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올 초 터진 토요타 대량 리콜 사태 이후 품질관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부품사와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부품사들이 체감하는 정도와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대다수의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은 특정 협력업체의 규모가 커져 입김이 세지는 걸 원하
열린우리당은 2004년 3월 멀쩡한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영등포 청과물시장에 위치한 옛 농협공판장 건물로 옮겼다. 불법자금으로 호화 당사 임대료를 해결했다는 파문에 부랴부랴 허름한 폐건물을 골랐다. 열린우리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노무현의 후예'들이 폐족(廢族)이 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 본 이 건물은 이제 민주당 영등포 당사로 불린다. 폐가처럼 외따로 떨어져 있던 이곳에 지난 2일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시절 17대 대선에서 참패하고 18대 총선에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오랜만이었다. 민심의 칼날은 매서웠다.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숨은 표'가 선거 당일 괴력을 발휘했다. 혹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회자된 '백욕이불여일표(백번 욕 하는 것보다 한 번 투표하는 게 낫다)'가 제대로 통했다고 말한다. 천안함 이후 극단으로 치닫는 안보위기론에 지친 젊은 층의 정권견제 심리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
대형마트에서 청소일을 하는 할머니는 전화 받기가 무섭다. 둘째 아들이 진 카드 빚을 갚으라고 걸려오는 독촉 전화 때문이다. 아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전화한 은행 직원의 목소리에 손이 떨린다. 신용불량자인 둘째 아들에게 어떻게 카드가 발급됐는지 물어볼 겨를조차 없다. 청소일로 받는 월급이 고작 70만원인데 매달 50만원씩 갚으란다. 그렇지 않으면 급여 압류까지 한다니 잠이 오질 않는다. 금융감독원엔 온갖 민원이 쏟아진다. 대출 금리 부당 적용, 연체 이자 부당 부과, 미사용 카드 연회비 징구 등은 기본이다. "금융회사에 '속았다'" "금융회사가 '무섭다'"는 넋두리도 많다. 힘없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보니 그 속엔 눈물이 섞여 있다. 그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 금감원의 민원조사팀이다. 지난해 11월 신설될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 "수박 겉핥기에 그칠 것" "금감원은 금융회사 편" 등의 시각이 적잖았다. 하지만 반년 남짓 지난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