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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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답변만 준비하면 됐다." 10일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일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진행된 외교 통일 안보 경제 교육 분야 대정부질문 일정을 마치면서였다. 분야는 많았지만 굳이 가릴 것 없이 "오직 세종시 문제만 대비하면 돼 '편했다'"는 얘기였다. 총리실만이 아니었다. 세종시와 관련된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상당수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같은 얘기를 했다. 국정감사와 더불어 대정부질문을 준비하는 시기는 공무원들이 '죽어나가는' 때라고 한다. 이런 대정부질문을 이번에 처음 준비해봤다는 한 서기관은 "이런 식이라면 매일 하라고 해도 할 만 하겠다"고 말했다. 닷새 동안 진행된 대정부질문에 나선 60여 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세종시'를 말하지 않은 의원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여야는 물론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등 여권 내 계파끼리도 정운찬 국무총리를 앞에 두고 충돌전을 벌였다. 시장에선 유럽발 일본발 경제위기론이 고개를 들
'카타르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에 나오는 용어로 '정화'라는 의미다. 그리스 비극에서 주인공은 고난과 패배를 겪지만 이를 보는 관객은 억압당한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방감 또는 정신적 고양을 느낀다는 것이다. 눈물을 쏙 빼게 하는 책 혹은 영화가 가슴 가득 채워주는 개운함이 바로 '정화'다. 고대 그리스 미학을 강의한 한 교수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배변의 과정에 비유하기도 했다. 배변 과정의 고통 끝 찾아오는 시원하고 상쾌한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이다. 카타르시스는 20세기 초 정신분석에서 무의식 속에 있었던 마음의 상처나 콤플렉스를 말이나 행위로 표출시켜 노이로제를 치료하는 정신요법의 이름으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분하고 억울하고 불쾌한 감정이 입을 통해 바깥으로 발산되는 순간을 정화의 순간이라고 보고 신경증 치료에 응용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욕설과 막말에도 '해갈'이라는 순기능이 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나라가 온통 카타르시스요법
존 테인 전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가 중소기업전문 대출기관인 CIT의 새 수장으로 월가에 돌아왔다. 지난해 1월 '불명예 퇴진' 후 불과 1년 만의 '화려한 롤백'이다. 일단 업계 안팎에선 그가 이제 갓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난 CIT를 살릴 '긴급 소방수'로 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CEO, 골드만삭스 사장 등 쟁쟁한 이력을 지닌 만큼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스스로 취임 일성으로 월가 복귀가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금융위기를 전후로 자리를 잃고 아직 방황 중인 몇몇 CEO들의 흥분감은 더할 것이다. 일각에선 테인의 복귀를 '불명예 퇴진 CEO 군단의 복귀 러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또 한편에선 이를 두고 금융위기의 교훈을 전혀 되새기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불과 1년 여 전 그가 벌인 불미스러운 일들의 여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BOA와의 합병 과정에서 메릴린치의 부실 규모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 합병 절차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설립 1주년을 맞았다. 본부는 4대강 살리기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론을 의식해 전국 각지를 돌며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4대강 살리기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기자들과는 논쟁도 불사하며 필요성과 정당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국회에서는 4대강 살리기를 반대하는 야당과의 밀고 당기기가 1년 내내 진행됐고 공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 표현대로라면 4대강 살리기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가뭄·홍수 등 물 문제 해결은 물론 수질·생태 환경과 문화를 살리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키는 1석4조의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20조원이 넘는 전무후무한 초대형 프로젝트인데다 유엔환경계획(UNDP)이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로 선정할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주목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어떤 논란이 불거질지 아무도 모른다. 4대강 살리기 설계·시공 일괄(턴키) 입찰이 대표적 사례다. 1차 턴키에서 평균 낙찰률
정부가 국내 제약 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복제약'(제네릭) 일변도인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을 육성, 반도체의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출현할 토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의약품 산업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17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생활수준 향상과 노령화 인구 증가 등으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데다 국민건강 차원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잘만 활용하면 NT(나노기술) 및 IT(정보기술)과의 접목 등을 통해 무한한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제약 산업은 매출이나 연구개발(R&D) 등에 있어 보잘 것 없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의약품 소비국이지만 국내 제약사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해 변방국가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은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들이다. 국내 10대 처방 의약품 가운데 국내 제약사의 제품은 동
"일주일만에 1000만원을 벌었습니다" 20대 후반의 한 청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갔다. 지난해 말 국내에 아이폰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한 명과 함께 아이폰용 게임을 개발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는 내용이었다. 개발기간은 고작 2주. 누구나 귀를 쫑긋 할 수밖에 없는 '대박 신화'였던 셈이다. 최근 앱스토어가 개발자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다. 열린 장터라는 말 그대로 앱스토어는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판매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정 금액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손쉽게 자신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자신의 전문분야를 바꾸는 개발자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은 정규 과목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주어진 업무 외에 '몰래 알바'를 하려는 개발자도 있어 기존 모바일 업체에서는
요즘 한국은행에선 금리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정부의 열석(列席)발언권이 11년만에 부활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격해졌다. 금리인상 근거는 많다. 앞으로 내수회복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이 커질 거라는 점은 이미 구문이 됐다. 저금리기조가 오래되면 그렇잖아도 커진 부채 부담이 더 증폭돼 부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금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올라 부실이 늘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저금리 상태가 유지되면 대출이 더 증가한다"며 "결국 금리는 오르게 돼 있는데 그만큼 부실규모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에 들어온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우려가 있어 선제대응을 하자는 의미다. 얼마 전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탓에 증시
'광우병 사태'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재작년 초여름. 인터넷방송국 기자 A씨는 경찰의 시위진압 과정을 취재하다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내린 결론은 A씨의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A씨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관련자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하고 불기소했다. 공권력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 판단이었다. A씨는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공권력 앞에서 A씨의 항변은 '허공 속의 메아리'일 뿐이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비슷한 사례에 대한 기존의 처분을 볼 때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검찰이 그동안 촛불시위 당시 과잉진압과 관련된 고소·고발건에 대해 "증거가 없다"거나 "관련자들의 소재나 인적을 파악할 수 없다"며 무혐의와 기소중지 처분으로 일관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결과다. 막
토요타 사태이후 토요타와 현대차를 비교하는 내외신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용은 각양각색이지만, '캠리'와 '코롤라' 등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토요타의 리콜로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받지 않겠냐는 게 대종을 이룬다. 지난 달 미국 시장의 판매 실적에서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난다. 토요타는 전년대비 16%가 감소한 반면, 현대차는 24%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가속페달의 결함으로 230만대 리콜을 발표한 토요타는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 넘는 리콜계획을 추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토요타는 일본에서도 사려면 몇 달을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까지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소비자들도 토요타 '품질관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이번 대규모 리콜 원인에 대해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전기차 사업 발표회장. 상장사인 A기업이 미국 전기차 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수입,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특급호텔의 그랜드 볼륨에서 아나운서 출신 유명 방송인이 사회를 본데다 화려한 뮤지컬 공연도 펼쳐져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 발표회장 못 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사업과 관련한 알맹이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4월부터 시범적으로 100여대의 전기차를 수입해 판매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을 수입할 것인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고 전시장은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중' 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판매 예정 모델이라며 선보인 전기차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른 전기스포츠카로 손꼽힌다는 설명과 함께 공개된 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 차체에 타이어만 끼워 만든 것이었다. 더구나 가짜 화환 논란까지 빚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대표이사(CEO) 명의로 된 화환에
저축은행 업계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이 부실화되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월 자산관리공사(캠코)에 1조7000억원 어치의 PF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업계는 여전히 '고수익 고위험' 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감소하던 대형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잔액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원자재, 국내외 유가증권시장처럼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대형저축은행의 자산운용방식은 투자은행(IB)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PF대출을 대체할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PF 이후 '먹고 살 거리'에 대한 업계의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 "PF를 대체할 신규 수익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황해하며 비과세상품 취급이나 신용카드·외환 업무 허용 등 업계에서 이전부터 주장하던 얘기만 반복할 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는 2002년에도 불편한 사이였다. 사건이 있었다. 좋은 관계를 만드려다 앙금만 남은 일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든 박 전 대표는 무소속 의원이던 정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16대 대선을 앞둔 시기, 언론에선 '연합'을 점쳤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예상을 깨고 독자출마를 결심했다. '월드컵 바람'을 타며 '욕심'이 난 탓이었다. 정 대표가 '국민통합21'을 만들고 나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번엔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재밌게 봤다"는 말과 함께였다. 영화는 대학 동창생인 남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정 대표와 박 전 대표도 동창생이다. 장충초등학교를 같이 졸업했다. 박 전 대표는 '당한대로' 돌려줬다. 거절이었다.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를 댔다. 4년 뒤인 2006년에도 불편한 관계는 계속됐다. 한나라당 대표에 오른 박 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