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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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잊은 게 있습니다. 기사에 절대 '특정 대기업' 이름을 넣으시면 안 됩니다. 꼭 빼주세요." 얼마 전 한 중소기업의 홍보 담당자 전화를 끊자마자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통해 이 회사가 특정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돼 취재 중이었는데 기사에 '그 대기업 이름'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통상 거래에는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 관련 기사에는 대부분 이들 대기업의 회사명이 빠지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로 통한다. 대신 대명사인 '국내 대기업'이 공급 상대방으로 등장한다. '국내 유수 전자기업'나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 등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기사를 읽는 독자나 투자자가 해당 중소기업의 제품을 공급받는 상대방이 어디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자님'으로 시작
"법대로 해야죠. 그 사업 허용하면 특혜논란 불 보듯 뻔합니다. 선거 앞두고 하는 선심성 발언 아닌가요?" 취재 과정에서 최근에 자주 접한 서울시 공무원들한테서 이 같은 답변을 많이 들었다. 일선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질문하면 나오는 반응이다. 재건축이나 도심재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대답을 한다. 서울 서초구 덮개공원사업, 강남구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시의 한 공무원은 경부구속도로 일부 구간에 덮개를 씌워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덮개공원 사업에 대해 교통문제 등 여러 난제를 들어 불가방침을 밝혔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 허용 시 제기될 특혜논란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계획은 민자를 끌어들여 인근 공원부지를 개발, 이 수익으로 덮개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타 지역과 형평성이 문제되고 개발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이 주어진다고 설명한다. 강남지역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사업 역시 '형평성'과 '특혜논란'을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장.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가슴아픈(?)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스토리도 담긴 책 '상식의 실패'와 관련해서다. 이 의원은 문제의 책 내용을 언급하며 "산은이 3번에 걸쳐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다는데 맞는가"라고 따졌다. 민 회장은 "책의 저자는 산은의 인수협상과 관련 없는 인물이고, 책 내용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민 회장의 답이 시원치 않아서인지 이 의원은 "책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달라"며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기자는 최근 산은이 국감 후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는 민 회장이 답변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리먼 인수와 관련해 주당 23달러를 요구한 것은 산은이 아니라 국내 다른 금융기관일 수 있다는 대목이다. 산은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국내 또 다른 금융기관이 리먼 인수전에 뛰어들었거나 적극적인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철강업체 대표들이 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는 최근 몇해 동안 한국전력이 산업용 위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 원가 부담이 심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의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 자제 요청은 한전의 최근 실적을 보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전은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05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에 따라 내년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한전의 계획은 상당한 반대 여론에 부딪쳤다. 그러나 전기요금 적정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전 측은 지난 3분기 흑자는 여름철 전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 단가가 상승해 생겨난 계절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해마다 3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다른 분기에 비해 5배 정도 많다. 따라서 올해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불투명한 상황이며 적자는 요금인상 등으로 메워야 한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수
"뒤통수를 맞았다"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느냐" 온라인 야구게임을 놓고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단초는 CJ인터넷이 제공했다. CJ인터넷은 지난 5월 한국야구위원회와 '마구마구'의 선수 초상권 사용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가 지난 4일에야 밝혀진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자사의 야구게임 '슬러거'에서 야구선수들의 실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네오위즈게임즈는 발끈하고 있다. 야구게임에서 선수의 실명사용은 게임의 극적요소를 고조시키는 매우 중요한 장치인데,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으니 네오위즈게임즈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네오위즈게임즈는 그동안 '슬러거'로 짭잘한 소득을 올렸는데, 그 길이 막혀버린 셈이 됐다. 네오위즈게임즈측에서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냐"고 목청을 돋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네 탓' 공방을 벌이던 두 회사의 갈등은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두 회사는 날마다 자신들의 입장을 언론에
액화석유가스(LPG) 업계는 요즘 뒤숭숭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년 넘게 끌어온 LPG 가격 담합 조사와 관련해 이번 주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공정위의 담합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PG업체의 한 관계자는 "앞서 진행한 공정위 소명절차 때 담합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업체간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은 가격 결정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LPG 공급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매월 말 발표하는 LPG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LPG 수입가격과 환율, 공급사 마진 및 운송·보험료 등 부대비용을 고려해 E1과 SK가스 등 LPG 수입업체들이 산정한다. 이 가운데 '수입가격'과 '환율'이 공급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올해와 같이 환율 변동이 적은 경우엔 수입가격이 오르면 대체로 공급가가 오르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3월과 8월, 11월 등 세 차례
"하한가요? 좀 과도한 측면이 있죠.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회사가 상황 설명과 주가방어를 위한 행동을 하기 전에 제가 의견을 냈다가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제가 곤란해질걸요" 지난 3일 위폐감별기 에스비엠이 미국의 한 업체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했고 현지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50억원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한 애널리스트의 반응이었다. 이날 에스비엠 주가는 장 개시와 함께 하한가로 직행했다. 기자는 회사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최종관 대표와 IR 담당자와 잇달아 통화를 했다. 회사측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최대 3심까지 소송이 진행될 수 있고 한국 법원에서 배상액이 크게 감액될 수 있으며 미국 현지 판매대행사와 공동 책임이기 때문에 규모는 더 낮아질 거라고 설명했다. 3분기까지 에스비엠의 매출이 220억원을 넘어서고 순이익이 80억원에 달하는 등 연간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세가 30%를 상회하는 고성장세에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에스비엠은 밝혔다. 특히 상반기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장고 끝에 와이브로 허가조건을 미이행한 KT와 SK텔레콤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허가취소, 사업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대두한 점을 고려하면 아주 가벼운 제재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같은 결정은 사업자에 대한 선처보다 와이브로가 직면한 시장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3세대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이라는 강력한 경쟁기술이 등장하면서 당초 서비스 3년 뒤 500만명으로 예측한 와이브로 가입자수가 현재 25만명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모두 사업자들에 돌리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받은 사업자가 허가조건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면 이는 분명히 제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2008년까지 3년간 각각 6882억원과 5329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금액을 투자한 해당 사업자들 역시 와이브로 부진의 최대 피해자들이기도 하다. 사실 와이브로 비활성화에서 사업자들 못
더벨|이 기사는 11월05일(08:5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의 업체당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 펀드에서 최대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을 통해 모 게임업체에 105억원을 집행했다. 게임업체 단일 투자 건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동양창업투자는 동양12호벤처투자조합과 동양13호특허기술사업화조합에서 총 30억원을 출자해 부강샘스 지분 25%를 취득하며 2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5억~10억원 규모의 투자에 익숙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 사이에선 '힘들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투자 방식이 부담을 주는 데다, 대규모 자금을 한꺼번에 집행할 만한 투자 대상 발굴도 쉽지 않기 때문. 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예전에는 VC 심사역들이 공동으로 투자를 많이 했는데 딜 발굴이 힘들어지다 보니 비밀리에 개별 투자를 하는
"도대체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거야, 안하겠다는 거야?" 하이닉스 매각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심지어 채권은행끼리도 전망이 엇갈린다. 지난 2일 효성의 요청에 따라 채권단이 투자제안서 제출마감 시한을 2주간 연장해줬을 때가 '정점'이었다. 채권단은 지난달 15일에도 1차례 연장해준 터였다. 2번째 연장에 대해서는 A채권은행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A채권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딜은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효성에 말미를 준 것은 다른 채권은행이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에서도 내년에 다시 매각작업을 진행할 것같다는 전망이 많다"면서 "효성이 정치적으로 걸린 게 너무 많아서 역풍을 맞기 전에 스스로 접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B채권은행은 다른 얘기를 꺼낸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일단 효성이 투자제안서 제출기한을 연장해달라고 했다는 것 자체가 인수의지가 있
"정부의 주택정책이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전환되면서 분양사업이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의 70%까지 상승합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지구가 선정되는데다 사업기간 단축, 용적률 상승 등까지 감안하면 수익구조가 현저히 높아져 2014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이 눈에 띌 겁니다."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제1 경영목표인 재무구조개선 방안에 대해 몇 번이고 강조했다. LH는 부채가 102조원이지만 실제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국민주택기금, 분양선수금, 임대보증금 등을 제외한 순수 금융부채는 45조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은 467%가 아니라 225%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현재 팔수 있는 자산이 70조원에 달해 순수 금융부채 45조원을 제외해도 25조원의 자산이 남고, 공사가 보유하고 있은 주택·토지 실질가치도 장부가액보다 높아 순자산가치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종전까지 택지개발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민임대주택과 지방 공
'교체는 했지만 잘못된 건 아니다?' 3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영어안내문을 일부 교체했다. 머니투데이가 10월 28일 '한글'을 '한국어(our national language)'로 오역한 것을 지적한 보도를 낸 지 6일 만이다. "랭귀지(language)가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고 주장해온 서울시로서는 의외로 발 빠른 대처다. '내셔널 랭귀지(national language)'라는 동판의 글자를 떼어내고 '코리안 캐릭터스(Korean characters)'를 새로 붙여놨다. 교체는 오류를 시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전히 같은 주장만 되풀이 했다. 3일 저녁 동판의 글자를 바꾸고서도 "계속 검토중"이라는 답변이다. 첫 취재 이래 같은 답변만 반복하면서 밤새 '행동'에 옮긴 것이다. 서울시는 "외국 관광객이 이해하기 쉽게 상식선에서 '랭귀지'를 쓴 것"이라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 해명은 어이가 없다. 영어의 기본만 배워도 'langu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