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시행될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시작하기전부터 시끄럽다. 이 제도는 휴대전화를 서비스하는 이동통신사를 바꾸듯 펀드투자자들도 판매보수가 싼 회사를 골라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펀드 판매사들이 가만히 앉아 매년 1.5% 이상 판매보수를 챙긴다는 비판이 일던 와중에 판매사의 경쟁을 유도해 자연스레 보수를 낮출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
문제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 변경을 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벌써부터 판매사간 형평성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판매사간 전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놓고 은행과 일부 대형 증권사 담당자만 불러 모았다. 중·소형 증권사는 공식 발표된 후에나 알게 됐다.
이 제도는 고객의 계좌정보 등을 보관한 원장시스템과 관련 있고 여기에 시스템적 고리를 만들어 놔야 한다. 중·소형사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자체 원장을 갖지 못해 코스콤의 시스템을 공동 사용한다.
중·소형회사를 대표할 코스콤 담당자만 불렀어도 형평성 시비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당장 실효성 문제를 떠나 판매사 입장에선 고객을 뺏고 뺏기는 것이어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데도 '밀실'에서 진행한 셈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출발이 같아야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제도가 나올 때마다 항상 뒤에서 출발한 느낌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 감독당국이 변변한 공청회도 열지 않은 채 일부 대형사만 참여해 만드는 일방통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협회가 회원비를 많이 내는 대형사에게 '특별 서비스'를 하는거냐" 등등 쓴소리가 나왔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9월 '수익증권 통장거래약관 개정안'을 발표한 후에도 중·소형사에서 마찬가지 불만이 터진 바 있다. 이 조치는 거치식펀드의 일정금액을 매월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협회장 선거때마다 금융투자업에 대한 비전과 금융투자회사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대변해 줄 인물인지보다 대형사인지 중·소형사 출신인지를 따져 각 회사의 위치에 따라 표를 던지는 풍경도 이같은 정서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