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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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청와대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 재계 3위인 SK의 최태원 회장은 4위인 LG 구본무 회장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LG가 GS, LS를 계열 분리하면서 재계 순위가 SK에 밀렸기 때문에 최 회장이 상석에 앉게 됐던 것. 이는 최 회장이 재계의 대선배 구 회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청와대에 자리바꿈을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재계 순위는 단순히 자산규모를 드러내는 정보가 아니라 의전자료로 사용된다. 지난주 공정위가 발표한 재계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가 재계 순위에서 LG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자산규모는 SK가 지난해 55조3740억원에서 올해 60조376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LG는 지난해 54조4320억원에서 올해 52조3710억원으로 줄었다. SK는 SK㈜ 등 계열사 주가가 올라 그룹의 유동자산이 늘어났을 뿐 고정자산에서 격차가 커진 것은 아니라며 의미부여를 않고 있다. 그러나 주가로 수렴되는 두 그룹의 실적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에 소홀한 것 아닙니까?" "삼성전자가 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합니까? 신성장동력이란 말은 삼성전자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하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그는 스스로를 '비판적 삼성맨'이라 부른다. 맹목적으로 삼성을 칭송하고 삼성을 추종하는 직원이 아니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비(非) 삼성맨'의 시각으로 봤을 때 그도 어쩔 수 없이 삼성맨이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제3자 입장에서 '오만과 자부심'을 구분짓기 어려울 때가 많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은 우려할 만하다. 영업이익은 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6년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정작 삼성전자는 특유의 자신감과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 낙관의 이유로 비용절감, 가격상승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로써 과연 시장우려를
최근 국내에서도 고금리 사채에 대한 법령규제가 정비중이다. 이자제한법(사금융 대출 40%)이 부활되고, 이에 맞춰 정부도 대부업체들의 대출이자 상한을 현66%에서 50~55%로 낮추려 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지난 11일 대부업체 이자율 하향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부업계는 당연히 이자율 하향에 반발했고, 당국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세부적으로 의견차이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대부업계의 논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대출이자 66%를 받고 있는 중대형 대부업체의 원가는 부실자산 상각율(15.0%), 인건비 등 관리비용(29.0%), 자금조달비용 15.0% 등으로 구성된다. 영업이익이 2.5%에 불과한 수준인데, 여기서 10%p 이상 대출금리를 내리면 손실로 이어져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자율 하향에 찬성하는 입장은 그렇지 않다. 조사결과 현행 대부업체들의 원가분석이 다소 부풀려져 있고, 실제 금리를 내려도
미국이 10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영화, 음악, 책 등에 대한 무역장벽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지난달 30일 중국산 아트지에 대해 처음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미국은 지난 2월에는 중국정부의 기업 보조금 문제를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같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보복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지적재산권 침해 방지 기준을 강화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며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게 아니라 중국을 한단계 높은 기준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2001년 WTO 가입 당시 약속한 내용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티아 부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2001년 이후 미국을 WTO에 제소한 게 34번이나 됐지만 무역관계가 나빠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장면1.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파묻었다. 이어진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 찬반투표에서 유 장관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254대9(기권 2표)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됐다. #장면2. 지난 6일 오후 청와대. 유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관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9일 유 장관의 사의 수용을 유보한데 이어 10일 국회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민연금 개혁이 좌초된 것을 놓고 '내탓, 네탓'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유 장관이 있다. 유 장관은 연금 개정안의 부결을 "유사 이래 최대 재정사고"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의 걸림돌이 나라면 사퇴하겠다"고 주사위를 던졌다. 법안 부결을 주도한 한나라당은 유 장관을 '초보운전자'로 폄하하면서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유 장관이 부각되면서 어느새 유 장관
"건축 심의에 상정하는게 맞다는 의견만 제시했다." (감사원) "정당한 법률 절차 따랐을 뿐 외압은 없었다." (성동구청) "시공사가 부지매입과 인·허가 등 모든 절차를 전담했다." (KT) "아파트 사업은 시행사가 인·허가를 받고 건설사는 시공만 한다." (현대건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사업이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아파트 사업부지에 포함된 경찰기마대 땅이 소유주인 경찰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사업자측에 매각돼 사업승인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감사원과 정치권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감사원을 비롯, 사업승인권자인 성동구청, 시행자인 KT,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은 각각 "우리는 관계없다"는 입장만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축심의가 보류돼 손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을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원론적인 설명만 늘어놨다. 이날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성동구의 해명 브리
2002년 당시 잡지사 엘르에 근무하던 기자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세계 양대 와인박람회 '빈이태리'(VinItaly)에 한국 대표 심사위원으로 초청됐다. 각국의 와인평론가와 전문기자 50여명이 모인 만찬에서 한 평론가의 부도덕성이 대화 주제로 떠올랐다. 성토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대량매입한 와인에 최고 평점을 매기는가 하면 신생 브랜드의 지분을 받은 뒤 극찬하는 평론을 잇따라 발표했던 것. 게다가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은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는 행태도 동료들의 비판을 받았고 와인평론가의 능력 평가제 도입까지 거론됐다. 5년 뒤 증권부로 자리를 옮긴 기자는 애널리스트들의 행태가 당시 부도덕했던 와인평론가의 그것과 비슷한 데 놀랐다. 올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IT업종이 유망하다며 앞다퉈 매수 의견을 냈다. 그러나 1분기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대형 IT주는 힘을 잃은 채 소외됐다. 개별 종목의 주가도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와 거꾸로 움직이기 일쑤였다. 심지어 소속
가전 명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등 경쟁이 재점화됐다. 국내 시장에서 서로 1위를 했다는 발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TV시장에서 1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올해 1~2월에 국내 TV시장 1위를 했다고 응수했다. 코미디 같은 장면도 연출됐다. 지난해 김치냉장고 시장 점유율에 대해 삼성과 LG는 서로 1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기준이 다르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공동 1등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올해초 에어컨 예약판매 시장에서도 삼성과 LG는 서로 1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20만대로 1위를 했다고 발표하자 LG전자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LG전자는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만대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선의의 경쟁은 좋은 일이다. 라이벌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면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어 낸다. 소비자 입장에서 두 회사의 경쟁이 반갑기만하다. 그러나 삼성과 LG의 국내시장 경쟁은 안타까운 일면도 있다. 매출의 60~70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신규사업'에 나선다. 경제잡지인 'KRX'의 창간이 그것이다. KRX측은 상장기업을 알리고 시장참여자에 '비즈니스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에 배포한 창간호를 유심히 보니 색깔이 경제 트렌드 잡지인지, 투자종목을 알려주는 투자정보지인지 헷갈린다. CEO인터뷰, 기업탐방기사, 신규 상장기업 소개 등을 담았다. 애널리스트의 기업추천 코너도 눈에 띈다. 고급재질 종이에 명품광고가 즐비하다. KRX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선진거래소에서도 유사잡지를 내놓고 있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시장을 모방하며 영역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과연 우리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물건너 활동하는 스포츠 스타가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상한가를 기록하는 한국 증시에서 KRX가 '골라주는' 종목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공개(IPO)를 앞둔 KRX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몸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성급하게 움
"죄송하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입니다" 감독당국의 지적에 따라 출시 두달만에 신규발급이 중단된 하나은행 '마이웨이'카드의 최종 발급실적을 묻는 취재에 돌아온 답이다. 카드담당 라인 어느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역시 같은 답 뿐이었다. 은행업계나 카드업계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소식통은 "내부에서도 이 정보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다"며 "신규발급(기존 하나은행 카드가 없던 고객)된 카드수만 35만장 정도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70~80만장 발급됐을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카드업계가 추정한 수치다. 아마 '과당경쟁 우려'라는 감독당국의 지적이 있었던 상품이기에 실적을 밝히기 무척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수치야 어떻게 됐던 일부 몇십만 고객의 전유물로 남게된 '마이웨이 카드'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던지는 상품이다. 마이웨이카드는 카드사상 처음으로 대중교통할인서비스를 제공하고 할인점, 주유, 패밀리레스토랑 이용할인 등 다른 카드에도 있는 서비스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결국 타결됐다. 일단 이번 협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쌀이 개방대상에서 제외되고 자동차 부문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한미 FTA 협정은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진보진영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미국과 FTA 를 타결한 것은 한국 경제에 자유무역이 그 만큼 절실하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던 보수언론도 노무현 대통령이 대단한 결단을 했다며 이번 협상을 이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당장은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내년에 어떤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자유무역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가 FTA에 적극 나서는 판에 한국만 뒷짐지고 바라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접해 있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에게 뒤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개방'이라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 시한을 몇시간 앞둔 지난 3월30일 밤. 자정 또는 새벽에 '타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됐던 만큼 기자들도 '비상 대기'에 돌입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물론 귀가한 이들도 TV나 컴퓨터 앞에서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한주를 정리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 밤이 깊어질 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내용은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 '한미 FTA 협상 타결 관련 논평 발표". 당시 시간은 밤 10시28분. 보고있던 TV에서는 '속보'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일까. 화들짝 놀라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일 수신함에도, 민주당 홈페이지에도 논평 내용은 없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도 '타결'은커녕 '난항'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10여분 남짓이 지난뒤 또한번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한미FTA 타결시, 미타결시 브리핑 내용 미리 이메일 발송". 메일함을 열어보니 민노당 내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