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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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이 엄청난 성장을 해 왔지만 일부 잘못된 관행과 부정, 비리가 여전하다. 건설인 스스로 대대적인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2월 28일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근처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협회 정기총회 현장. 권홍사 회장은 투명ㆍ윤리경영 실천을 다짐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건설업체 대표들은 투명유리로 만든 '윤리경영 실천 약속의 함'에 각자의 명함을 넣으며 윤리경영의 퍼포먼스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선언의 '약발'은 6개월에 불과했다.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재건축 아파트 건설과 관련 비리로 현대건설 전·현직 간부와 조합간부 등 26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시공사는 하도급업체로부터 선정 및 후한 공사비 대가로 거액을 상납받고 시공사는 다시 이 돈을 조합장에게 건네는 전형적인 재건축의 삼각 부패고리를 재현한 것이다. '복마전'이라 했던가. 공교롭게도 건설업계의 어두운 구석을 같은날 한꺼번에 드러냈
연초 우리사회의 핫이슈였던 대규모 리니지 명의도용사태. 구멍은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개인정보관리체계에 있었다. 최근 발표된 경찰의 최종수사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들의 고객정보 관리 수준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H자동차에서 10만여건의 고객정보를 빼내 리니지 명의도용에 악용했던 최모씨. 그는 H자동차 서비스센터에 근무할 때 알게 된 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퇴직 후 쉽게 H자동차 전산망에 접속해 고객정보를 빼냈다. 고객정보가 생명줄인 신용정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자격자에게 채권추심을 위탁하면서 이들이 신용정보를 함부로 열람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그 결과, 채무자 등 10만여명의 신용정보가 유출돼 불법 명의도용에 사용됐다. 모 방송국을 포함해 수백여개의 기업홈페이지를 제작해온 G사 임원의 경우,직원 누구나 각 기업의 관리자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해, 1만여명의 고객정보를 팔았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뒤늦게 방비에 나섰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안정성장 지속과 사상최대 이익 달성 전망', '신ㆍ구 사업의 조화로 제 2의 전성기에 진입', '건설경기 회복과 상품매출 호조가 실적개선의 동인', '개발력 향상 인상적'... 증권선물거래소(KRX) 리서치 프로그램(KRP)에 의해 지난 5~6월 나온 보고서들의 제목이다. 하나같이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돼 있다. 제목만 보면 투자하고 픈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 이같이 KRP 보고서들의 제목이 천편일률적으로 좋은 것은 돈을 받고 써주기 때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KRP 참여기업이 300만원을 내고 증권선물거래소측이 KRP운영기금을 통해 700만원을 지원하며 증권사 두 곳이 각각 500만원씩 받고 연간 8회의 분석보고서를 작성한다. '돈 받고 보고서를 써준다'고 해서 애초부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KRP는 최근 VK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무용론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KRP를 우직스럽게 밀고 있는 KRX는 KRP 홍보에 여념이 없다. VK 사태가 벌어진 지 채 1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8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다음날 예정된 임시국회 재경경제위원회에서 보고할 '업무현황' 보고서를 보냈다. 물론 다음날 오후 3시 이후 취급해 달라는 '엠바고'에 대한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참고자료를 포함해 총 22쪽 분량의 이 보고서를 살펴보던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2쪽 분량의 '주요 현황상황'. 수출입은행은 이 부분을 통해 우리기업의 지속적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은 자국의 자본재, 첨단기술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요자금(수출금융)의 대부분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반면 한국 수출입은행의 재정지원 비중은 26.1%에 불과하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지난해 말 현재 기금승인액이 조성액을 약 6000억원 이상 초과한 상태다. 따라서 만약 2007년 이후 신규 재정출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출입은행은 2008년부터 재원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양하는 인천 영종도. 이곳에서 자본시장통합법과 관련해 대토론회가 열렸다. 정관계 인사와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5시간 넘게 이어졌다. 더욱이 이날 자본시장통합법이 마침내 입법예고 됨에 따라 토론회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토론회에는 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비롯해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 몇몇 국회의원들이 참석했으며, 30여명 이상의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들이 참석했다. 오후 2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됐지만 각 인사들은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토론회를 준비했다. 첫 주제발표 및 토론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강형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에 나섰다. 토론자의 진지한 모습과 사회를 맡은 박상용 연세대학교 교수의 능숙한 진행으로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언제 간지 모르게 흘러갔다. 10분간의 휴식. 두번째 주제발표 및 토론을 앞두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다음
요즘 외신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자들의 기부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세계 2위 부자(포브스 기준)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지난 25일 자신이 가진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35조원)을 기부하겠다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가운데 300억 달러 가량이 개발도상국의 건강 향상 및 빈곤 축소, 교육 개선에 힘쓰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들어갔다. 버핏이 보내기로 한 300억 달러에 게이츠 재단의 자산 300억 달러를 합하면 600억 달러에 달한다. 600억 달러는 실감이 나지 않는 액수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600억 달러는 하버드대 모든 학부생이 297년 동안 내는 학비며, 하루 1달러 이하로 사는 세계 최극빈층 12억명이 132일 동안 맥도날드 세트메뉴(3.75달러, 3600원)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유럽 대륙을 비롯해 인도와 중국 전 국민은 스타벅스 중간 사이즈 카푸치노커피를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생한 주택담보대출 정책 혼선과 관련, '관치금융'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창구지도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일부 시중은행이 신규 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천막지점'에다 갖가지 금리혜택을 주며 돈 좀 갖다쓰라고 애원하던 은행들의 태도가 돌변하자 돈 빌려 집 장만하려던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은행은 금감원이 대출한도 총량을 설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혼란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금감원은 그러나 대출한도 총량을 설정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출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을 뿐인데 은행이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말이다. 여론의 질타에 금감원의 한 간부는 `감독당국의 저주받은 운명'이라는 표현으로 언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감독당국은 규제활동에 충실할수록 금융회사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다. 반면 적절한 개입에 실패하면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감독당국의 태생적 어
"집주인이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으니 망정이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더니 이렇게 서민을 울릴 수가 있나요?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집니다." 직장인 A씨는 며칠 전 일을 떠 올리며 치를 떨었다.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썼는데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내집 마련을 위해 수년간 전셋집을 전전하며 알뜰살뜰 돈을 모았는데 집값 일부가 모자라 계약이 깨졌으니 화가 날만도 하다. 요즘 취재차 들르는 곳마다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자금이 넉넉한 투기꾼에게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당장 주머니 사정이 뻔해 은행 대출 없이는 내집 마련 꿈조차 꾸지 못하는 서민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몇 달 전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 때는 '노마진' 경쟁을 벌이며 대출상품을 팔더니 감독당국의 말 한마디에 대출 문턱을 올린 은행을 찾으며 느끼는 허탈감도 클 것이
“‘세계 첫 상용화’보다는 그저 일정에 맞춰 조용히 시작하겠습니다.” “일정에 밀려 ‘세계 첫 상용화’라는 명예를 받기는 부담스럽죠.” ‘세계 처음’이라는 기록에 유독 민감한 IT업계에서 KT와 SK텔레콤이 명예를 서로 양보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체들은 ‘세계 처음’이 되기 위해 경쟁회사의 일정까지 컨닝해 코앞에서 선수를 치는 ‘반칙’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을 놓고는 완전 딴판이다. 애초 KT는 정부가 허용한 와이브로 상용화의 마지막 날인 6월30일을 상용화 날로 잡았다. SK텔레콤은 이보다 더 미룰 날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세계 첫 상용화를 떠맡게 됐다. 세계 IT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명예가 어느새 ‘짐’이 돼 버린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회사 모두 와이브로의 시장성을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련 임원들은 “처음 시작해 보고 시장성이 안 보이면 바로 사업을 접을 계획”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런데도
"기름값이 올라 마진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나 몰라라 하네요" 전남 목포에서 영세 해운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사장의 하소연이다. 서남해안 일대 건설 현장에 골재를 배로 실어나르는 업체는 예인선에서 바지선을 끌고 가기 때문에 유류가 많이 소비된다. 요즘 같이 유가가 치솟을 때는 업체 운영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는 비단 김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연일 치솟는 유가에 연안해운업계의 시름은 늘어만 간다. 그러나 모든 해운업체가 고유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외항화물선, 원양어선 등은 외화획득이란 명분으로 시중 유통가 절반 수준의 면세유를 제공받는다. 연안여객선도 한시적이지만 면세유 혜택을 받고 있다. 해운업체 중 연안화물선만 면세유 제외돼 있다. 물론 정부는 2001년 7월경부터 1ℓ당 210원 가량의 유류비 보조금을 연안화물선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연일 치솟는 유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영세 업체의 이런 절박한 사
"올빼미 공시를 하는 기업이 사라졌다기 보다는 다음 날로 넘어가는 공시가 늘어난 셈이죠." 올해 초 악의적인 올빼미 공시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시서류 제출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만 제출하도록 한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밤 늦은 공시를 감행하는 업체 수가 크게 줄지 않는 등 규정시행의 효과가 미비했다. 특히 사업보고서 마감일이 있던 지난 3월에는 코스닥시장에서만 142건의 올빼미 공시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엔 양 시장을 합쳐 올빼미공시 건수가 50여건 내외로 줄었으며, 오후 7시 이후 나오는 공시는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겉으론 정착되는 듯 싶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못하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규정 시간 이후에 공시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측이 공시 자체를 다음날로 넘긴다. 말 그대로 '조삼모사'다. 최근 횡령 배임 소송 회사합병 등 민감한 내용들이 이른 아침에 공시되는 일이 비일비재 해 진데도 이와 같은 이유가
"보안 유지상 심의 안건을 즉석 상정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돌연 연기하면서 밝힌 변이다. 얼핏 대우건설 인수전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을 기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로 들린다. 물론 대우건설 인수전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에서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한 기업의 새주인을 가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보류하게 된 진짜 이유는 '보안유지상 심의 안건을 즉석 상정했지만'이라는 부분에 숨어 있다. 신중히 결정돼야 할 사안임에도 즉석 상정으로 졸속 심의에 부쳤다가 공자위 민간위원들의 반발로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공자위가 애써 표현을 다듬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공자위 매각심사소위원회 민간위원들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며 졸속 심의를 문제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