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세계 각지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현장 소식과 심층적인 국제 이슈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넓혀주는 코너입니다. 최신 국제 뉴스, 현지 취재 리포트,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며, 독자들이 세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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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일본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장면은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흑백사진 속 협상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는 치열했던 당시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 뒤섞여 앉은 미국과 일본 관료 14명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뿜어낸 기세가 얼마나 강렬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70분 동안 이어진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협상 제안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딜'을 했다고 한다. 관세율을 1%포인트 낮출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쌀을 더 사라", "미국산 자동차 안전 규제를 완화하라"고 몰아쳤다. 일본 협상팀은 "10명은 있어야 버틸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고 돌이켰다.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4000억달러를 펜으로 밑줄을 그어 지우고 5000억달러로 고쳐쓴 사진 속 장면도 이런 협상의 결과였다. 당초 1000억달러로 준비했던 일본의 투자계획은 백악관
"정말,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뉴노멀, 트럼프 재집권 후 G2(미국 중국) 관세전쟁. 이 격동의 시기에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라는 과분한 기회를 얻어 중국에서 살고, 생각하며, 기사를 썼다. 임기 중 적잖은 지인들이 중국을 방문했다. 사람마다 소회는 다양했지만, 특히 오피니언 리더 계층이라 할 만한 인사들이 빠짐없이 언급한 게 "생각했던 중국과 너무나 다르다"는 거였다. 우선 택시에 놀란다. 대시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중국산 '6좌'(6인승, 카니발 정도 사이즈) 전기차에 캐리어를 싣고 베이징 시내로 들어가노라면 "뭐 이리 비싼 차를 불렀느냐"던 지인들은 시내를 돌아다니는 중국 택시 중 상당수가 그런 차들이라는 데 놀란다. 거의 완전히 애플리케이션(디디추싱 등)으로만 잡아 타는 중국 택시들은 브랜드만 수십개에 달하는 형형색색 최신형 중국 전기차의 카탈로그 격이다. 특히 10년 이상 만에 중국에 와보는 사람들은 더 놀란다. 낡은 현대 아반떼(중국명 엘란
베이징에서 지켜본 바, 전 지구인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이 벌이고 있는 모든 일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단 한 명이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트럼프가 벌인 일들을 시간 순으로 놓고 이유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이번 관세전쟁은 미국의 힘보다 중국의 내공을 더 부각시켰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다시 관세전쟁이 벌어질 걸 알고 있었다. 미국이 다섯 차례 공격으로 125%까지 관세를 올렸고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맞불관세를 때리고 고배기량 차량과 농산물 수입관세, 미국 기업 제재 등으로 미국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최종 전략인 희토류 수출통제도 곧바로 시행토록 미리 공산당 의결을 마쳐놨다. 힘이 더 센 미국이 상대였음을 감안하면 최선의 응수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중국이 수백개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 같다"고 했다. 2. 트럼프의 유학생·이민자 단속은 트럼프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처음엔 '중국에
"이럴 거면 한국에도 투표권을 줬어야지 않습니까." 지난해 미국 특파원에 내정되고 얼마 있다가 몇몇 지인들과 함께한 환송자리에서 한 취재원이 꺼냈던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백악관 복귀를 확정한 뒤 당선인 신분으로 연일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예고하던 시기였다. 전 세계에 트럼프 대통령만큼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뽑는 선거라면 우리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하지 않느냐는 게 그의 얘기였다.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4년 만의 트럼프 귀환은 결코 달갑지 않은 사건이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8년 2월 한국산 세탁기에 20~50%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국내 가전업계를 괴롭혔다. 같은 해 3월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해 우리 정부로부터 미국산 자동차 쿼터(수입할당량)를 확대하는 '양보'를 받아냈다. 농반진반의 투표권 얘기로 그날 좌중을 한바탕 웃겼지만
1. 지난 3월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인대·정협)가 종료된 후 얘기다. 주중대사관 소속 경제관료들과 자리에서 전인대 핵심 순서인 중국 총리의 연간 업무보고가 화제가 됐다. 올해 계획을 보고하는 건데, 공통의 평가는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작년 재작년 발표됐던 정책과제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선순위만 달라졌을 뿐 올해도 똑같이 있더라는 거다. 말 그대로 '뉴스(news)'가 없는 발표다. 기자들이 하는 말로는 '주제'가 없다. 눈에 확 띄는 제목을 뽑을 수 없으니 난감하다. 그 얘기를 듣던 한 관료가 말했다. "새로운 것이 없는 게 진짜로 무서운 겁니다." 한국은 어떤가. 새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새 국정과제를 선정한다. 새 대통령이 새 장관을 임명하면 그는 업무보고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새 정책을 요구한다. 좋은 새 정책은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그 좋은 새 정책들보다 앞에 있었던 이젠 새롭지 않은 정책들이다. 이것들은 뒤로 밀린다. 몇 년 내에 성과가 났다면
"트럼프만 문제가 아닙니다. 트럼프를 등에 업은 미국 기업들이 선을 넘는 요구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을 찾은 IT업계 한 인사가 전한 얘기다. 그는 구글이 우리 정부에 반출을 요청한 고정밀 지도 얘기를 꺼냈다.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고 나선 가운데 구글이 지도 반출 문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연관지으면서 우리 정부와 업계가 모두 난처해졌다는 것이다.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고정밀 지도는 50m 거리가 지도상에서 1㎝로 표현되는 지도다. 구글이 현재 우리나라 지도 서비스에 활용하는 1대 2만5000 축적 지도보다 5배 상세해 동네 뒷골목까지 구분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분단·휴전국가의 특성상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면 국가보안시설 같은 민감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보안시설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지도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중국 한 기업인협회 사람이 다음달에 러시아에 함께 가시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이 전쟁통에." 얼마 전 중국 상황에 정통한 한 한국 연구기관 중국 현지 센터 책임자를 만났다. 중국의 한 중견중소기업인 모임에서 러시아 방문 의사를 타진하더라고 했다. 중국의 기업인 모임은 경제 현장의 기저여론을 만들어내는 단위이며, 정부와 연동돼 정부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러시아 방문을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거다. 기업인 러시아 방문단은 다만 공식적으로 모집되는 조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공식적으로 몰려갈 단계라면 한국 전문가까지 끼워넣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알음알음 방문단 구성은 중국 정부가 어떤 대외 전략을 시작할 때 취하는 프로토콜 그대로다. 전문가 집단을 현장에 보내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운 후 최종적으로 지도부 레벨이 움직인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은 물론 어떤 나라의 기업인단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러시아 규탄 결의안이 투표에 부쳐졌던 날이다. 회의 중 투표가 임박했을 때 미국 대표부 대사가 갑자기 회의장을 가로질러 달려가 러시아 대사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했다. 미국 대사의 돌발행동에 회의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랐다. 소련 붕괴와 냉전 해체 이후에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변화를 이만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또 있을까. 현장을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회의장에 있던 모두의 입에서 "세상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 1기-바이든-트럼프 2기로 이어진 미국 정치의 변화가 국제질서 변화의 역사가 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이익과 거래, 양자주의에 집중했던 세계가 이념과 규범, 다자주의로 옮겨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유엔 193개 회원국이 2030년까지 기아방지, 환경보호, 모두를 위한 번영,
1. 중국관료나 관변교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재선 이후 하나같이 했던 말이 "사실 트럼프가 대하기 더 쉽다"였다. 불확실성의 대명사 트럼프가? 중국 특유의 허세려니 했는데, 취임과 동시에 벌어지는 미중 관세전쟁을 보면 비로소 함의가 읽힌다. 트럼프의 대(對)중국 전략이 선명하다. 그러니 중국의 대미국 전략도 좌고우면 고민할 필요 없이 선명하게 세우면 된다는 거였다. 겉보기엔 트럼프가 먼저 때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받아쳤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중국도 준비 중이었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 10%포인트 인상으로 판을 열자 중국도 원자재 등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5% 관세를 때렸다. 압도적 대미 무역흑자(작년 추정 약 568조원)를 감안하면 관세는 별 타격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중국이 준비한 돌주먹은 바로 전략광물이라고 봐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이차전지) 소재이자 첨단 우주항공 핵심 소재인 텅스텐의 중국 점유율은 잘 알려진대로 80% 이상이다. 인듐(70%), 비스무트(80%),
"트럼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만난 중국 연구자 및 관료들 모두의 공통된 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열어갈 트럼프 행정부 2기가 1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1기는 말 그대로 중국과 투쟁의 기간이었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대대적인 경쟁이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내내 이뤄졌다. 트럼프 2기엔 보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세가 개입하겠지만, 이번에도 미국의 '마지막 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초부터 주장한 '신품질 발전'은 새해에도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해석은 다양하지만 가장 친숙한 표현으로 말하면 '양질전환'이다.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며 덩치를 키워 온 중국이 이제는 더이상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 쏟아내기로는 버틸 수 없다는 의미다. 고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기술의 영역으로 들어서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부진에 빠진 중국 경제가 이를 기회로 선진국 경제로 전환할지, 아니
"한국과 한국민은 승리했다." 외신들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한국의 계엄령에 적잖게 놀랐었다. 그러나 이후 2주도 지나지 않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이를 더 신기해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탄핵안이 국회에서 첫 번째 부결됐을 때만 해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분명한 건 혼란 속에서도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다. 이후 국회의 두 번째 탄핵소추 시도는 성공했다. 불법적 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짧은 시간 내에 심판 받는 걸 보고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재평가하는 것이다. 혈맹인 미국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14일 탄핵안 가결에 대해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철통 같은 한미동맹도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집회가 소요사태로 비화하지 않은 걸 축하하며 최고지도자에 우선하는 국민주권을 인정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주의 회복력의 증거"라며 "서울의 새
"이젠 사장님이 언제 불쑥 중국에 오실지 모르겠네요." 중국 정부의 갑작스런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로 현지 우리 기업들의 풍경부터 바뀌었다. 얼마 전 만난 기업 법인장 A는 "대표이사가 오전에 불현듯 '오후에 회의를 할 테니 준비해 놓으라'며 베이징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엔 비자 신청부터 발급까지 최소 사흘은 걸렸으니 상사가 온다면 준비할 시간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항상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다른 기업의 법인장 B는 갑자기 내달 초 중국 현지 사업장을 순시하겠다는 오너 내외를 맞이하게 됐다. 직접 지시한 새 중국 사업에 유달리 애정을 쏟고있는 오너는 몇 달 전에도 자체 행사 참여 차 중국에 다녀갔다. 비자 면제 소식을 듣고는 다시 온단다. 같은 사업장을 또 안내하게 된 이 법인장은 "코로나19 이전엔 의전이 주요 업무였다던데, 말로만 듣던 상황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비자면제 조치 여파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민사회는 예정에 없던 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