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이민단속·이란폭격 오히려 중국에 기회 준다는 해석..."시진핑 4연임 향한 내부결속 더 강해져"

베이징에서 지켜본 바, 전 지구인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이 벌이고 있는 모든 일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단 한 명이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트럼프가 벌인 일들을 시간 순으로 놓고 이유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이번 관세전쟁은 미국의 힘보다 중국의 내공을 더 부각시켰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다시 관세전쟁이 벌어질 걸 알고 있었다. 미국이 다섯 차례 공격으로 125%까지 관세를 올렸고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맞불관세를 때리고 고배기량 차량과 농산물 수입관세, 미국 기업 제재 등으로 미국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최종 전략인 희토류 수출통제도 곧바로 시행토록 미리 공산당 의결을 마쳐놨다. 힘이 더 센 미국이 상대였음을 감안하면 최선의 응수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중국이 수백개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 같다"고 했다.
2. 트럼프의 유학생·이민자 단속은 트럼프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처음엔 '중국에 동조하는 연구자를 솎아내겠다'며 시작한 해외 유학생 핍박은 하버드 등 미국 전통 학계가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진 이민자 단속은 LA 시위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을 벌집 쑤신 듯 뒤집어 놨다. 트럼프 지지율은 처음 40% 아래(38%, 퀴니피악대 6월 5~9일 조사)로 떨어졌다. '노 킹스'(No Kings·왕은 필요 없다) 구호를 외치는 미국인들 앞에 트럼프가 내놓은 국면 전환 전략이 바로 이란 폭격이다.
3. 이란 폭격은 국제사회를 트럼프로부터 등돌리게 했다. 전격 휴전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유엔은 물론 우방국들도 미국의 일방적 이란 공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란 사람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다. 경제 충격 우려 때문이다. 이란 남부 호르무즈해협은 하루 2000만톤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오가는, 글로벌 원유 물동량 2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란산 원유 자체는 거의 대부분 중국향이지만 다른 중동국가 원유들이 이 해협을 통해 한국 등으로 간다. 이란이 틀어막고 국제유가가 폭등했다면 대부분 제조업 중심인 친미 동맹국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친미진영 동요는 중국이 가장 바라는 전개 중 하나다.
4. 미국에 맞을수록 중국인들은 결속한다. 시진핑은 4연임을 원한다. 그런데 최근 반중 중화권 언론들이 시진핑 위기론을 쏟아낸다. 건강이상설, 군(軍) 이반설 등 단골 레퍼토리가 되풀이된다. 근거는 약하다. 반시진핑 진영이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시진핑의 중국 내 정치적 영향력이 기대만큼 약해지지 않고 있어서다. 한 중국 소식통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피로감이나 경제실정론이 생각보다 약하다"며 "게다가 밖에서 강한 적이 때리면 내부는 결속하게 된다"고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준 게 바로 트럼프다.
미국이 "△자국 입장을 강요하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며(시진핑, 2017년 공산당대회) △일방주의·보호주의·패권주의를 앞세우며 (시진핑, 2020년 보아오포럼) △타국의 분열을 격화시킨다"는 건 10여년 전부터 바로 오늘 아침까지 중국이 되풀이해 온 말이다. 이 동의하기 어려웠던 주장들을 전세계 시민들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동의하게 만들고 있는건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트럼프다. 여기에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중국이 되풀이했던 주장이다. 이에 동조하는 나라도 많지 않았지만, 상황이 계속 이렇게 돌아가면 동조하는 나라들이 글로벌 사우스(개도국)를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연이은 정치적 승부수로 위기를 극복하는 트럼프의 전략이 유효할지는 이 다음 승부수가 결정할 거다. 다만 지금까지의 승부수들이 시진핑을 웃게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