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차이나 로보틱스

[특파원칼럼]차이나 로보틱스

베이징(중국)=안정준 기자
2025.09.11 04:02
[베이징=신화/뉴시스] 지난 1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선수단이 줄을 서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지난 1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선수단이 줄을 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개학식 현장. 교문에서 각종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들이 교사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했다. 연단에 오른 교장은 로봇의 두뇌 격인 AI(인공지능)를 이번 학기부터 집중 교육한다고 선언했다. 대학에서 AI를 전공한 새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 소개될 때마다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실물 로봇까지 가세한, 한국과는 다른 개학식 분위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이유가 있었다. 교장은 AI 집중교육 선언과 함께 '정부의 교육 지침'을 언급했다. 이는 지난 5월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AI 보통교육 지침'이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흥미 유발과 기초 인지에 중점을 두고 △중학생들에겐 AI 기초 응용을 교육하며 △고등학생들에겐 AI 시스템적 사고능력을 배양한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AI를 국가 정규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편입시키겠단 뜻이다.

이 같은 교육 지침은 최근 중국 국무원이 내놓은 '인공지능+(人工智能+)' 정책 추진안과 맞물렸다. 2030년까지 AI가 탑재된 스마트카는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급률을 90%이상 끌어올리기 위한 지침을 중국의 모든 성과 자치구, 직할시 인민정부에 전달한 게 '인공지능+'다. 산업뿐 아니라 의료, 문화, 환경, 공공 거버넌스까지 국민의 일상에 AI를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청사진이다. 교육부 지침은 이 같은 '인공지능+'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인재 육성 가이드라인이다.

어느날 뚝 떨어진 지침과 강령이 아니다. 국무원은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AI 기술에 도달하고 2025년까지 AI 기초 이론을 다져둔다는 '신세대 AI 발전 계획'을 2017년 제시했다. 이에 맞춰 교육 정책도 함께 움직였다. 2018년 교육부는 'AI 교재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AI 교재를 시범적용했다. 2021년엔 의무교육과정을 개정해 'AI 지식과 응용'을 교과 표준에 넣었고 고등학교 정보과목에 AI 기초와 빅테이터를 신설했다. 비슷한 시점엔 'AI 교사 양성 계획'을 통해 전국 단위의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8년 전부터 일관되게 추진한 정책이 다음 단계로 이행할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물이 '인공지능+'이며 '로봇 입학식'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중국의 AI 정책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시작한 지난 8월 한 달간, 베이징에선 주요 로봇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모델을 한자리에 모은 세계로봇콘퍼런스(WRC)와 세계 첫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 등 로봇 관련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렸다. 현지 언론은 행사에서 공개된 로봇 기술 중 인간의 조작 없이 로봇 스스로 완벽히 상황을 판단해 움직인 탈리모콘 추세를 조명했다. AI를 통해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체화지능(體化知能)'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가적 지원이 가장 강력한 중국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장악해 나가고 있으며 미국과의 격차가 확대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거대한 '차이나 로보틱스'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여전히 '로딩 중'인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도 6년 전 국가 차원의 정책인 'AI 국가전략'을 발표했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AI 경제, AI 반도체 등으로 간판이 바뀌며 일관성이 떨어졌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의무교육과정 AI 교과 신설 방안이 여전히 논의 중인 것으로만 전해진다. 이미 준비를 끝내고 앞으로 뛰쳐나간 중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여전히 '메이드 인 차이나' 시절에 머물러 있단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서둘러야 한다. 로봇 입학식과 로봇 운동회가 와닿지 않는다면 더 극적인 장면도 있다. 지난 3일 열병식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로봇 개 군단을 공개했다. 중국은 이날 열병식에 공개된 모든 신형 무기는 이미 실전 배치됐으며 중국 자체 기술로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공개된 로봇개 군단/사진=CCTV 갈무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공개된 로봇개 군단/사진=CC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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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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