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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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편집국 회의실 입구에는 '함께 맞는 비'라는 신영복 선생의 글귀가 걸려 있다. '우산을 들어주는 것보다,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게 진정한 위로와 도움'이라는 의미가, 볼 때마다 공명을 일으킨다. 함께 비를 맞아줄 도량까지 갖추지 못한 나같은 사람은 '나는 비를 맞고 있는데 누군가 저쪽에서 우산을 쓰고 서 있다면 정말 열 받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내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더 많은 돈을 내놓아야할 처지에 놓인 요즘 서민들의 생각이 그럴 것이다. '증세는 없다'던 집권 초기 정부의 호기로운 다짐은 사라지고, (더 걷기는 하지만) 증세는 아니라는 '사실상 증세'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대통령 이름을 딴 '근혜노믹스' 대신 부총리 성을 딴 '초이노믹스'가 경제정책의 통용어가 된 것도 이런 어물쩍 변화를 커버하는데는 나름 유용한 것 같다). 증세 앞에 '사실상'이 붙건 안붙건, 엎어치건 메치건 국민들 입장에선 주머니에서 돈 나가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늘어나는 세금 대부분이 일반 국민들
# 1998년 4월 어느 날 서울 남산 힐튼호텔,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 강봉균 경제수석이 마주 앉았다. 외환위기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서로 상의해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였다. 김 회장이 열변을 토했다. "우리가 올해 수출을 조금만 더 하면 500억달러 무역흑자가 난다. 그걸로 IMF(국제통화기금)에 빌린 돈 다 갚고도 남고, 내년에 500억달러 흑자나면 리저브(외환보유고)가 된다. (중략) 옛날 박정희 대통령 때는 수출확대회의를 해서 어려운 것까지 풀어주면서 하지 않았느냐?" 그러자 강 수석은 "이제 시장경제 중심으로 하니 정부가 나서서 그런 것 못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발끈하며 쏘아붙였다. "그러면 강 수석은 시장경제 하는데 무엇 때문에 거기 앉아 있나? (중략) 시장 중심이면 청와대 경제수석이고 비서관이고 필요 없겠네". 김 전 회장이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밝힌 내용이다. 당시 사건으로 강 수석과 사이
'인생 1라운드 경제학, 2라운드 정치학, 3라운드는 신학'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기자로 20년을 보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노대통령 서거 후에는 '원하지 않던'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봇짐 하나 메고 홀연히 캄보디아로 떠났던 언론인·정치인 이백만(58)이 이번엔 '두번째 방황이 가르쳐 준 것들-엉클 죠의 캄보디아 인생피정'을 들고 와 '인생 3막' 출발을 알린다. 그의 인생 1, 2 라운드를 가까이 그리고 먼발치에서 지켜봐 온 후배로서 "신학의 영역에서 살겠다"는 말에 가슴 한켠이 아려오면서도 '이백만'이 아닌 '엉클 죠'로의 변신에 그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캄보디아에서도 외딴곳 반티에이 쁘리업(비둘기 센터). 크메르 루즈 정권때 킬링필드였던 그곳은 지금은 장애인들이 자활의 꿈을 키우는 공동체가 됐다. 거기에서 그는 '이백만'을 버리고 세례명 요셉의 첫음절을 딴 '엉클 죠'가 됐다. 지난해 6월 홀연히 캄보디아로 그가 떠났을 땐,
# 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집에 쌓이는 물건이 많다. 모토로라의 2G 휴대전화기도 그 중 하나다. 지금 쓰는 아이폰과 번갈아 쳐다본다. "그땐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확실히 손안의 스마트폰은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그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놀랍다. 카카오톡 말이다. 대한민국 상당수 국민에게 '카톡'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용 간편하고, 여럿이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대화친구를 불렀다가 흩어지기도 쉽다. "까똑" 하는 알림음은 경쾌하고, 어떤 메시지가 와 있을까 설레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짜다. 카톡은 커뮤니케이션의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통신이나 메신저 시장에 끼친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카톡이 일상을 넘어 정치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일 세월호 특별법 합의(1차 합의)를 앞둔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난데없는 카톡전쟁으로 40분동안 시끄러웠다. 새누리당이 대외비 문건으로 포장한 '유언비어'를 시중에 퍼뜨린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이것이 정치다." 지난해 12월30일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현 대표)과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극한 충돌 속에 기약없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던 철도 파업을 극적으로 중재해내자 모처럼 정치권에 찬사가 쏟아졌다.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고 해법을 내놓는 정치가 모처럼 제 역할을 해냈다는 칭찬이었다. 당시 철도파업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둘러싸고 '철도 민영화' 논란 속에 최장기인 22일째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와 박 의원은 국토 교통위원회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철도노조가 이를 수용하면서 파업은 전격 철회됐다. 정치권이 국가적 갈등을 중재하고 해법을 찾은 데 대해 여론은 긍정적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철도노조·여당과의 동시협상을 이끌어내면서 대화와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대표는 강경한 입장이던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를 설득해내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는 철도 문제에 대한
#1. 유치원 교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교사 스텔라가 수업 중인 교실에서 한 여자아이는 교실을 가로질러 옆으로 재주넘기를 했다. 한 남자아이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여섯명의 아이들은 사실상 교사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이 와중에도 교사 스텔라는 한 여자아이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 여자아이에 가려 스텔라를 볼 수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 중 누구도 스텔라에 관심이 없었고, 스텔라 역시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 한 초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 교사는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들은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맨 앞에 앉은 아이 한 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교사는 즉시 팔을 뻗어 그 아이의 손목을 잡고 끌어내렸다. 교사는 그 아이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미국 버지니아대 커리 교육대학원의 로버트 피안타(Robert C. Pianta) 학장과 브리짓 함르(Bridget K. Hamre) 교수가 연
#. 오전 8시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 면담. 오전 9시30분 원내 부대표단 협의. 오전 10시30분 3선 의원들 면담. 곧바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과 연석 회의 개최. 오후 4시30분 새누리당 이완구 대표와 세월호 최종 담판. 오후 5시40분 최종 협상 결과 발표. 오후 6시 의원총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19일 일정이다. 이날은 세월호 특별법 막판 협상이라는 특별한 상황이었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해야 할 역할을 혼자 맡고 있는 박대표의 '원맨쇼'는 이날 만이 아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새정치연합은 지난 5일 비상대책위원회(국민공감혁신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박 위원장은 전당대회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임하면서 '전권'을 쥐게 됐다. 권한이 큰 만큼 풀어야할 과제도 많지만 '1인 체제'가 갖고 있는 한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박 위원장은 지난 5
1597년 9월16일(음력) 오전 6시30분, 진도와 해남 사이 좁은 수로. 조류는 초속 2m 이상의 속도로 북서쪽을 향해 흘렀다. 날렵한 모양의 왜선 세키부네(關船) 133척이 조류를 타고 빠른 속도로 해협에 들어섰다. 판옥선 13척이 일자로 늘어선 채 이들을 맞았다. 오전 8시, 양쪽의 거리가 250m쯤 됐을 때 판옥선의 현자총통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포탄이 쏟아졌고 왜선들이 차례로 격파됐다. 왜선들은 조총의 유효 사정거리인 50m까지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부분 가까이 가기도 전에 포탄에 맞아 수장됐다. 오전 10시10분, 조류가 초속 4m 수준으로 빨라졌다. 바닥이 V자 모양으로 좁은 왜선들이 조류에 밀리면서 진형이 흐트러졌다. 선회를 시도하던 일부 왜선이 다른 배와 엉키기면서 진형은 더욱 엉망이 됐다. 오후 12시21분, 조류가 남동 방향으로 급변했다. 오후 2시40분, 조류는 초당 2.7m까지 빨라졌다. 왜선들은 조류에 밀려 판옥선에서 더욱 멀어져 갔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19일. 설렘을 가득 안은 상봉 대상자들이 속초에 집결했다. 그 때 갑자기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깡마르고 메마른 입술, 자기 몸과 직각을 이루는 허공만을 힘겹게 응시하는 멍한 눈동자. “죽어서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던 故 김섬경(91)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이었다. 누운 상태로 집결지에 나타난 김 할아버지는 이날 저녁 몰라보게 호전됐고, 비록 금강산에서 상봉 하루 만에 다시 후송차로 내려와야 했지만 북한의 딸들과 상봉의 꿈을 이뤘다. 남에서 동행한 아들과 한 시간 가량을 방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꼿꼿하게 앉아 계시던 모습까지 생생하다. 그를 일으킨 건 다른 이산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가족, 형제자매를 만나겠다는 작은 희망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헤어지며 북한 딸 춘순, 진천씨가 남긴 “통일 후 만나요”라는 말을 뒤로 한 채 상봉 한 달이 조금 넘은 어느 날, 그리움의 한을 풀었다는 듯 김 할아버지는 생의 끈을 놓았다. 뒤늦은 감이 없진 않
국회 본관 2층을 정면에서 보면 붉은 카펫이 깔린 중앙 출입구를 중심으로 왼쪽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측 사무공간이다. 한번 정해진 자리를 당명이 바뀌면서도 물려받은 것인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농성장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 창문 너머다. 유가족들이 '오른쪽' 새누리당보다는 '왼쪽' 새정치연합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의 그런 연대감에 균열이 생긴 것은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특별법 합의 결과 진상조사위에 기소·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난은 야당 협상대표인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에게 쏟아졌다. 기소권·수사권 확보가 진상규명의 핵심 열쇠인데 이루지 못했으니 후퇴이고, 유가족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으니 야합 아니냐는 것이다. 협상을 잘못했으니 다시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논란이 거세진 10일 오후 박 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 창문너머인 유가족 농성장을 찾았다. 합의내용을 설명,
젊은 애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눈길 좀 끌어보려 하는구나, 솔직히 새누리당의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파티'에 대한 첫 느낌은 이 정도였습니다. 크레이지파티가 첫번째 주제로 '게임중독법' 얘기를 꺼내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제로 '18세 선거권'을 꺼내 든 것을 보고는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귀에 더 크게 들린 건 18세 선거권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띄운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특정 포털사이트에 대해 여권이 불편해 한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다른 포털에 비해 유독 반(反) 여권 정서가 강한 글들과 댓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판단하는 것이여권의 정서인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의 토론게시판인 아고라는 특히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넘쳐납니다.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 제안이 나온 곳도 이곳이었습니다. 일부 강성 여권 지지자들이 이른바 '좌좀(좌익 좀비)'들의 놀이터라고 비꼬아 부를 정도입니다. 18세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장수라면 죽이기 쉽다" 안철수의원(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은 경영자 시절, 간부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곤 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실패하는 장수의 다섯가지 유형' 첫번째이다. 전략적인 사고와 준비 없이 무조건 앞으로 죽기 살기로 달려나가는 장수는 쉽게 죽는다는 말이다. 장수가 죽으면, 전투와 전쟁을 망친다. (영화 '명량'으로 새삼 뜨고 있는 이순신 장군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요..."라고 말했지만, 이는 군졸들의 공포를 용기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속 장면처럼 이순신이 무모하게 칼을 빼들고 백병전에 나섰다가 조기에 전사했다면 '바다'도 '조선'도 없었을 것이다.) 실패한 장수를 경계하던 안철수가 '실패한 장수'가 됐다. 주위의 만류가 적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이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갈 때부터 어찌 보면 그는 '죽기를 각오한 장수'의 길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 술을 마시고 빨간 신호등에 횡단보도를 건넌걸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