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나는 소위 인기강사였다. 그 비결은 별 게 아니다. 딱딱한 법률강의를 5분 빨리 마쳐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5분을 재미있는 이야기, 의미있는 경험담으로 마무리 해 주었기 때문이다.어느 날인가는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주었다.
운동을 일(또는 공부)과 별개로 생각하지 말아라, 운동을 해야 몸이 튼튼해지고 정신이 맑아져서 일도 잘할 수 있더라. 그러니 운동하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과 똑같이 여겨야 한다.
아니 운동하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보다 몇곱절 가치있게 계산하여야 한다. 그래서 일하느라 운동을 거르는 것은 일을 몇곱절 게을리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바쁜 일상 속에서 일하고 난 다음에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려고 하면 운동할 시간이 없더라.
그러니 여러분은 `일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자'는 생각을 버리고 `운동부터 하고 남는 시간에 일하자'는 생각으로 운동을 거르지 말아라. 그래야 바쁜 생활 가운데 겨우겨우 운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제자는 고개를 끄덕끄덕, 어떤 제자는 고개를 갸웃갸웃.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가 해보니 운동은 스케일이 클수록 재미가 있더라, 중고생 때는 탁구가 그리 재미있더니 대학생이 되어 테니스를 쳐보니 훨씬 재미있더라, 테니스가 이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농구를 해보니 테니스보다 훨씬 재미있더라.
그런데 축구를 해보니 축구가 더 재미있더군요. 그러다가 골프를 배워보니 골프에 미치게 되더라니, 농구랑 축구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아직 골프를 못배워서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그랬는데 그랬는데 말이지.
등산에 맛을 들여 산이 좋아지다 보니 골프 약속이 싫어지고 산에만 가고 싶더라니. 푹신푹신한 흙을 밟는 느낌은 황홀하고, 푸른 녹색에 눈은 시원하고, 신선하고 상큼한 공기를 들이 마시니 머리는 맑아오고, 아이디어는 샘솟듯 나오고. 산에 외로이 핀 들꽃이 꿈에 아른거려서 잠을 설치게 됩디다. 산 취미만 있으면 산이 3분지 2인 우리나라는 천국이지요.
이 때 사랑스러운 제자가 받는 말, "교수님 그러면 이 세상에서 여행이 제일 재미있겠는데요!" 참! 군자삼락 중에 뛰어난 제자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이 있다더니, 바로 이거네! 맞다, 군의 말이 옳다! 여행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었어.
법조에 나간 우리 제자들은 `일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려 하지 말고 운동부터 하고 남는 시간에 일하자'는 말을 꼭 실행하라는 내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기억도 못하고 하루하루 바쁜 나날들을 지내고 있겠지. 그리고 여행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우리의 대화도 아마 잊어버렸겠지.
하기사 점점 바빠지는 일상 속에서 예전에 제자들에게 당부했던 나도 그 당부를 지키지 못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나는 이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한다’. ‘노력한다’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오늘도 빨리 일을 마치고 내일을 위해 오늘 운동을 미리 하기 위하여 나는 속도를 내어 열심히 일을 한다.
여러분,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려 하지 말고 "운동부터 하고 남는 시간에 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