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검찰과 '리스트'

[기자수첩]검찰과 '리스트'

서동욱 기자
2009.02.26 09:51

"뇌물 리스트, 로비 리스트, 상납 리스트..."

대형사건 수사에서 '리스트'만큼 흥미를 끄는 단어가 있을까. 정·관계 로비사건의 경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수사 초기, 혹은 취재 시작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거론되는 인사들의 무게감이 높아질수록 해당 리스트의 주가는 올라가고 취재 열기 또한 불을 뿜는다.

리스트는 비자금 수사에서 주로 등장하고 권력형 비리사건에서도 종종 존재감을 알린다.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리스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건 역시 문제의 리스트가 실재하는지를 놓고 추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은 존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리스트 보도가 시작되면 수사기관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규명하지 못할 경우 '졸속 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리스트'를 통해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면서 수사기기관은 수사 주도권을 잃게 되고 결과도 안 좋았던 경험이 있지만 1997년 '한보 비리', 1998년 '경성 비리'사건에서는 당시 떠돌던 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리스트는 언제나 부적절한 거래나 타협의 '매개물'로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과 금력의 접점에서 형성되며 배신과 정략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불법과 부정이라는 전제 하에서 리스트가 작성, 소멸되는 것이다.

시스템의 '결여' 혹은 '부재'를 바탕에 깔고 있는 리스트는, 제공하는 '이익'과 기대했던 '대가'가 불일치했을 경우 살생부로 변할 수도 있다. 권위주의와 권·금 유착을 증명하는 위험하고 음험한 거래의 증표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리스트는 후진적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기자는 태생적으로 리스트에 흥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식이 통하고 법과 제도가 바로 선 사회일수록 리스트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에서 혹은 수사 기관에서 리스트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그런 풍토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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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더리더 편집장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서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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