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요즘 뒤숭숭하다.
청와대가 기수원칙을 깨고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 대규모 후속 인사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고위급 간부들의 사퇴로 인해 그 규모가 지난 1월의 정기인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진 폭과 보직 이동 등 검찰 사상 최대 규모 인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에 따른 대검 중수부의 존폐 여부도 가늠해 볼 수 있어 후속 인사에 더욱 눈길이 간다.
일선에 있는 검사들은 검찰 조직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비판과 전임 총장의 중도 사퇴 등 지금의 상황이 검찰에 닥친 최대 위기라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기인사 6개월여 만에 대폭적인 인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
바뀐 자리에서 제대로 수사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야한다는 것이다. 매년 1월에 정기인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 이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또 자리를 옮기는 검사가 생길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업무는 일반 회사나 정부 부처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맡고 있는 사건이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지거나 인계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건 당사자들의 몫"이라고 털어놨다.
법조계 일각에선 기수파괴 인사가 쇄신과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후배나 동기가 승진하면 옷을 벗고 나가는 이른바 '용퇴' 문화도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보다 낮은 기수가 승진하면 사퇴하는 관행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수파괴 인사를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검찰조직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수체제 자체가 오히려 쇄신의 대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범죄수사에 경험이 많고 후배들에게 신망 받는 선배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법조계의 기수문화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괴는 생산적 창조를 수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의 '파괴'일 뿐이다. 변화와 쇄신으로 대변되는 기수파괴 인사가 과연 국민과 검찰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