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명한 사면권행사 기대

[기자수첩]투명한 사면권행사 기대

김성현 기자
2009.08.25 10:34

서울고법이 얼마 전 경제개혁연대가 "사면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8·15 사면 대상자를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심사위원들이 여론의 표적이 되고 협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일반인은 9명의 위원 중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알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기관 입장보다는 사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 신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그동안 오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역대 정권을 막론하고 정부는 광복절이나 석가탄신일 등 국경일마다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규모 사면을 단행해 왔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재벌이라 봐주고 권력층이라 눈치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폐단을 막고자 정부는 지난 2007년 12월 사면법을 개정했다. 법무부에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사면 대상 선정과 심사에 공정을 기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무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서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물론 법무부의 항변대로 정보공개 판결을 받고도 장기간 공개를 거부하거나 열람만 허용하는 공공기관의 전례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법무부는 법질서 확립의 최선봉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잘못된 선례를 따라서는 안 된다. 국가의 법질서를 확립하고 법이 올바로 집행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 이해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수사와 재판이 시작이라면 집행과 사면은 그 완성이다. 수사재판 기관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수사와 재판을 잘 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집행을 제대로 했느냐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집행기간을 채우기도 전에 석방하고 사면하는 것은 사법 기능 전체와 맞물리는 중대한 문제인만큼 그 과정이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법무부가 법원 판결에 승복해 정보공개에 적극 협조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면권 행사와 법치 확립에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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