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희생장병 가족 위해서라도…

[기자수첩]희생장병 가족 위해서라도…

김훈남 기자
2010.04.23 10:11

"수동이, 밥은 묵었나."

"예. 형님은 식사하셨어예."

천안함 희생장병 가족대표인 이정국씨와 언론담당인 최수동씨가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의 장난섞인 경상도 말씨를 듣고 있으면 진짜 고향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씨는 최정환 중사의 매형, 최씨는 김종원 중사의 매제로 이들은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인 지난달 말 처음 만났다.

이들 만이 아니다.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는 200여명의 희생 장병 가족들은 어느 덧 한 가족이 다 됐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여러 날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면서 서로를 더 걱정하는 사이가 됐다.

지난 15일 인양된 함미에서 아들의 시신을 찾은 한 어머니는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의 심정이 어떻겠냐"며 "발소리 하나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아들의 시신을 찾은 안도감도 잠시, 시신조차 찾지 못한 미귀환 장병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부터 드러낸 것이다.

미귀환 장병 8명의 가족들은 오히려 유족들을 배려했다. 시신을 장기간 원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어렵다며 서둘러 장례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들 때문에 다른 유족들이 불편한 임시숙소 생활을 지속하는데 대한 미안함도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천안함 실종자 협의회는 천안함 전사자 협의회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21일부터 해군 당국과 본격적인 장례 절차 논의를 시작했다.

군 당국과 희생 장병 가족들은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장례는 해군 최고 예우인 해군장으로 치르는데 합의했다. 빈소는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차려지고 5일장 형식으로 거행된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외부에 별도 분향소도 마련될 예정이다.

장례 방식과 절차가 결정됐다고 천안함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다. 하루 빨리 사건 원인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뒤이어 재발방지 대책도 수립돼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희생 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 극한의 슬픔을 버티고 있는 희생장병 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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