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화우 정진수 변호사
-경영권 분쟁 소송…의뢰인과의 스킨십이 성패 좌우
-화우 '기업법무팀', 현장 중심의 '휴머니스트'들로 구성
-기업분쟁, 갈수록 복잡다양화…전문가 양성 시급
상장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은 3월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수많은 기업들이 주총을 열었고 3월 한 달 동안에만 대기업을 포함한 73개사의 주총이 열렸다.
주총 시즌이 되면 여의도 증권가는 후끈 달아오른다.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각종 이슈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 문제와 배당금 조정을 둘러싼 주주들의 반발 등으로 뒤숭숭한 기업 소식이 수시로 들려오는 것도 이즈음이다.

경영권 분쟁 해결사로 활약 중인 법무법인 화우의 정진수 변호사(49·사진·사법시험 32회)는 분쟁에 휘말린 주주총회장을 '총성 없는 전쟁터'로 묘사했다. "경영권 분쟁 사건은 주로 주총 시즌인 3월을 전후해 벌어집니다.
굵직한 사건이라도 맡게 되면 서너 달 동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죠. 경영권 분쟁은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제대로 접근해야 합니다."

◆판사에서 전문변호사로 거듭나다
1990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22기)을 거쳐 판사생활을 시작한 정 변호사는 200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승승장구하며 소위 '잘 나가던' 법관이 법원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전문가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기업 관련 분쟁을 연구하는 '상사공동연구조'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경영권 분쟁 등 상사(기업소송) 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판사란 직업은 일종의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며 "판사를 하면서도 늘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고 말했다. 현재 정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키코(KIKO)사건, ELS사건 등 금융 파생상품 관련 사건들과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 등 기업 관련 형사 사건도 처리하고 있다.
◆"주총은 총성 없는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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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은 주로 주총에서 불거진다. 주총은 매출액과 수익 등 경영실적과 관련된 주요 지표들이 공개되는 자리다. 경영실적이 부진할 경우 주주들은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고, 때로는 주요주주들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간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다.
정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잘 보여준 사례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A사를 꼽았다. A사는 창사 이래 5년 연속 흑자를 기록, 2008년 1월 코스닥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성공가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장 1년 만에 매출액은 36%가량 급감했고 급기야 대규모 적자 사태를 맞게 됐다. 주주들은 경영진이 2008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컴퓨터를 이용한 결제시스템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진은 주주들이 추천한 신임 경영진들이 과거 큰 영업 손실을 기록한 전력이 있다며 경영권 사수에 나섰다.
A사는 경영진과 최대주주 간의 싸움이 평행선을 그으며 계속돼 경영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은 A사의 사례처럼 경영진과 대주주들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며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경영진과 최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의 성패는 의뢰인과의 '스킨십'이 좌우"

정 변호사는 기업 간의 분쟁은 살아 숨 쉬는 생물과도 같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분쟁 과정에서 설득력을 얻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고 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절대 싸움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의뢰인이 쥐고 있기 때문에 스킨십이 매우 중요하다"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면 절대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소송을 맡아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B사의 사례는 정 변호사의 소통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경우다. 그는 "경영권 분쟁은 최종적으로 주총에서 갈등 당사자 간의 지분 대결로 결판이 난다"며 "하지만 쌍방의 지분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중립적인 주주들의 지분 향배가 소송의 승부처"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는 다양한 법률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의뢰인과 신뢰관계가 돈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특히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빼놓고 유리한 것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소송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B사 경영진과 신뢰관계가 두터웠기에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고 대처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사건도 의뢰인과 하루에도 몇 번씩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전문변호사가 갖춰야할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와 승부근성"이라고 말했다.

◆기업 분쟁은 '법률종합백화점'
정 변호사가 속해있는 화우의 기업법무팀은 15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돼있다. 경영권 분쟁 등 기업 간 소송의 경우 다양한 법률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소속 변호사들의 전문분야도 회사법과 증권, 보험, 금융 등 매우 다양하다. 또 공정거래법이나 조세법 이슈도 함께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전문팀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기업 분쟁은 갈수록 다양화하고 내용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하나의 사안만 해결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분쟁 전체의 처리가 요구되고 공정거래나 조세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주고 자문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기업 관련 분야에 새로운 법률들이 계속 생겨나거나 개정되면서 분쟁의 성격이나 방향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소송 과정 자체를 즐기지 못하면 절대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현장에서 의뢰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변호사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