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화우 조영선 변호사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국경을 넘어 자본을 이동시킬 때 적용되는 외국환거래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환거래법에는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기업들이 악의 없이 이를 위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나친 제재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에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됩니다."
법무법인 화우의 조영선(40·사진) 금융 전문 변호사는 법과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 운영의 노고와 애환을 감안해 법을 적용하는 재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거래 규제, 정부 차원의 홍보 필요
외국환 규제는 과거에 비해 다소 완화됐지만 실수요자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해외에서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오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과거 외환거래의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돼 거래가 원천 차단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금융당국에서 제재를 받고 한국은행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거래가 재개된다. 하루, 이틀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조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만든 자회사에 신용보증을 제공할 때 한국은행에 신고수리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이해관계가 같아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염려가 없는데도 불필요한 절차로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기업이 법을 고의적으로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조 변호사는 "기업을 상대로 한 법 교육이 일천해 정부 차원의 홍보가 절실하다"며 "소규모 기업을 위한 법률구조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논리와 추진력으로 무장한 금융 전문가
법조계에는 조 변호사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전문가로 기억하는 이가 많다. 차분하며 조용한 성격이지만 철저한 논리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이다.
조 변호사는 3년 전 중소기업 A사의 국제거래를 자문하면서 외국 기업과의 100% 주식교환을 통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투자방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그는 특유의 강단을 발휘해 '양자 간 주식거래이므로 국부 유출의 우려가 없고 오히려 해외의 현금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오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은행을 설득시켰다.
또한 조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Sony Center) 매입과 프랑스 파리 근교의 초대형 쇼핑몰인 오 파리노(O' PARINOR) 매입에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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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센터 매입은 국민연금이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자해 해외 빌딩을 사들인 첫 사례다. 증권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방법을 넘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대체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빌딩 투자는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제 경쟁상대는 외국계 로펌…국제감각 갖춰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던 1차 외환위기는 제가 경험한 최고의 격변기였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단순한 곳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경제현실에 가까이 가고 싶었습니다."
조 변호사가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이유다. 1996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일찌감치 재무와 금융 분야를 전문 분야로 택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법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2004년부터 2년간 변호사로 활동해 국제 감각도 겸비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의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이머징 마켓뿐 아니라 선진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조 변호사는 국내 법률시장이 요즘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로펌간의 경쟁이었다면 이제 상대는 외국계 로펌이다. 출발점은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법률 수요를 만족시키는 일이겠지만 해외 기업으로 눈을 돌려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젊은 변호사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조 변호사는 "외국 메이저 로펌에 근무하는 한국인 변호사는 평균 5~10명 정도지만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이라며 "우리 변호사들이 해외 경험을 쌓아야 세계 법률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입법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조 변호사는 "규제 완화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무게가 쏠려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될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가 무색해졌다"면서 "금융투자산업을 성장시키려면 후속 법·제도적 개선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는 판단의 책임이 투자 주체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펀드 하나에 가입하는 것에서부터 상장된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는 것까지 모두 리스크는 투자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통화옵션상품 '키코'(Knock-In·Knock-Out)를 둘러싼 소송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은 키코 상품이 은행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조 변호사는 "키코 소송의 경우 1·2심 법원에서 투자자에게 손실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일관된 판결을 내놓고 있다"며 "키코 투자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살려내는 방법은 법률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