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최근 정치권은 연달아 기업규제 법안을 내놓으며 그 근거로 헌법 제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라는 문구를 내세운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인 정종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연수원14기)는 "'경제 민주화'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일종의 정치적 용어"라며 "이 말을 빼고 읽으면 헌법상 경제조항의 의미가 명확해진다"고 말한다.
정 교수가 설명하는 '민주화'란 과거 권위주의에서 탈피하는 정치적 개념인데 이를 경제적 용어로 사용하다보니 법적·학문적으로 모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문구를 시장왜곡에 대한 정부 개입근거로서 해석해야할 뿐 이 용어만으로 정치권이 내놓은 정책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상황이 정부의 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왜곡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추상적인 경제민주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어떤 부분이 왜곡돼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정치권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 정치권에서 기업규제 정책을 내놓으며 이를 헌법 제119조2항에 근거한 경제민주화 조치라고 주장한다.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
▶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학문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민주화라는 용어는 과거 권위주의에서 탈피한다는 것인데 경제와 민주주의는 결합이 안 되는 개념이다. 단순히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만 볼 것이 아니라 앞선 문장과 연결해 경제정책을 통한 국가의 시장 개입을 설명한 조항으로 봐야한다. 엄정하게 정의되지 않는 용어에 각자 주장을 담다보니 논란이 발생한다. '경제의 민주화'라는 용어를 빼고 119조2항을 읽으면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 헌법 제119조1항이 우리 경제의 원칙이고 2항이 예외규정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잘못된 해석이다. 헌법 제119조의 두 조항은 우리나라의 경제 체제를 설명하는 것으로 종합해서 해석해야한다. 어느 조항이 우선하는 게 아니라 각각 원소로서 경제체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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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견강부회하고 있는 건가.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재계에선 헌법 제119조2항이 관치경제의 근거가 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길 경우 나타나는 폐단은 역사적으로 증명됐고 시장경제주의를 채택한 모든 나라에서 국가의 개입을 부정한 경우는 없다. 설령 헌법상 경제조항이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제37조2항에 의해 국가의 개입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일부 정치권에서는 경제정책에 합당한지 논의해야 하는데 많은 주장을 경제민주화에 담으니 혼란을 야기한다.
- 정치권과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우리 경제체제가 국가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왜곡돼 있다고 보나.
▶ 그렇다. 우리 경제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왜곡돼 있는지는 경제학자들이 모여 분석해봐야 하겠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나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시장진입이 가로막힌 점 등 시장이 일정부분 왜곡돼 있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 최근 쏟아져 나오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시장왜곡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가.
▶ 현재는 추상적인 구호수준에서 정책들이 내놓는 것 같다. 더 이상 추상적인 논의는 소모적이고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따져봐야 한다. 또 진보·보수 개념으로 가면 정책구상이 엉성해져 문제점이 발생한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따질게 아니라 금산분리, 순환출자 금지 정책 등을 시행했을 때 우리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지, 정말 한국에 필요한 정책인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지, 얻은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는지 등 정책의 실효성과 적시성 등을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