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실험실의 설날은 어떨까?"

"실험동물 실험실의 설날은 어떨까?"

이재윤 기자
2013.02.11 09:00

[인터뷰]강병철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교수

↑강병철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임상시험센터 교수ⓒ이재윤 기자
↑강병철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임상시험센터 교수ⓒ이재윤 기자

 "설날이라고 특별할 건 없어요. 평소 상태를 유지해 주면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최대한 줄여 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지난 8일 오후 환자들의 차들로 붐비는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내 연구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실험동물들을 총괄하고 있는 강병철 임상시험센터 교수(43·사진)를 만났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강 교수의 실험실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강 교수는 연휴 때는 평소 주말 실험실 풍경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휴 동안 동물들에게 공급될 사료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새것으로 갈아주는 동물들의 케이지 수백여 개도 마련 돼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번 연휴에도 3~4명씩 당번을 정해 출근하고 동물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들은 사료뿐 아니라 원숭이나 개, 고양이 등의 실험동물과는 매일 5~10분씩 놀아준다. 실험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외로움'까지 보살펴 줘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병철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교수가 실험실 내 동물들을 살펴보고 있다.ⓒ이재윤 기자
↑강병철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교수가 실험실 내 동물들을 살펴보고 있다.ⓒ이재윤 기자

 국내 의대병원 교수 중 유일하게 수의사 출신인 그는 동물들을 위해 1년 내내 일정한 환경 유지를 위해 에너지 비용으로만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항상 22℃의 온도가 유지되고 문을 열고 닫을 때 들어가는 공기 유입을 막기 위한 시스템까지 갖췄다.

 강 교수는 또 환경 개선을 위해 기존보다 최대 2배가 넓은 케이지로 동물들을 옮겼다. 동물들의 건강상태가 생활공간의 넓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죽일 거 돈을 들일 게 뭐 있냐는 사람도 있고 좋은 환경에서 키워 죽이냐고 비난 할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인간 질병 치료를 위한 동물실험이 사라질 수 없다면, 최대한 고통을 줄여주고 정확한 실험 데이터로 실험 횟수를 줄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실력을 가진 연구자가 철저히 계획된 실험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실험 결과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도 실험을 동물을 사용 하지 않는 것으로 대체하거나 최대한 고통을 적게 줄 수 있도록 마취하는 등의 방법도 함께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30여 명의 연구원들과 실험하고 있는 강 교수는 자신도 20년 넘게 동물실험을 연구하고 있지만 한 번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사실 동물보다 어려운 게 사람관리"라며 "실험동물을 관리하다 보면 그들과 친해져 마음 다치는 경우가 종종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물실험실에서 다치는 경우가 3가지 있다며 손가락을 빼 내밀었다.

 그는 "첫째로 동물에게 물리는 경우, 둘째 동물의 질병에 감염되거나 알레르기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다치게 되면 고통이 가장 크다"며 "나도 대학에 들어와 처음 실험했던 해부실험의 끔직한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한편 국내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 규정 등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 실험을 하기 위해선 각 기관별로 전문가와 일반인도 참여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동물이 겪는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고 실험에 필요한 동물의 수 등을 점검 받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복지관련 이슈 중 여당과 야당의 재원 마련 방안이 주요 쟁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며 동물실험에서의 '동물복지'도 자금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 동물실험 선진국에 비해 국내 규정은 까다롭지만 기술이나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실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 연구원이라고 해도 동물을 죽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 병원만 하더라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인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치료과정이라고 생각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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