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폭행 사망 50대 부실수사 논란

단독 경찰, 폭행 사망 50대 부실수사 논란

김남이 기자
2013.02.21 15:19

경찰이 연초 정기인사로 어수선한 사이에 폭행을 당한 50대 남성이 장 파열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남성이 장 파열로 생사를 넘나들던 보름여 간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수사를 계속했다는 주장이지만 남성이 사망하자 뒤늦게 폭행 치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인 등 뒷북수사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벽 2시40분쯤 관악구 봉천동 소재 주차장에서 서로 주먹을 휘두른 혐의(쌍방폭행)로 이모씨(57)와 만취 상태였던 유모씨(53)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제대로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했지만 조사를 받는 도중에도 여러 차례 경찰에게 복통을 호소했다. 경찰은 유씨가 복통에 못 견뎌하자 새벽 4시50분 쯤 119구급대를 불러 유씨를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에 따르면 유씨는 그날 새벽 술이 덜 깬 채로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집으로 돌아왔다. 유씨가 구토하며 복통을 호소할 때까지만 해도 유씨 유족은 단순한 숙취라고 생각했다.

유씨는 그날 오후 들어 갑자기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보라매병원에서 2시간동안 정밀검사를 받은 유씨는 장 파열 판정을 받고 즉시 수술을 받았다. 유씨는 수술 후 혼수상태로 일주일가량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유씨 가족은 경찰에게 강력히 재수사 및 보강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유씨가 장 파열이 생긴 이유는 당시 폭행 때문인지 아니면 집에 돌아가다가 넘어져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라며 "(유씨가) 고소장을 다시 제출하면 모를까 유씨 진술이 필요한데 지금 (병원에) 누워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관악서 관계자는 "당시 담당 경찰관의 발언에 오해가 있었던 듯 하다"며 "경찰은 유씨가 병원에 누워 있어 수사에 적극 나서지 못했을 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씨는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보낸 뒤에야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왔다. 그는 "몇 명이 (유씨를) 때렸느냐"는 질문에 손가락을 2개 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씨는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사건발생 14일이 흐른 지난 20일 오전10시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유씨 유족은 "싸움이 일어난 후에 장 파열이 일어났는데 (이씨를) 조사하지 않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유씨와) 다툰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는 얘기를 경찰에 알렸지만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유씨가 다시 고소장을 제출해야 수사하겠다던 경찰은 유씨가 숨진 뒤에야 뒤늦게 재수사에 나섰다. 담당경찰은 유씨가 숨진 날 유족에게 부검을 요청했다.

유씨 유족은 "(경찰이) 전혀 수사할 의지가 없다가 (유씨가 숨진 뒤에야) 검찰 지휘로 재수사를 하겠다며 부검하자고 말했다"면서도 "경찰에게 병원에서 이미 (유씨 사인을) '소장 파열로 인한 사망'이라는 사인을 밝혔는데도 굳이 부검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관악서 관계자는 "현행법상 검찰 지휘가 있으면 부검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도 원치 않아 부검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사 지휘로 실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 당사자가 중태에 빠졌는데 재수사하지 않았다는 걸 이례적으로 여겼다. 한 경찰 관계자는 “쌍방 폭행에 휘말린 두 사람을 돌려보냈는데 그 중 한 명이 장 파열로 중태에 빠지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며 "폭행 당사자가 장 파열을 일으킨 장본인인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내과전문의는 "만취상태에서 무방비로 폭행당했다면 평소보다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며 "술을 많이 마시면 마취상태처럼 고통이 없다가 술이 깨면서 고통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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