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신과 의사 '성폭행' 상담하며...충격

[단독]정신과 의사 '성폭행' 상담하며...충격

박소연 기자
2013.05.09 13:51

친구들에게 녹취파일 보내주고 '수다'…보건당국 징계절차

현직 정신과 의사가 면담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성폭행 피해 환자와의 면담 내용을 지인들과의 흥미성 대화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무단 유출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돼 보건당국이 징계절차에 나섰다.

보건당국은 수도권 북서부소재 A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B씨가 지난해 10월쯤부터 지난 3월까지 지인 C씨(여)에게 지속적으로 환자 D씨(여)와의 치료 면담 내용을 무단 유출한 사실에 대한 경위 조사를 마쳤다고 9일 밝혔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난 8일 오전 A병원 법무팀장과 의사 B씨 등을 만나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B씨가 지난해 11월 20일 1시간 면담 전체 녹음파일을 이메일을 통해 발송해 들려줬다는 C씨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보건당국은 진상조사에서 B씨가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알게 된 환자 D씨의 내밀한 사생활을 흥미성 대화소재로 삼았으며 주변에 '녹취 알바'까지 시켰다는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B씨에게 외래진료를 받아온 환자 D씨는 과거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으로 자신의 면담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의사 B씨가 어려서 별 책임의식 없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음성파일에 면담내용만 들어가고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병원 측도 한 번도 없었던 이번 일에 놀라고 있으며 B씨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고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조사를 통해 B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B씨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면담 내용 유출 피해를 입은 환자 D씨에게는 담당 의사를 바꿀 것을 권고했다.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은 의료나 조산,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다.

정도가 심할 경우 형법의 업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형법 317조에는 의사가 직무처리 중 취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의료법이나 형법상의 처벌이 아니라 병원 차원의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병원 자체의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당사자가 인지하고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법 19조가 친고죄로 규정돼 있어 피해자가 고소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병원 자체로는 가장 수위가 높은 처벌인 해고를 하더라도 다른 병원에 취직하거나 개업이 가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법 전문 정혜승 변호사는 "의사들이 암암리에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도 측근이 제보하지 않는 이상 환자 자신이 알기 어려워 고소를 못 하고 넘어가기 쉽다"며 "일반 의사도 환자의 진료 내용을 발설하면 안 되는데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사생활과 직결되는 면담내용을 유출하게 되므로 더욱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도 "성폭력 범죄에 친고죄 조항이 삭제됐듯이 의료법에 친고죄가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개선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선 의학과 수련 과정에서 의사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공식적으로 검토한 결과 환자 인적사항이 아니라 단순히 내용만 유출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제3자에게 치료내용을 유출한 것은 병원 내부 규정 위반사항이므로 다음주 월요일(13일)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리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상담내용을 유출한 의사 B씨는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공유